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이의 식객 http://blog.daum.net/hitch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은 최근 완공된 저잣거리가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에 가면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가마니, 멍 성, 동고리, 쇠신, 짚신, 밧줄, 자리, 망태기 등 짚으로 만든 수많은 생활도구들을 만나볼 수 있고 다양한 먹거리도 접해볼 수 있다.

아산 외암 민속마을에서 열리는 짚풀문화제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다. 적지 않은 차량들이 몰려서 이곳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주변의 공간으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었다.

생활용품의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했던 짚은 서민문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재료였다. 특히 땅이 부족했던 섬사람들은 무덤을 쓰는 대신에 짚으로 이엉을 덮어 비바람을 가린 초분으로 가묘를 쓴 다음 시체가 모두 썩으면 다시 모아서 묻는 방식으로 땅을 절약하기도 했다. 군산에 있는 근대역사박물관에 가면 고군산군도 일대에 있었더 초분 문화를 접해볼 수 있다.

이곳에서 한복을 대여서 입어보고 주변을 돌아다닐 수 있는 체험행사도 같이 진행하고 있었다.

집성촌으로 형성된 이 마을에서는 매년 이 맘 때면 짚불 문화제를 연다.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짚불 문화제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한가운데 들어서 있는 가을의 부위 기와 익어가는 벼의 풍성함을 몸소 체험하고 돌아갔다.

짚풀문화제 기간에는 수많은 공연뿐만이 아니라 지금은 보기 힘든 상여행렬 재현도 지켜볼 수 있다. 마을 사람 중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 하는 상여행렬은 고유 행사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너른 마당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체험 행사 덕분인지 몰라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매우 밝아 보였다. 2016년에 개최된 제17회 짚풀 문화제의 슬로건은 '조상의 슬기와 숨결을 찾아서'로 이곳에서 하는 체험 중 계란꾸러미 만들기 체험은 큰 인기를 누리며 수백 명이 몰리기도 했다.

아산에는 전주의 한옥마을과 전혀 다른 느낌의 민속마을이 있다. 예안 이씨 집성촌으로 이루어진 아산 외암 민속마을은 중요 민속문화재 236호로 지정된 곳이다. 상당 부분이 인위적으로 조성된 용인 민속촌이나 최근 너무 많은 색깔이 묻어서 예전 모습을 잃어버린 전주 한옥마을과 달리 외암마을은 푸근함과 정겨움이 있다.

지역마다 열리고 있는 축제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주인이 되어야 가능하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행사를 만드는데 그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시골 전통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을 살리고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것이 차별성을 가져가는 길이다.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걸어가는 사람들 뒤로 여유와 가을만의 색채가 느껴지니 말이다. 걸어가는 뒷모습만 보아도 가을이 어떤 것인지 그냥 느낌으로 만도 알 수 있을 듯하다. 올해의 짚풀문화제 행사에는 최근에 완공된 저잣거리를 축제의 장으로 활용해 방문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와 살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렇게 마을 아이들이 모여서 가을에 익어가는 밤을 구워 먹던 것도 이제 축제기간에나 잠시 접해볼 수 있는 체험으로 밀려났다. 한반도는 농경문화에서 시작된 곳으로 쌀을 재배하면서 나오는 볏짚은 단열도 좋고 보온도 좋아서 우리 땅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재료 중 하나였다. 부정을 타지 말라고 짚풀로 주변을 둘러싸거나 아이를 낳았을 때, 액을 막을 때에도 볏짚으로 만든 금줄을 둘렀다. 짚은 단순히 쌀을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신성시할만한 그런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올해 짚풀 문화제를 찾아온 사람들과 차량으로 인해 이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차량 정체가 일어나기도 했다. 앞으로도 축제의 방향성을 유지하고 외암 민속마을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해본다. (이 글은 10월 18일에 작성됐습니다-이 사업(기사)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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