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찬 대전시 교통정책과장
[시론]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그레이저 교수는 그의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며 구성원간의 협업에서 나오는 생산성의 힘이 최고의 장점이지만 전염병과 혼잡한 도로는 그 장점을 잃게 만든다”라고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메르스(MERS)라는 전염병으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고 국가적으로 비상 상황이었다. 전염병은 확실히 도시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임을 체득한 것이다. ‘2015 메르스백서’에 의하면 5월 20일 첫 사례가 발생한 이후 같은 해 12월 23일 유행 종료를 선언한 날까지 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메르스 대응 사례를 참고해서 매년 5000명이 사망하는 질병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필시 국가적으로 비상을 선포하고 모두가 해결하기 위한 백방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렇다면 매년 5000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병은 무엇일까? 바로 교통사고이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1991년 1만 342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해 2008년에서 2015년에는 4621명이었다. 해마다 이렇게 많은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무감각하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교통사고에 대한 관대함 또는 교통사고 사망자이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무언의 합의 속에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해 본다.

대전시는 향후 5년간 교통안전 정책의 마스터플랜이 될 제3차 교통안전기본계획(2017~2021년)을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화를 위한 본 계획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대책과 교통 요소간의 조화다. 먼저 교통사고 사전예방 대책은 큰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작은 사고가 먼저 여러 번 발생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에 입각해 시민들이 불편해 하거나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곳, 작은 사고라도 여러 번 발생하는 곳들을 선제적으로 개선한다. 각 교통 주체들의 안전관리나 교통문화를 선진화 하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교통 요소간의 조화는 자동차와 보행자간 이동성에 균형을 맞추고 안전을 강화하는 계획이다. 그간 우리 사회는 효율성과 경제성장을 중요시 해왔고 이를 지원하는 교통 분야는 자동차를 빠르게 이동시키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어왔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잘 된 교통계획, 도시계획은 사람들을 많이 걷게 만드는 계획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려면 편리한 대중교통, 편안한 보행길, 안전한 교통시설 등이 종합적으로 구축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통사고율이 가장 높은 보행자와 자동차 이동성에 균형을 맞추면서 안전을 강화하고자 한다. 교통 요소간의 조화와 안전을 위해서 도심지역 도로의 차량 제한속도를 현행 60㎞/h에서 50㎞/h로 낮추고 보행자의 이동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도심 일반도로의 속도가 50㎞/h일 때 최대의 교통흐름을 나타낸다는 것과 차량의 속도가 높을수록 교통사고에 따른 치사율이 높다는 교통공학 원리를 고려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도심지역의 기본속도를 50㎞/h 이상으로 유지하는 국가이다. 무단 횡단이 빈번한 곳을 과거에는 단속을 했지만 앞으로는 횡단보도를 적극적으로 설치해 보행권과 교통안전을 동시에 개선할 계획이다. 2012년 대비 대전시 교통사고 사망자의 감소율은 21.1%이고 전국 평균 감소율 11.6%보다 9.5%p 높은 수치이다. 이는 보행자 무단횡단 방지시설 설치 등 시설투자와 성숙해진 시민 교통문화 덕분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했지만 2015년 기준으로 88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다.

언제나 그렇듯 대전시의 목표는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0)이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화는 몇몇 사람 또는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잘 만들어진 교통안전 계획과 실행, 보다 성숙한 교통문화와 시민 참여로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대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