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갑 산업현장교수
1984년 KT 입사… 30여년 근무
단순업무들도 정확하게 처리
향상된 품질… 조언자로서 뿌듯

▲ 소병갑 산업현장교수(사진 왼쪽)이 유성구 탑립동 중앙통신㈜ 본사에서 광케이블 연결에 대한 기술지원을 진행 중이다. 김영준 기자
“두 번 할 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면 산업현장교수를 초빙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땡볕이 내리쬐던 지난 주 유성구 탑립동 테크노단지, 중앙통신㈜ 본사는 날씨만큼이나 교육열이 뜨거웠다.

1984년 설립된 KT 1군 협력업체(정보통신 시설 구축)로는 지역 최대 규모인 이곳에서 소병갑(57) 산업현장교수가 기술지원을 하고 있었다.

소 교수의 교육은 전문 이론과 현장의 오랜 연륜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광케이블 국내성단시에 연결되는 선을 왼쪽으로 감아 갈무리하는지, 오른쪽으로 감는지 등 세세한 부분에 따라서도 차후 내구성에 큰 차이를 보여요. 기술자가 설비를 만지는 과정에서 움직임이 생기고 오랜시간 방치되면 기능열화나 단선의 위험도 생기죠.”

단순히 선 하나를 연결하는 일도 작업 전체를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는 즉, 나무가 아닌 산을 봐야한다는 조언이다. 그 역시 현업에 있을때는 조급하게 일을 하다 크고 작은 사고를 낼뻔 했기에 작은 일들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일해야 비로소 채득할 수 있는 업무 지식이 고스란히 일선 직원들에게 전달된다.

소 교수는 “기술 업무에는 나름의 ‘공법(공사방법)’이 있는데, 매뉴얼화 되지 않은 세세한 부분은 이렇게 노하우를 갖춘 사람이 알려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이런 것이 산업현장교수의 역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기술지원을 받는 기업의 반응도 좋다. 김충년 중앙통신㈜ 기술이사는 “이론없이 얕은 경험에 따라 일을 진행하다보면 실수가 생기고 재차 시공해야하는 일이 생긴다”며 “공법의 이론과 실전을 배움으로써 현장에서 생기는 실수들을 방지할 수 있어 기쁘다”고 호평했다.

소 교수의 30여년 경력을 돌이켜보면 당연한 찬사다.

전자공학과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한 소 교수는 1983년 대전의 신진건설 통신기술부를 거쳐 1984년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했다. 정보통신 선로·전송 분야 현업에서 근무하다, 1993년에 KT 인재개발원으로 발령받아 사내 직무교육 교수로 근무했다. 현장 업무에서의 경험과 뛰어난 지식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수행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 KT 인재개발원에서의 경험은 소 교수가 산업현장교수로서의 새 삶을 살게 된 원동력이자 계기가 됐다.

15년 간의 직무교육 교수로 남을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낀 소 교수는 지난해부터 산업현장교수 활동을 통해 다수의 기업에 기술지원을 하고 있으며, 대전산업정보학교 등 학교 직업교육도 1년간 진행했다. 이 곳에서 성실하지만 집중력이 유독 약했던 한 학생을 통신선로 기능사에 합격시킨 바 있는 소 교수는 산업현장교수와 같은 조언자의 역할이 현장에서 얼마나 큰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목격했다고 한다.

소 교수는 “간단한 일이나 공법은 누구나 시행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표준 공법과 이론적 체계를 조금만 알려줘도 금새 품질이 대폭 향상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봤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의 현장에서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산업현장교수=우수한 산업현장 전문가들을 교수로 위촉, 중소기업 및 특성화고 학생 등에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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