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서
초교 배정·고교 교명 등 갈등
“학부모들 인식 개선 교육해야”

천안지역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일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임대아파트 학생들을 차별하려는 인식이 확산되는 등 사회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예전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친 '휴거'라는 단어까지 퍼져나가는 중이다.

14일 천안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백석동과 불당동 등 최근 몇 년 사이 아파트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역에서 임대아파트를 둘러싼 갈등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양상은 지난 몇 개월간 집중된 초등학교 배정문제나 고등학교 교명 선정과정에서 표출됐다. 백석동 지역에서는 노석초 신설 지연 및 환서초 과밀로 인한 내년도 신입생 수용문제가 논란이 됐다. 그런데 이 지역 일부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서는 향후 들어설 백석 행복주택(562세대, 내년 11월 입주 예정) 학생들이 어디에 배정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졌다. 임대주택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싫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휴거’라는 말이 종종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당신도시에 내년 개교할 고등학교 교명 선정과정에서 벌어진 갈등도 결국은 임대아파트가 배경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당신도시 북측(종합운동장 사거리 방향)에는 LH와 민간에서 분양한 임대주택이 모여있다. 이곳에 있는 초·중학교의 명칭은 일찌감치 ‘불무’로 확정됐다.

하지만 남측(번영로 지하차도 방향)에 들어설 고등학교 교명은 ‘불당’으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교명선정에 있어 ‘불무’를 주장했던 주민들은 신도시를 임대와 민간분양아파트 구간으로 갈라놓으려는 측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하소연을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도 청수택지개발지구 내 한 초등학교에서는 수년 전 학생들의 거주지를 조사해 학급 배정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구 내 임대아파트 학생들이 일부 학급에 몰리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쇄도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당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함이었고,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소득 양극화에 따른 계층 간의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교육당국이 학부모 인식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계층 갈등이 학생들에게 전파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식개선 교육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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