'문화'는 부를까 말까 생각하다가 잔치가 임박해서 마지못해 부르는 먼 친척이라는 비유가 생각난다. 공보부(처)에 '문화'가 추가된 것이 1968년, 이후 문화부, 문화체육부, 문화관광부를 거쳐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에 이르기까지 명칭의 이합집산 만큼 문화업무는 제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엊그제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시종 '모른다'로 일관한 49대 조윤선 장관에 이르기까지 그간 평균 재임기간은 1년 남짓. 문화공보부에서 문화부로 바뀐 뒤 첫 장관직에 오른 이어령 교수 이후 지금까지 문화부장관 대부분은 1년 남짓 재임하고 자리를 떴다. 최단 6~7개월부터 가장 오래 재임한 유인촌 전 장관이 3년 남짓 자리를 지켰는데 업무 파악이 끝날 즈음이면 총총히 짐을 싸야했던 단명장관의 명멸 속에 그간 우리나라 문화행정의 현주소가 읽힌다. 게다가 문화예술, 관광, 체육 관련 전문인사는 드물고 주로 정치인들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경력관리용이거나 뜬금없는 낙하산 인사로는 점차 복잡, 다양해지는 문화행정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10년을 재직한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사진>의 장수비결과 치적이 떠오른다.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준 미래지향적이며 일관된 문화정책의 지향점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문화복지 향상이었다. 사회당 미테랑 정권에서 문화수장으로 일했지만 그 후 우파 시락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도 임명된 것을 보면 10년 재임이 코드인사나 측근 챙기기는 아니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만큼은 보수, 진보를 떠나 '문화'를 이해하고 정권보위와 정략을 넘어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있는 인물이 안정되게 일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무능한 낙하산 인사나 뜬금없이 등장한 '문화계 황태자'같은 인물의 농단과 횡포라는 참극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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