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산 대전 유성온천역장
[시론]

지난 19일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30대 남성 승객이 열차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하차하려던 승객은 자동으로 열려야할 스크린도어가 닫힌 채 움직이지 않자 손으로 개방을 시도했다. 승객은 출입문이 닫히면서 문과 스크린도어 사이 27cm 공간 틈에 낀 채 끌려가다 비상문으로 튕겨 나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 주요 원인은 스크린도어의 기계오작동이다. 닫혀있는 문을 애써서 열려고 했던 승객의 행동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정상적으로 닫혀 있는 출입문과 스크린도어는 별도 조작을 하지 않는 한 손으로 열기 어려운 구조다. 2013년 이후 서울에서만 스크린도어 관련 사망사건이 여섯 번째다.

지하철 역사관리 책임자 입장에서 이런 사고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대전역 다음으로 이용자가 많은 유성온천역은 평일 기준 일일 2만명의 고객이 이동한다. 22개 대전도시철도역 전체로는 하루 23만~24만명이다. 지하철은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편리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의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은 대전도시철도 경영의 최우선 원칙이다. 그러나 밤낮으로 시설점검에 땀흘리는 공사 직원과 최일선에서 고객을 대하는 역무원들이 안전을 100% 채우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몇 달 전 근무 중에 겪은 일이다. 비상 인터폰으로 스크린 도어가 비정상으로 작동했다는 종합관제실의 연락이 왔다. 승강장으로 뛰어 내려가 아무리 살펴봐도 열차 떠난 빈 승강장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CCTV화면을 되돌려 봤다. 60살은 훨씬 넘어 보이는 남성분이 출입문이 닫히는 순간 한 발을 문 사이에 끼워놓고 뒤따라오는 3명의 일행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열차를 잡아놓은 것이다. 출입문과 스크린도어가 열렸다 닫혔다를 두 번 이상 반복했다. 출근길에 직접 목격한 일도 있다. 수 백 명의 승객이 내리고 탄 다음 출입문이 닫히기 시작했는데 50대 남성이 헐레벌떡 뛰어 왔다. ‘조금 늦었네요’라고 생각한 순간 그는 서슴없이 양손으로 출입문을 붙잡아 힘주어 문을 열고 탑승했다. 경고음이 울린 뒤 열차는 출발했다.

100만 번의 테스트를 거쳐 10년, 20년 고장 없이 쓸 수 있는 출입문과 스크린 도어를 설치했다 해도 이런 거친 사용자들을 이겨낼 방법은 없다. 열차도 기계에 불과하다. 무리한 사용이 되풀이되다보면 정비를 철저히 해도 반드시 오작동을 일으킨다. 열차 지연출발로 고객 불편과 불안도 초래한다. 열차 정차시간은 역당 30초 안팎이다. 여닫기를 반복하면 10초 또는 20초씩 늦춰진다. 대전의 경우 출퇴근 시간 배차간격은 5분이다. 2~3개 역에서 이런 여닫기로 출발이 지연될 경우 다른 역에 대기 중인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곤 한다. 운전 중인 기관사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객 자신이 위험해진다.

2006년 대전도시철도개통이래 해마다 70~80건의 고객 부상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 역사 안에서 고객 부주의로 넘어져 찰과상을 입은 경미한 사고다. 그중 40~50건은 에스컬레이터에서, 10여건은 계단에서 일어난다. 70세 이상 어르신 부상이 거의 절반이다. 시설개선, 홍보, 순찰 강화 등 갖가지 방법을 다해도 안전 위협요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음주 후 전화나 대화를 하면서 또는 양손에 짐을 들고 지하철 이용 시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지하철 안전이용은 철도 종사자들과 고객 모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편리할수록 기본을 지켜야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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