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인 대덕대학교 총장
‘경청 리더십’ 행보 눈길
교직원·청소근로자 등 만나 의견청취
출퇴근 지문인식기 없애고 자율 운영
“자율권 최대한 보장해야 생산성 높아”
앞서가는 학과… 경쟁력 ‘강점’
구조조정 등 각 분야마다 TF팀 구성
기업에서 필요로하는 인성·기술 초점
정3품제 도입… 중견직업인 양성 노력

'경청'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가장 중요한 기본에 속한다. 리더가 먼저 낮은 자세로 구성원들을 마주해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으로, 구성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어떠한 강점을 갖고 방향을 그려야 할 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청'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는 경청하는 리더의 품성 전체를 느낄 수 있어서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이 취임 이후 맞이한 첫 학기가 지났다. 지난 8월 취임 이후 김 총장은 현장에서 듣고 답을 찾아내는 '경청 리더십' 행보를 보이며 부지런히 준비운동을 마쳤다. 취임식도 한달여나 미룬 채 김 총장은 3개월 동안 전 구성원과 소통을 최대 과제로 삼았다. 총 37개 학과 105명 교수들을 비롯해 직원들, 파견직 청소 근로자, 운전기사들까지 모두 개별만남부터 단체 식사까지 가지며 직접 만나 경청했다.

실제 본보와의 인터뷰 중에도 한 학생이 총장실 문을 직접 두드리며 총장님과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찾아왔다. 김 총장이 경청과 소통으로 먼저 다가간 '진심'이 대학 구성원들에게 통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중심의 교육’ 행정을 강조하는 김 총장이 그리고 있는 대덕대 발전방안과 과제, 교육철학,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대담=전홍표 대전본사 교육문화부장


-지난 8월 취임 이후 맞이한 첫 학기가 끝나간다.

"총장 부임 후 교직원을 만나 대화하면서 산행하다 만난 초행길 등산객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 등산을 좋아해 서울근교 산들은 산행 횟수가 산에 따라 적게는 수십 번에서 많게는 수백 회가 넘는다. 자주간 관악산의 경우, 많이 이용하는 코스가 서울대, 사당역, 과천방향이다. 정상에 오르다 보면, 특히 처음 산행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기가 걸어온 코스에서 본 것이 관악산의 전부인양 자신 있게 큰소리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각자의 이야기가 틀리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보고 이해하고 있는 한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조직에서든 동료들의 이야기는 잘 듣지 않고 자기입장만 고수하다보면 다툼이 생기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닌가.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 관점에서 보거나, 아니면 전체를 다 조망할 수 있는 높은 장소로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자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것만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목소리 높여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교직원들에게 강조해왔다."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것은?

"대학 구성원들이 총장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을 크게 세 가지로 이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총장이 교직원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 대학경영에 반영해 달라는 것과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것, 그간의 갈등과 내홍에 따른 상처를 치유해주십사하는 것이다. 부임 이후 3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전체 교직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던 이유는 한 가지, 현시점에서 우리 대학이 처하고 있는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교수들과 직원들은 물론 파견직 청소 근로자, 운전기사들까지 모두 만나서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어느 조직, 어느 기관에서나 신뢰관계는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직원들의 건의를 받고 출퇴근을 관리하는 지문인식기를 없앴고 출퇴근은 부서장의 재량 하에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새벽까지 야근하고도 몇 시간 후 오전 9시에 출근하는 게 아니라, 부서장 판단에 따라 필요하면 오후 출근도 가능하게 했다. 교수들의 방학 중 연가 사용제도도 폐지하고 방학시간의 활용은 전적으로 교수들 자율에 맡겼다. 강의와 학생지도, 연구는 물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은 물론 취업난 속에 예비졸업생들의 고품질 취업을 이뤄내야 하는 역할 때문에 교수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본다. 교수들에게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 교육의 생산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과 화합을 위해 대학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소통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6회 연속 한국서비스품질 우수기관 선정뿐만 아니라 대덕대는 여러 학과의 경쟁력도 우수하다. 대덕대만의 경쟁력과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대덕대 총장 공모에 지원할 때 대덕대가 어떤 대학인지를 살펴보면서 희망의 싹을 보았다. 5~6년간 학내분규를 겪으면서 투서며 각종 소송사건 등 휘말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15년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B등급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참으로 칭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교직원들이 많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했다. 총장이 할 일은 바로 이런 분들이 제대로 대우받도록 하고, 이런 분위기가 바탕이 되어 선의의 경쟁을 하는 화합과 상생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나 자랑거리는 많다. 군사학부의 9개 과는 4년제 대학을 포함해 우리나라 389개 대학중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자동차학과, 전기과, 모델과 등 전국 상위권에 드는 학과들이 많다. 이는 우리 교직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덕대의 경쟁력이자 강점이라고 본다.”

