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철 법제처 차장
[시론]

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정년 규정을 조례에 둘 수 있을까? 지방보조금의 교부를 신청하는 자에게 금품ㆍ향응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겠으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받겠다는 내용의 청렴이행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조례에 규정할 수 있을까? 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개정하는 과정에서 법제처에 실제 문의하였던 질문들이다. 지방자치가 성숙됨에 따라 지역마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정책을 제도화하기 위하여 많은 자치법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치법규의 수가 늘어나고 그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어떻게 하면 자치법규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고민 또한 크다.

29일 지방자치의 날을 앞둔 시점에서 1995년 이래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큰 성장을 이뤄 왔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보다 큰 꽃을 피우려면 앞으로는 지방자치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행정의 준거(準據)가 되는 자치법규의 품질을 제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자치법규 입안은 전문적인 법지식과 입법기술이 요구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입안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적지 않은바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려고 시작한 것이 바로 법제처의 자치법규 지원 제도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위법성이 없으면서 주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치법규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법제처에서는 다양한 자치법규 지원 제도를 통해서 자치법규의 품질을 높여가고 있다.

우선 자치법규를 제정·개정하거나 집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의문에 대하여 신속하게 의견을 제시하여 주는 '자치법규 의견제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에 시작하여 2016년 10월 현재 1700건 이상의 질의에 대하여 법리적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가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 개별 조문마다 위법성 여부, 표현 방식 등에 관하여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사전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작년에 4개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시작해서, 올해에는 충북 음성군 등 11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전부개정안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효과적인 법제지원을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행정자치부와 협업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정부입법 및 자치법규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파견하는 '법제협력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제협력관 제도는 현재 충청남도 등 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치법규 입안 검토, 집행과정에 필요한 해석, 대안 제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주요 정책결정에 대한 법제자문 역할도 담당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최근 충청남도가 관행혁신을 위해 먼저 추진하는 업무가 불합리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자치법규의 정비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법제처와 협업으로 모두 449건을 발굴해 정비했고, 이 가운데 303건은 조례 일괄 개정을 통해 신속하게 정비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상위법에 위배됨이 없는 좋은 자치법규를 만들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그러한 노력을 응원하는 법제처 등 중앙부처의 자치법규 지원이 합해져서 지방자치는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된다. 목화 네 근이 모이면 백성을 따뜻하게 하는 솜 한 근이 된다는 뜻의 사귀일성(四歸一成)이라는 고사처럼, 법제처와 행정자치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와 집행기관이 서로 협업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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