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아침마당]

11월 22일은 첫 눈이 내린다는 20번째 절기 소설이었다. 다행히 대전에는 눈 소식은 없었지만 겨울을 맞아 월동준비를 하는 모습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노점에서는 겨울의 인기상품인 방한용품들을 판매하고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맞아 갖가지 기획상품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겨울을 맞는 기분이 설렘 반 걱정 반이었지만, 올해는 작년과 다른 것 같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에 이어 터진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으로 연말 기부 심리가 움츠러들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내수시장 불황 등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서 최근 일어난 국정농단 사태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는 병원과 재단의 모금 담당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응답자의 140명(70%)이 ‘최순실 게이트가 기부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청탁금지법(40명·20%)과 경기 침체(20명·10%)보다 훨씬 많았다. 경기 침체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어도 몇 년간 개인 기부는 꾸준했다는 게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기부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 개인기부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200명 중 90명(45%)이 ‘국민의 관심사가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등 최순실 게이트로 쏠려서’라고 답했고, ‘최순실 게이트로 재단의 기부금 운용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라고 답변한 사람이 86명(43%)이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라는 답변은 24명(12%)이었다.

최순실 사태는 기업의 기부 감소에도 영향을 줬다. 모금 담당자들은 올해 기업들의 기부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당수(160명·80%)가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에 가려 크게 홍보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공익재단에 기금을 출연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학교법인이나 공익재단 등에 발전기금이나 기부금을 내는 것은 권장할 일이고 법상 허용된 일이다.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 준 사회와 그 구성원에게 그 이익의 일부를 되돌려 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사회공헌'이라는 좋은 이름을 붙여 권장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할당받은 출연금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순수한 자발성으로 기부하는 다른 기업의 기부활동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며, 그로인해 정작 도움을 받아야하는 소외계층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 연탄 기부수가 작년에 비해 36% 줄었다는 사실이 현재 기부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기부는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돈이나 현물을 대가 없이 내놓는 활동을 말한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국정과 정치로 집중되어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소외계층 시민들을 위한 기부는 계속돼야 하고 더 활발해져야 한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사람들에게는 투표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고 있다. 더불어 시민으로서의 책무로써의 기부활동도 중요한 사회적인 활동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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