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엘렉트라 콤플렉스. 딸이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고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어머니에게 반감을 갖는 성향을 일컫는 정신분석학 용어다. 아버지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아버지에게 반감을 갖는 성향을 가리키는 외디푸스 콤플렉스와의 대비개념이다. 아니 엘렉트라와 외디푸스는 반감 정도가 아닌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를 죽였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대표 신(神) 제우스는 후처 플루토와 사이에서 탄탈로스를, 탄탈로스는 펠롭스를, 펠롭스는 아트레우스를, 아트레우스는 아가멤논을 낳았다. 아가멤논은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결혼해 엘렉트라와 메넬라오스 등 4명을 낳았다. 제우스가 엘렉트라의 5대조 할아버지이고, 대지의 신이자 세상 모두를 지배하는 여왕인 가이아는 7대조 할머니다. 어느 날 트로이 왕 파리스가 동생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납치하자 미케네 왕 아가멤논은 그리스 총사령관이 되어 트로이와 전쟁을 벌인다. 밀고 당기는 전쟁이 10년이나 지속됐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귀가한 아가멤논은 불행히도 곧바로 살해된다. 살인범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와 큰 아버지의 아들이자 사촌인 아이기스토스였다. 아가멤논이 집을 비운사이 그의 아내는 아이기스토스와 눈이 맞았던 것이다. 아가멤논이 이를 눈치 채자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을 죽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분을 삭이지 못한 딸 엘렉트라는 남동생 오레스토스와 함께 어머니와 어머니의 간부(姦夫)를 살해했다. 죽은 아버지의 원귀(寃鬼)를 풀어준 셈이다.

엘렉트라가 어머니를 죽인 것은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보복차원이다. 그러나 엘렉트라가 어머니를 살해한 이면에는 아버지에 대한 병적인 사랑이 숨어있었다. 연정의 대상인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그대로 묵과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와 융은 그렇게 믿었다. 여기서 '엘렉트라 콤플렉스'란 정신분석학적 용어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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