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 청주의료원장
[목요세평]

가수 노사연이 부른 '바램'이라는 노래를 자주 이야기한다. 그 가사 중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부분의 인용 때문이다. 의료원장으로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건강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마다 '익어감'을 강조하며 '노인됨'이 아니라 '어른됨'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나이 들면 노력 없이도 늙습니다만 바르게 늙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세월이 가며 노인이 됩니다. 노인이 아니라 어른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노인은 많은 사람의 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으로 익어 가면 많은 사람을 보듬는 거목이 됩니다'라고 말씀하신 어느 목사님의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이야말로 '어른됨'의 기본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나이 들며 지금까지 몸을 지탱해 준 각 기관들이 낡아지며 나타나는 증상들은 자연 현상이다. 청주의료원을 찾는 환자들의 가장 흔한 증상이 팔다리, 관절의 통증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어두워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모든 것이 자연스런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기능이 떨어지는 것의 정도를 낮추고 속도를 늦추는 노력은 필요하다. 돈 들여 헬스장에 가는 것 역시 자연현상에 역행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지는 것도 나이 들며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활 속의 운동을 강조한다. 가장 좋은 것이 걷는 것이다. 걷기는 뇌졸중, 심장질환, 과체중, 당뇨병, 우울증, 폐질환, 골다공증, 관절염 등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치매가 시작된 사람도 1주일에 3회 이상 걸으면 약물을 사용한 만큼 증상이 좋아진다는 보고도 있었다. 견딜 만큼 빠른 속도로 하루 8000보 이상을 걷기를 권하고 있다.

이런 생활 속의 운동을 홍보하는 데 언론사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해마다 이때 쯤이면 청주의료원은 충청투데이와 '충청웰빙 자전거대행진'이라는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한다. 행사장에 가보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도민들이 함께 한다. 여러 동호회가 참여해 자기들의 기량을 뽐내기도 하고, 아직 초보인 참여자는 그들의 조언 속에 많은 정보를 얻어 더 안전하고 더 효과적인 자전거 타기를 익히게 된다. 가을의 단풍 속에 어우러지는 형형색색의 복장도 볼거리가 되고, 좋은 날씨만큼이나 화사한 모든 이들의 표정과 대화 속에서 육체적 건강보다 더 중요한 정신적 건강 수준이 높아가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청주의료원이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함이다. 지역의 건강 수준은 하루아침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교육하고 홍보하고 또 필요한 경우 진료를 통한 지원도 해야 한다.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저소득층 간병비 지원, 사회복지시설 검진, 의료취약계층 수술지원, 성폭력 및 가정폭력 지원, 나아가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관리 사업 등 의료안전망 기능 확대라든가 미충족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등이 또 다른 측면의 공공보건의료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사업은 지자체나 정부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아 수행되고 있으며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위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문제의 예방이다. 그것을 위해 다시 한 번 생활 속의 운동을 강조한다. 이번 '충청 웰빙 자전거대행진'이 그런 생활로의 변화에 도움이 되어 웰빙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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