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아침마당]

펜싱 역사 140년 동안 없었던 5점차 대역전극을 펼친 펜싱 에페 박상영 선수. 박 선수는 진주제일중 시절 넉넉치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선배들의 장비를 물려 쓰다 보니 훈련의 능률을 올리지 못해 대회에 나가도 번번히 입상에 실패해야만 했다. 한참 목마름을 느끼던 시절인 2013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이리더로 선발돼 장학금을 받게 됐고, 처음으로 개인 도복과 새 장비를 갖고 훈련의 능률을 높일 수 있었기에 21살의 나이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박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이 탄생했다. 이렇듯 박 선수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많은 후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76년부터 40년간 아들과 손주까지 3대째 나눔을 잇고 있는 후원자 가족, 아이들을 돕기 위해 기부하고 남은 돈으로 빠듯하게 생활하는 후원자, 사는 동안 더 베풀어야 떳떳하게 웃으면서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팔순의 후원자, 죽음의 문턱에서 남편이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감사함으로 기분 좋게 살고 있다는 후원자, 도움을 받고 자랐는데 이제 대학생이 되어 자기도 기부할 수 있다며 찾아왔던 대학생 후원자, 군대에서 선임이 후원하는 것을 보고 담배를 끊고 후원을 시작한 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는 후원자 등 초록우산어린이재단 37만명의 후원자 수만큼이나 후원자가 된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최근엔 기부형태도 다양해져 태아의 이름으로 후원하는 태명기부, 결혼이나 자녀 돌과 같이 특별한 날에 후원하는 기념일 기부, 공익페이지를 통해 후원하는 포털사이트 기부, 소설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모금하는 크라우드 펀딩과 같이 이제 후원자들은 쉽고 재미있게 기부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기부를 통해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부모의 빈곤은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영양섭취를 어렵게 하여 발육부진이 되고, 자녀에게 애정과 관심을 표현할 기회가 적다보니 아이들은 우울, 충동성, 행동문제 등을 많이 경험하고, 학업에 필요한 교육 자료들을 제공받지 못해 학습부진 등이 나타나게 된다. 며칠 전 구청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남매의 가정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큰 아이에게 공부할 때 필요한 준비물을 살 수 있도록 후원자께서 도와줄 거라고 하자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했고, 또 후원을 받고 있던 학생이 찾아와 기업의 4년 장학생이 되어 자신이 받던 후원을 더 어려운 아이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자신도 고교 시절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져서 앞이 캄캄하고 우울감에 빠져 있을 때,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빈곤한 삶은 겉으로 보여 지는 것보다 더 많이 아이들의 심신을 병들게 하지만 기부나 봉사와 같은 후원자들의 작은 관심과 지지는 주눅이 들어있던 아이에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때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건강한 성인을 만들기도 한다.

어느 후원자께서 ‘내 통장에서 돈이 나가니까 내가 주는 것 같지만, 실제는 내가 더 받고 있다. 어른들의 욕심과 싸움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건 어린이들이고, 어른은 어린이를 위해 손 내밀 줄 알아야 한다’라고 하신 말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쁘게 나눌 줄 아는 후원자들이 진정한 어른일 것이다.

끝으로 지난 2011년 9월 25일, 70만원의 월급으로 생활하면서도 끝까지 다섯명의 아이들을 후원하다가 짜장면 배달 중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故 김우수 후원자의 사망 5주기를 맞아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분의 숭고한 나눔 정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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