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아침마당]

콤플렉스는 다른 사람에 비해 뒤떨어지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만성적인 감정이나 의식이다. 꽃방석에도 근심이 있듯 크기가 다를 뿐 누구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등감을 노출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런데 가끔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공개하고 도리어 에너지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일본의 혼다자동차 창업주 소이치로는 "나의 장점은 툭 터놓고 물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것을 간판으로 내세웠으니 모르는 게 있어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는 공자의 말에 일치하는 삶이다. 범상치 않은 용기로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된 사람으로 자존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학력 콤플렉스를 극복한 사람은 또 있다. 어린 김대중은 공부를 매우 잘하는 학생이었지만 전쟁 통에 대학 진학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런 경우 공부를 못했던 사람보다 잘했던 사람의 학력 콤플렉스가 더 크다고 한다. 그는 일하면서도 책을 놓지 않는 독서를 통해 이를 극복했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정확한 통계와 근거, 명확한 논리, 적절한 예화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설을 할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현대 여성복의 시초를 마련한 코코 샤넬처럼 환경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도 있다. 가난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고아원에서 생활했던 샤넬은 불우한 유년시절의 아픔을 감추는 대신 패션디자인의 창작 동기로 삼았다. 불행했던 삶의 경험을 독창적으로 소화해 기존의 전통을 깨뜨린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했다.

심리학자 아들러의 '콤플렉스는 자아 발전의 강력한 촉진제'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맹사성은 두 왕조를 섬긴 변절자 콤플렉스로 힘들어했다. 하지만 대사헌이 된 후, 비정치적 노선을 견지하며 공평무사하게 일처리를 했는데 임금에게도 예외가 없었다고 한다.

세종이 태종실록을 열람하겠다고 하자 "만일 전하께서 이것을 보신다면 후세의 임금들이 이를 알고 실록을 고치려 할 것이고 사관도 군왕이 볼 것을 염려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지 않을 것이니 어찌 후세에 진실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라며 단호히 반대했다. 두 왕조를 섬겼지만 죽음을 무릅쓰며 법과 원칙을 지킨 소신으로 변절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

송상호 목사는 저서 ‘예수의 콤플렉스’에서 “성인(聖人)들이라 함은 콤플렉스를 어떤 식으로든 극복한 사람들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콤플렉스와 화해한 사람, 콤플렉스를 승화시킨 사람들이다. 콤플렉스는 약점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강점이 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청소년기는 특히 성격, 성적, 외모, 환경 등의 콤플렉스에 민감한 시기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성인(聖人)들처럼 개인의 의지와 용기로 이겨내라고 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또한 콤플렉스는 수술로 뚝딱 도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와 사회에서는 진학의 기회를 놓친 혼다 소이치로,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맹사성, 성장의 아픔을 가진 샤넬과 같은 학생에게 딱 맞는 지원과 치유, 배움과 채움의 기회를 줘야한다.

충남교육은 모든 학생들에게 배울 권리를 보장하는 평등교육,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한 참된 배움을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마음을 얻어야한다. 열등감으로 상처가 덧나지는 않았는지 먼저 들여다 봐야한다. 아들러는 '인간의 가장 큰 심리적 과제는 콤플렉스 극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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