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2급 만성신부전증 진단
왜 이런 시련왔나 우울증도
신웅식 회장 사진 활동 권유
긍정의 에너지가 삶 바꿔놔
작년 수술뒤 다시 건강찾아
마음나누는 시간 이어갈것

▲ 이중화 작가 출품작.
“사진 활동을 하면서 장애를 이겨낼 수 있다는 힘을 얻었습니다.”

충청투데이가 주최하고 충북장애인사진협회와 ㈔한국척수장애인충청북도협회가 주관하는 제4회 충북 장애인사진전의 참여작가 이중화(51·사진) 씨는 출품작에 대해 설명했다. 2010년 충남 부여 궁남지에서 찍은 이 사진 속 연꽃은 줄기가 'ㄴ'자로 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씨는 "보통의 연꽃은 줄기가 일자로 쭉 뻗는데, 유독 이 꽃만은 휘어져 있다"며 “이 것은 일종의 기형이지만, 기형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피사체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불현듯 찾아온 장애는 이 씨의 삶을 180도 바꿔놓았다. 2000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 씨는 장애 2급 만성신부전증을 진단받았다. 의사는 일주일에 세번꼴로 투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투석을 받지 않으면 숨이 가프고 몸이 붓기 일쑤였다. 하루에 서너시간씩 투석을 받으며 이 씨는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왔나’,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우울증이 오기도 했다”며 “하지만 커가는 어린 자식을 때문에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사진의 길로 접어든 것은 이 즈음부터다. 보험설계사로 직업을 바꾼 이 씨는 2008년경 오랜 지인인 신웅식 장애인사진협회장을 우연히 만났다. 신부전증으로 장애판정을 받은 소식을 전해들은 신 회장은 “함께 사진 활동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이 씨는 최근까지 장애인사진협회원이자 운전봉사원을 자처했다.

이 씨는 “장애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지기 마련인데, 사진을 찍는 동안에는 걱정이나 시름을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나뿐 아니라 함께 사진을 찍으러 나온 회원들도 카메라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을 회복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활동은 이 씨에게 ‘제2의 삶’을 되찾아줬다. 이 씨는 2012년과 2014년엔 전국 보험왕 타이틀을 거머줬다. 사진 솜씨도 부쩍 늘어 크고 작은 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했다. 지난해엔 신장기증자가 나타나 수술을 받은 뒤 투석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호전됐다. 이 씨는 “사진 활동을 통해 긍정의 힘을 얻지 못했다면 이런 결과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몸이 다시 건강해졌어도 여전히 장애인사진협회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환히 웃었다.

함문수 기자 hm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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