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 청주의료원장
[목요세평]

조금은 걱정도 되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늦었지만 해마다 10월 말이면 전국 공공의료기관의 운영평가 결과가 발표된다. 3년을 계속해서 A 등급을 받고 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터라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데 하는 책임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일부 병실을 폐쇄해 입원환자가 감소하고, 환자들도 병원을 기피하는 바람에 외래환자도 줄어드는 등의 결과로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A 등급은 좀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는 분위기 또한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복지부에서 있었던 운영평가 결과 발표 회의에 참석한 직원으로부터 온 소식이 '이번에도 A 등급입니다'였다. 이로써 청주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 운영평가에서 4년 연속 A 등급을 받는 최초의 지방의료원이 됐다.

이 운영평가는 지방의료원 뿐만 아니라 적십자병원도 포함돼 전국에서 39개 공공의료원이 대상이다. 평가는 매우 구체적이다. 공공성과 효율성 부문을 각각 50%씩 배분하고 공공성에서는 양질의 의료와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를, 그리고 효율성에서는 합리적 운영과 책임경영을 평가한다. 특별히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 측면에서는 공공보건의료 사업 지원체계, 의료 안전망 기능, 미충족 필수의료, 병원별 특화 서비스 등에 대해 서류, 현지 조사 등을 실시하고 자료분석 및 정성평가 등이 이용되고 있다.

청주의료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공보건의료 사업은 다양하다. 저소득층 간병비 지원, 사회복지시설 건강검진, 의료 취약계층 수술 지원, 성폭력 및 가정 폭력 피해자 지원, 의료 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 안전망 기능 확대 사업, 가정 간호 사업,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업, 만성질환 관리 사업 등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10월말까지도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1만 명이 넘는 대상자에게 지원이 이뤄졌다. 이런 지역사회의 건강 수준을 높이는 일련의 활동들이 높게 평가돼 운영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평가는 다양한 측면에서 실시되고 있다. 한 때는 과잉진료라는 말이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했으나 이제는 평가 기관들의 평가가 정확히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예는 많지 않다.

우리 의료원을 포함한 다른 의료기관도 과잉진료에 따르는 삭감율이 0.5% 보다 훨씬 적은 것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환자를 적정하게 진료하고 있느냐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다. 예를 들어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투여했느냐,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계 환자에게 너무 여러 가지 약제를 투여하지 않느냐, 주사제는 사용을 줄여라, 소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중복해서 사용하지 말라 등 약물 사용에 관한 내용은 물론, 심뇌혈관계의 중환자에 대해 적정한 시간 내에 필요한 조치를 했느냐, 또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에게는 폐기능 검사를 적절한 시기에 실시하느냐 등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면에서 진료의 적정성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환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드리고 있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호스피스 완화병동, 감염병 격리병동,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등이 잘 운영되고 있는가 등도 평가 대상이다. 물론 청주의료원은 이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 지방의료원 중에서는 가장 높은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홍보가 잘 안 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청주의료원은 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받았다. 그날 한 의원께서 '청주의료원에 가보니 정말 깨끗하고 시설도 좋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도민들은 그런 것을 모르고 있다'며 홍보를 강화하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마음에 깊게 담았다. 홍보에 관한 한 지역 언론매체도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더 많은 배려를 부탁하고 싶다. 이번 운영평가에서 청주, 충주 2곳의 의료원은 모두 A 등급을 받았다. 이런 내용은 크게 홍보해도 될 터인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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