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교육감

세상은 변한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우리 학생들은 변화하는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과 국영수 공부에 지쳐가고 있다.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폴러는 '지식 두 배 증가 곡선'으로 인류의 지식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지식 총량은 10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왔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부터는 25년으로, 현재는 13개월로 그 주기가 단축됐다. 2030년이 되면 지식 총량이 3일에 두 배씩 증가한다.

뇌 과학자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한 수 위인 암기위주의 국영수 교육에 치중하는 것을 걱정하며, AI시대에 가장 취약한 사람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2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던 200년 전, 프랑스의 학생들에게 삽질을 가르치고 자동차가 달리는 시대에 마차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다. 우리는 그 서막으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지켜봤다. 알파고의 충격으로 우리사회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할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 일자리 지형의 변화, 부와 권력에 의한 인공지능 쏠림현상 등 많은 우려 속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과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3D 프린팅 등의 기술이 융합·발전해 지능형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 생산을 주도하는 사회구조이다.

이는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간의 수고는 줄여주고 생산성은 높였던 과거의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계가 인간 지능의 일정한 범주를 가지게 되는 획기적인 일이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 교수 존은 "이제 교육과 학교는 동의어가 아닌 세상이 될 것이다. 학교가 미래에도 존재한다면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목적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교는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9시에 등교해 같은 또래, 정해진 교실, 고정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하고 야간자습까지 마친 후 일제 귀가하는 학교의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글 직원이었던 맥스 벤틸라가 세운 알트 스쿨은 나이가 아닌 아이의 흥미와 특성에 따라 반을 나눠 맞춤식 수업을 전개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만나 소통한다. 고등교육기관인 미네르바 스쿨은 100% 온라인 수업으로 이뤄지지만 학생들은 기숙생활을 하는데 1년에 한 번씩 국가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체험을 한다. 우리나라에도 연예기획사인 SM과 종로학원이 서울에 'K팝 국제학교'를 설립하고 내년 첫 신입생을 뽑기로 했다. 그동안 연예인 지망생들은 '연습생'이란 이름으로 학교에 적(籍)만 두고 제대로 등교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공부하는 연예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술 실기 수업은 SM에서, 국어, 수학 등 학과 수업은 종로학원에서 맡기로 했다.

학교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교실 수업이 먼저 열려야한다. 일등주의와 서열화, 암기식 지식 전달교육, 획일적이고 폐쇄적 교육의 틀을 걷어내는 일에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한다. 책상과 과과서 속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자발적인 문제의 발견과 해결, 학습내용에 대한 심화와 확장이 이뤄져야한다.

정해진 조각을 맞춰 평면의 그림을 완성하는 직소퍼즐 보다 각기 다른 부품을 선택·조립해 창의적인 조형물을 만들어가는 레고와 같은 입체적인 수업이 이뤄져야한다. 기계가 지능을 입고 인간을 닮아가는 시대에 학생을 공부기계로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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