-학령인구감소 등 대학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대덕대가 계획하고 있는 대학 발전구상은?

“전국 대학이 똑같은 상황이지만 대덕대 역시 대학이 마주한 난관을 찾기 위한 방법을 구상하고 고심하고 있다. 학과 구조조정, 보수지급 관련, 학과 정체성, 공간조정 등 각 발전을 계획하고 있는 분야마다 TF팀을 구성해 전문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대학 발전방안으로는 ‘3.5.10’으로 구상해 우리 대덕대가 3년 후에 성취해야 할 목표, 5년 후, 10년 후 등을 중장기적으로 그리면서 목표를 세웠다. 3년 후에는 대전권에서 상위 대학으로, 5년 후에는 전국 전문대 가운데 50위, 10년 후에는 상위 20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모든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이는 대덕대 '비전 2020' 목표와도 뿌리를 같이 하는 것으로 잃어버린 세월을 발판삼아 다시 재시동을 걸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수 있게 힘을 모으고자 한다”

-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문제 해결을 위한 좀 더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궁극적인 취업전략은 기업에서 어떤 졸업생을 원하는지 생각하면 대책도 쉽게 나온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성과 기술, 지식을 잘 가르치는 데 주력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교수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 또 기업의 의견을 들어보면 기술과 지식 못지않게 인성이 제대로 된 인재를 원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내년 새학기부터 ‘정3품제’를 도입해서 시행할 계획이다. 정3품제는 학생들에 올바른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서 우리학교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제도다. 올바르고 당당하며 품위있는 중견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해 정인성품, 정직무품, 정교양품 등 3품의 인성을 갖춘 인재는 총장명의의 인증서를 발급한다. 먼저 봉사정신과 기본예절 및 도덕성, 사회성 및 품성을 갖춘 인재를 인증하는 '정인성품', 직무와 관련해 문서작성, 파워포인트 등 IT자격증 취득을 통해 직무능력을 함양하는 '정직무품', 고전 읽기와 글쓰기 등 독서 생활화로 심성중심의 대학문화 형성을 위한 '정교양품' 이렇게 3가지 종류의 품성을 인증하는 제도를 운영해서 경쟁력과 품격있는 인성을 갖춘 직업인을 육성할 것이다.”

-임기동안 대덕대를 이끌어 가면서 초석으로 다져나갈 교육가치와 철학은.

“첫째, Client First이다. 학생을 최고로 섬기는 대학으로 만들 것이다.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을 위해서 최적의, 그리고 최상의 교육환경을 만드는데 최고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두번째는 Change이다.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교직원 모두가 엄중하고 어려운 교육여건과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학생을 위한 정책, 대덕대의 발전을 위한 대안이라면 개개인 또는 내가 속한 학과의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우선적으로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대승적 자세라고 본다. 셋째, Competitiveness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각자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총장공석 기간이 길었던 만큼 사실상 그동안 대덕대는 대학 안팎으로 내홍을 겪어왔다. 대학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최근 몇 년간 갈등과 반목 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총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직원들에게 우리는 대덕대라는 한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며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갈등은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서나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 갈등을 얼마나 지혜롭게 해소해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총장으로서 그동안 대학구성원들이 겪었던 불화를 해소하고 소통과 화합을 통해 상생하고 발전하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 소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대덕대를 사랑받는 대학, 앞서가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정리=강은경 기자 ekka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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