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시론]

가을은 마음이 넉넉해지는 계절이지요. 산과 들은 열매를 맺고 사람들의 곳간에는 햇과일과 곡식이 쌓입니다. 그 가을의 한가운데쯤 추석이 있습니다. 추석은 우리 겨레에게 가장 큰 명절이지요. 삶터를 주고 품어주는 자연과 농사지을 땅을 물려주신 조상님께 고마운 마음을 드리고, 결실의 기쁨을 온 마을이 함께 나누는 큰 잔칫날이었습니다. 함께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을 나누어 먹고 강강술래, 줄다리기, 씨름과 같은 놀이로 어우러졌습니다.

안타깝게 요즈음은 그런 마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함께 어우러져야할 까닭이 있습니다. 힘을 모아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수도 있지요.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눌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일은 삶은 더욱 풍부하게 가꾸는 길입니다. 마을을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야 할 가장 큰 까닭은 바로 '교육'입니다. 온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온 마을이 배움터가 된다면 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 배움을 다시 마을에 돌려 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마을교육공동체'입니다. 추석을 계기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미래인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추석은 부모님을 찾아뵙고 일가친척을 만나기도 하며 가족이 함께 긴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살아 있는 가정교육에 더 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이 좋은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이야기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마주보고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가 교과서나 책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이 있습니다. 추석의 유래, 가족이 살아온 이야기, 농부들이나 우리가 잘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추석과 같이 즐거운 날이면 더 슬퍼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어른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겠지만 나눈다는 것은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가족과 함께하는 놀이를 즐겨 보세요. 아이들에게 놀이는 밥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머리와 몸을 성장시키고 행복감과 인성, 사회성을 키웁니다. 스마트폰과 게임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사람들이 실제로 어우러져 노는 즐거움을 맛보게 했으면 합니다. 원래 추석에 많이 하는 세시놀이가 있지만 신문지를 접어 만든 딱지치기, 제기차기, 가족 대항 윷놀이도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물려주는 것도, 지식을 물려주는 것도 아니고 진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놀이를 물려주는 일입니다.

셋째, 함께 일하는 보람과 기쁨을 느끼길 바랍니다. 전통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요. 가부장적인 명절 분위기 때문에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들은 몸고생, 마음고생이 심합니다. 이런 것을 보고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만들어 지겠지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송편 빚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두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일 이번 추석부터 실천해 보시길 바랍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에 뜨겁고 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은은한 빛으로 캄캄한 밤에 길을 찾도록 도와주며, 차고 이지러지는 변화로 날이 가는 것을 알려 주기도 합니다. 달빛은 그렇게 소박하고 겸손하지만 사람들의 삶에 은근한 도움을 주지요. 추석에 뜨는 달은 더욱 넓고 둥근 모습으로 세상 어디에나 낮은 곳까지 고르게 스며듭니다. 그 달빛의 마음으로 더욱 넉넉히 이웃을 품고 낮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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