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대전YWCA 회장
[아침마당]

노벨상 시즌이 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설레지만 역시나이다. 이럴 때마다 연구비 투자(GDP의 4.29%) 세계 6위라는 우리나라가 왜 노벨상을 못 타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첫째는 기초분야에 대한 장기 연구개발투자를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2015년의 경우 13조의 연구개발 예산 중 기초연구비는 2조에 불과했다. 기초분야보다는 당장에 성과가 보이는 단기적 연구, 임기 중 실적이 나오는 가시적인 성과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논리로 연구비를 배정하는 빨리빨리의 습성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모든 연구비의 집행이 타율적이라는 점이다. 연구비의 지출에 대해 연구자를 믿고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연구자를 일단 우범자로 보며 불신하는 연구비관리규정을 적용한다. 그러다 보니 연구비보다는 연구관리운영비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하는 우스운 현실이 벌어진다. 지금까지의 노벨상 수상과 연구비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0% 이상이 연구비의 지출을 연구자에게 믿고 맡기는 자율연구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좋아하는 것 하면서 놀다보니 노벨상을 주더라.’고 하는 일본의 생리의학상 수상자 수상소감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관심분야 연구를 장기간 연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연구가 어렵다보니 도중에 연구주제를 바꿔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장기간 연구한다는 것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교수직을 은퇴한 과학자가 노벨상을 타는 미국이나 일본의 연구 환경과는 딴 판일 수밖에 없다.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는 기초·기본적인 연구를 해야 하고, 자율적 그리고 원하는 연구를 장기간 지속해야 가능하다는 기본 원칙은 여성정책에서도 적용돼야 한다. 즉 여성정책은 남녀간 급여나 승진 등 정치, 사회적 양성 평등 실현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가사와 육아노동의 분담이 가정 내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제도화를 기해야 한다.

둘째는 타율보다는 자율에 바탕을 둔 여성정책을 펴는 일이다. 현재처럼 사업대상자는 하나인데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이원화된 육아정책이 이루어지면서 두 부처가 경쟁하듯 각종 규제를 남발하는 현실, 올해도 반복되고 있는 학부모를 볼모로 한 정부와 교육청간의 어린이집 누리사업 예산을 둘러싼 갈등,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민간어린이집 운영의 난맥상 등은 규제가 아니라 자율의 바탕에서 해결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어린이집 설치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는 장기적으로 15세까지의 어린이에 대한 병원비 무료화 등 출산과 보육, 그리고 교육을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대전시장과 교육감이 초중등학교의 무상교육과 무상친환경급식 실현을 도로포장이나 건설예산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할 때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출산율을 올리며, 소위 저녁이 있는 삶, 밥상머리 교육이 가능한 삶이 가능해질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의 여성정책이 사라지고 겉만 바뀐 정책 혹은 연속성을 찾기 어려운 정책이 나온다면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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