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아파트에 사신다면 매월 관리비를 얼마나 내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또 그 관리비가 어떻게 쓰여 지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분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보거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입할 때에 불과 1000~2000원 짜리를 구입하면서도 상품의 성분이나 그램당 단가까지 꼼꼼히 따진다. 하지만 매월 적게는 10~20만원, 많게는 50~60만원까지 지출되는 아파트관리비에 대해서는 정확한 금액도 모르고, 왜 그 금액을 내야하는지 혹은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먼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낫다’는 옛말처럼 한울타리에 살며 가깝게 지내야 할 이웃끼리 서로 불신과 의혹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아파트관리비에 대한 의혹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를 ‘투명하지 않은 관리비 운영시스템’과 ‘운영 주체의 비전문성’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서구는 전체주민의 62%인 11만여 가구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함께 행복해지는 도시를 만들자’는 구호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따라 구청장 취임 이후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1월에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쳐 나갔다.

수차례 언론 등에서 소개 됐듯이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에서는 ‘찾아가는 공동주택 주민학교’를 운영해 관리주체와 입주민들께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된 사항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관리비 진단 및 컨설팅’으로 투명한 관리비 집행과 효율적인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맞춤형 진단 서비스, ‘공동주택관리 실태조사 및 감사’를 통한 위법사항이나 비리를 적발하고, ‘공동주택 시설개선 지원사업’으로 공공성이 있는 공동주택 관리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또 단지내 소통확대 등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해 더불어 사는 아파트 공동체가 되도록 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가 운영된 이후인 2016년과 2년 전인 2014년의 같은 기간 중 관리비를 비교하면 전국 평균은 3.4% 인상됐다. 서울을 비롯한 특·광역시가 모두 2.4%에서 최고 6.1%까지 올랐음에도 대전만이 유일하게 0.5%가 감소했다. 대전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은 서구가 3.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국적으로 인상된 것과 물가인상분을 감안하면 실제 효과는 더 크다.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공동주택관리센터의 운영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자평해 본다. 그동안 10개월간의 운영기간을 통해 나타난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문가 자문단 기술지원으로 7억 700만원, 15개단지에 대한 관리비 진단 및 컨설팅으로 2억 2700만원을 절감했고 공공주택관리 실태조사를 통해 1억 1700만원, 에너지 절약 지원사업으로 1억 6000만원을 절감하는 등 아파트 관리비를 총 12억 1100만원을 절감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나 장치도 그것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방치해 둔다면 그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관리비가 얼마이고, 또 어떻게 쓰이는지 주인인 나조차 관심 없다면 어느 누가 그걸 지키기 위해 힘써 주겠는가?

내가 내 것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참여할 때 어느 누구도 내가 낸 관리비를 흥청망청 함부로 쓰지 못할 것이다. 또한 모든 주민들이 그런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할 때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도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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