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헌 충남도 환경녹지국장
[목요세평]

온 산을 울긋불긋 수놓은 단풍이 차가운 아침 서리에 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조선후기 가객(歌客) 김천택의 '추상(秋霜)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좋아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해 뫼꽃(山色)을 꾸며내도다'라는 감탄에 절로 공감이 간다.

바야흐로 전국적으로 단풍관광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이러한 시기엔 집에 있기 보단 산과 숲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아름다운 단풍은 물론 역사와 문화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충남의 숲길'을 소개하고 싶다.

충남에는 아름다운 숲길이 무려 358개소에 2463km가 있다. 원효대사의 깨달음과 천주교 박해의 역사가 깃든 315.3km의 내포문화숲길을 비롯해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솔내음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태안 솔향기길, 온화한 백제 미소를 만날 수 있는 서산 아라메길, 콩밭 매는 아낙네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는 칠갑산 솔바람길 등 죽기 전에 꼭 걸어봐야 하는 길이 수도 없이 많다. 이러한 숲길 걷기는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이려니와 우리에게 육체·정신적으로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약 6개월 동안 숲길걷기 체험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신체의 변화를 조사했는데, 평균 주 3회, 약 8.5km의 숲길을 걸으니 체중이 최대 6.4kg(평균 1.5kg)감소하고, 체질량지수(BMI)는 평균 0.6㎏/㎡(최대 2.7㎏/㎡)감소, 허리둘레는 평균 1.8㎝ 감소하였으며, 거기다 혈당은 평균 4.8㎎/㎗까지 떨어지고, HDL콜레스테롤(혈관청소 역할)수치도 평균 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림과학원과 충북대 공동연구팀이 숲길 걷기의 정신적·심리적 효과를 연구한 결과, 숲길을 걸은 뒤 조사자들의 인지능력이 20% 향상되고, 우울감과 분노, 피로감, 혼란 등의 정서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반면 도심을 걸은 조사자들은 인지능력이 둔화되고, 정서와 감정도 부정적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숲길이 주는 빛(녹색), 향기, 새소리 등이 인간의 심리적 긴장과 정서적 불안을 감소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도 그의 저서 ‘걷기 예찬’에서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라며 "숲이나 길, 혹은 오솔길에 몸을 맡기고 걷는다고 해서 무질서한 세상이 지워주는 늘어만 가는 의무들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숨을 가다듬고 전신의 감각들을 예리하게 갈고 호기심을 새로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숲길 걷기는 우리에게 다양한 유익을 가져다 준다.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도 있고, 신체·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변화시켜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복잡다단한 삶의 무게로 힘겨워 하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휴양과 위안의 장소로 숲길은 더욱 값어치가 높다고 할 것이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아름다운 단풍과 행복, 새로움이 어울어지는 '충남의 숲길'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혼자여도 좋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라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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