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끄트머리에 설 때마다 아쉬움과 스산함에 몸을 떠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 일까. 아무리 그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지만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시간을 맞아야 하는 이 순간 착잡함을 떨칠 수가 없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전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이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앞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울수록 그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일종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검증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강압적인 취재방법에 대한 MBC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적인 감정은 극히 예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생명윤리 논란이 언론의 윤리 문제로 비화하더니 이젠 황우석 교수에 대한 비판세력에 이념의 색칠이 더해지면서 '황우석 교수 죽이기 배후론'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사회
지난 26일 오후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미술인들의 행사가 열렸다. 대전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던 심향(深香) 박승무(朴勝武)화백의 추모 25주년을 맞아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학술 심포지엄이 처음으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심향 선생은 허백련, 김은호, 노수현, 변관식, 이상범화백과 더불어 '동양화 6대가'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합종연횡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간의 적통(嫡統) 논쟁, DJ에 대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화해 제스처,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국민중심당 역할론이 서로 얽혀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차기 대선 역할론을 제기하더니 어제는 병
어느 덧 소슬한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이다. 머지않으면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에 순응해야 하는 게 우리의 소박한 삶이다. 어김없이 '순환' 법칙을 이어가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모습은 그렇게 그려진다. 거기에선 '선순환'이든 '악순환'이든 구분 의미가 별반 소용이 없다. 인간은 이를 선용(善用)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탓이다. 하지만 자연의 순환법칙에 비하면 인간
"당신이 비하하는 오 장관님은 해군장교로 군복무를 마치셨더군요. 근데 의원님은 '고령으로 군면제', 내 참 어이가 없수다.""나라 운영 잘하라고 국회의원 뽑아주면 뭘 하나. 장애인은 국민 아니냐. 못난 사람도 돕고 좋은 일하라고 뽑아준 건데. 자기들 뱃속만 불릴 줄 알지."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이 국감장에서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의 선천성 말더듬증을 조롱한
요즘 시중에 떠도는 '소' 시리즈 한토막. 청와대에 소한마리가 들어온 상황을 설정해 놓고 역대 대통령들이 보여주는 인식과 행동양식이 흥미롭다. "농촌으로 돌려보내라", "청와대 식구끼리 바비큐 파티나 하자", "내 집 안마당에 묶어 놓고 보자", "아들에게 물어보고 처리하자", "북한으로 보내자", "토론에 부친 후 처리하자"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역대
역시 안기부 X파일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 끝이 어디인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마치 판도라의 그것을 닮았다. 제우스가 인간의 모든 죄악과 희망까지 넣어 판도라에게 주었다는 그 상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과연 그 상자 속엔 뭐가 들어있을까? 끝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판도라 상자 뚜껑을 열었더니 인간세상으로 온갖 악령들이 쏟아
조지 오웰의 정치소설 '1984'에는 막강한 권능을 지닌 독재자가 등장한다. '빅 브러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국민의 사생활을 끊임없이 감시한다. 국가권력이 시민의 감정, 표정 등 일거수일투족까지 완전 통제하기란 식은 죽 먹기다. 전국 각 가정, 사무실마다 설치된 감시 카메라 및 첨단 통신기술만 잘 활용하면 그만이다. 음울하고 억압된 전체주의에서 망가
"장관이 얼마나 좋은지 아나… 부산·경남 사람들 (이번에 다른 사람이 대통령 되면)영도다리 빠져 죽자.""부산·경남·경북까지만, 요렇게만 딱 단결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일으켜야 돼."지난 92년 대통령선거를 사흘 앞둔 12월 11일 아침에 일어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의 녹취록 중 일부다. 그 좋은 장관자리라도 하려면 지역
정치인이란 표심(票心)을 먹고산다고 했던가. 각 정당마다 4·30 재보선 결과에 대한 반응이 갖가지다. 그 내용엔 일리가 있는 것도 있지만 아직도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대목도 눈에 띈다. 그것은 선거 결과를 어떤 시각에서 분석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오직 아전인수격 입장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훗날을 도모하려는 '비수'가
요즘 중국에서는 일본 규탄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등에 대한 반일 감정이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일본 소니사의 대형 광고판을 뜯어내면서 일본의 태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주말엔 베이징과 광저우, 선전 등에서 3만명 이상의 군중 시위가 벌어졌다. 일본 대사관 유리창이 박살나고 일본인 2명이 부상을 입어
요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처리'와 '과거사법 연기'를 맞바꿨다는 이른바 '빅딜설'을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빅딜설을 제기한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에 대해 5억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민·형사 소송을 내겠다"는 한나라당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구태정치를 재현하려 한다든지 옳지 않은 기도를 하려 한다면 절대 용납지
연예인 X파일 사태로 온통 세상이 시끄럽다. 메가톤급 인터넷 테러라고 할 만하다. '그녀는 레즈비언'이라는 모욕적인 평가로부터 '모 기획사 사장의 애인'이라는 말에 이르기까지 밑도 끝도 없는 풍문이 일반인의 관음적(觀淫的) 호기심에 업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과연 인터넷 강국답게 국내 유명 연예인 125명의 신상 정보를 담은 문건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
올해 대중문화계의 경사라면 단연 '욘사마'의 한류(韓流) 열풍을 들 수 있다. 일본 아사이신문은 2004년 일본의 최고 유행어로 '욘사마'를 선정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올해의 히트상품 1위에 '욘사마'를 꼽았다. 일본열도를 통째로 집어삼킨 배용준의 인기가 놀랍기만 하다. 배용준 주연의 드라마 '겨울 연가'(일본명 후유노 소나타)의 경제적 효과가 2조 30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충청권이 연일 분노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위헌 결정 파문의 최대 피해자인 연기군민들의 상실감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조상 대대로 농사만을 알고 살아왔던 이들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이주를 위한 담보대출까지 받았지만 이것마저 위헌 후폭풍으로 제값을 못해 파산지경에 빠졌다. 연기군민들이 꽃
엊그제 청주시청 공무원들이 소속 시장을 '행자부의 개(犬)'에 비유한 사건이 벌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청주시 공무원노조가 홈페이지 게시판에 시장을 조롱하는 문구를 걸친 개의 사진을 올렸다. 이들은 이 개를 시청광장에서 끌고 다니며 시위를 했다고 해서 청주시내가 시끄럽다. 무슨 일이 있기에 '죽기 아니면 살기' 식 감정싸움으로 치닫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개×놈, 그놈은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이야.""허구한 날 술 퍼마시고 마누라 두들겨 패고 가재도구 때려 부수는, 그래서 집안 말아먹은…." 시정 잡배나 망나니의 입에서 나올 법한 욕설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한나라당 의원연수회 중에서 나온 것이어서 충격을 준다. 물론 그 대상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환생 경제'라는 정치풍자극에 한나라당 국회의원 24
도청 이전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심대평 충남지사가 신행정수도 입지 결정 이후에 보완용역을 거쳐 임기 중에 도청 이전 후보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작년 3월 심 지사가 당시 추진 중이던 도청 이전문제를 올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유보하기로 공식 약속했던 만큼 충분히 예견된 사안이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신행정수도라는 복병 앞에서 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총재가 어제 정계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노병은 죽진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라는 맥아더 장군의 고별사를 인용하면서 그렇게 정치생활을 접었다. 10선 고지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심정이야말로 착잡하기 그지없었으리라. 그것도 4·19 혁명 44주년을 맞아 홀연히 정계를 떠났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