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갑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시론]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의 발명가인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작성한 유언에 따라 매년 인류의 문명 발달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노벨상은 수상자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온 나라가 큰 영광을 느낄 수 있으리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권위 있는 상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22명이나 배출했음에도 말이다. 노벨상은 1901년부터 문학상, 화학상, 물리학상, 생리의학상, 평화상이 수여되다가 1969년부터 경제학분야에서 뚜렷한 지적 공헌을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경제학상이 추가돼 현재는 6개 부문에서 시상되고 있다. 이 중 노벨 평화상은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수여되나, 다른 상들은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매년 12월 10일에 수여된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8월 북유럽 6개국 여행길에 스톡홀름 시청사를 방문했다. 스톡홀름 시청사는 화려하고 웅장한 노벨상 시상식과 만찬연회장으로 널리 알려져 일약 관광명소로 손꼽히고 있었다. 멜라렌 호변에 세워져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이 우아한 궁전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1911년 스웨덴의 유명한 건축가 라그나르 왜스트베리의 설계로 건설되기 시작해 1923년 완성됐다. 내셔널 로만 양식의 건축물로 북유럽에서 중세풍의 건축미가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붉고 고풍스러운 건물아래 아름답게 서 있는 회랑의 열주들과 둥근 아치, 청사광장, 그리고 호수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청사 안으로 들어서니 먼저 블루홀 이라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 넓은 공간이 먼저 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붉은 벽돌에 다양한 문양이 아름다운데, 높은 천장에 창문을 높게 설계해 채광 효과를 높이고 있었다. 각종 행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가장 유명한 행사는 12월 10일의 노벨상 수상 축하 만찬회라고 한다.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시상식이 끝난 뒤 시청사 블루홀로 자리를 옮겨 펼쳐지는 화려한 만찬은 참석자들로부터 '경이로운 예술작품'이라는 찬사를 듣는다고 한다. 스웨덴 국왕 내외가 참석하고, 노벨상 관련 행사 참석자들은 반드시 연미복을 입어야 하며, 그리고 축하 음악회와 다양한 행사를 곁들여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한다. 이런 격식이 시상식의 품격과 참가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킨다고 한다.

시청사의 최대 백미는 2층에 있는 골든홀이다. 1800만 개의 금박과 유리 모자이크로 장식된 화려한 벽면은 화려하기가 환상적이다. 아이나르 프르세드가 디자인하고 200명의 전문가가 2년간 만든 방이라고 한다. 이 골든홀은 노벨상 수상 파티의 무도회장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 역사적인 스톡홀름 시청사의 아름다운 방들을 보면서 언제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 이 영광스러운 만찬장에 참석할 수 있을까 하고 상상해 보았다. 경쟁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구지원 없이 노벨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도 연구개발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되고 있다니 머지않아 평화상에 이은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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