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가두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해보고 싶어"
내달 18일까지 아트파크 갤러리서 원화 전시

"하나하나 따로 떨어진 그림을 연결해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전통 동양화 기법에 신선한 소재를 결합한 그림으로 유명한 신선미(36) 작가는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트파크 갤러리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자신의 그림을 엮은 그림책 '한밤중 개미요정'(창비)을 낸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07년 대학원을 마친 직후 참가한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모두 팔려나가며 집중 조명을 받은 신 씨는 이후 별다른 부침 없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스타 작가다. 그런 그가 총 25장의 그림에 이야기를 더해 그림책을 펴냈다.

이를 두고 주위에선 '작가로선 손해'라며 만류했다. 그림책으로 이미지만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그는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해 펼쳐 보이고 싶은 욕심에 그림책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그림은 하나하나 스토리가 있는데 그림 전시로는 이 내용을 보여주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 번쯤은 그림을 연결해서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면서 "때마침 창비에서 제안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이를 낳은 이후 그림책을 새롭게 보게 됐다. 수준 높은 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림을 가둬놓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2006년부터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였던 '개미요정'을 소재로 한 한국화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2009년 아들을 출산한 뒤에는 아들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마치 육아 일기처럼 화폭에 담고 있다.

동화책은 이런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신 씨는 "새로운 어떤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원래 하는 작업을 이어서 하면서 설명하듯이 한번 정리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림책에는 작가가 즐겨 그리는 한복 차림의 엄마와 아들, 그리고 작가가 '개미요정'이라고 이름 붙인 엄지공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엄마와 아들은 각각 작가 본인과 아들, '개미요정'은 작가가 어린 시절 만난 상상의 존재다.

그림책에서 이 요정을 먼저 발견하는 것은 엄마가 아닌 아들이다. 열이 나는 아들을 간호하다 엄마가 깜빡 잠든 사이 개미요정들이 찾아와 아들을 돌보고, 개미요정들은 자신을 알아본 아들에게 과거 엄마에게 받은 꽃반지를 선물한다.

잠에서 깬 엄마는 꽃반지를 보고 잊고 살았던 개미요정을 다시 떠올리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들과 함께 상상 속 친구들을 만난다는 줄거리다.

일반적인 그림책과 달리 작가는 책에 수록된 25점의 그림을 모두 크기는 물론 작업방식까지 기존에 하던 방식 그대로 완성했다. 마치 회화 전시를 준비하듯 한 장면 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이에 따라 회화이면서 책인, 책이면서 회화인 작품이 탄생했다. 이 작업에만 2년 이상이 소요됐다.

그 덕에 책에는 작가의 특기인 섬세한 표현과 세련된 색감, 탁월한 기법이 고스란히 담겼고, 좀처럼 보기 드문 수준 높은 그림책으로 완성됐다. 

신 씨는 "아들아이가 모델인데 2년에 걸쳐 작업하다 보니 첫 장과 마지막 장에선 아들 얼굴이 달라졌더라"라고 말했다.

'개미요정을 봤다'는 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던 아들은 그사이에 훌쩍 커 개미요정 이야기보다는 컴퓨터 게임에 더 관심을 두는 초등학생이 됐다. 이제는 엄마와 놀기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한다고 신 씨는 덧붙였다.

그는 고달픈 작업이었지만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작가이기에 앞서 엄마인 그는 동화책을 본 아이들이 책보다 큰 원화를 보고 상상력을 길렀으면 하는 마음으로 원화 작업을 고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에 있는 그림을 본 아이들이 자기 몸보다 큰 작품과 마주한다면 뭔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18일까지 아트파크 갤러리에서 책 출간을 기념한 전시를 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시가 끝난 후에는 서울시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내 카페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신 씨는 내달 10일 북토크와 사인회를 열어 어린이 독자들과 직접 만난다.

신 씨는 "아이가 참 빨리 자라더라. 내게는 이 그림들이 육아 일기"라며 "아이가 지금은 엄마 그림을 봐도 시큰둥한데 나중에 나이 들어서 보면 엄마 마음을 조금 알아주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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