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10~20시간 무르게 익힌 메주콩을 뜨거운 곳에서 볏짚 등을 이용해 바실러스균이 생기도록 띄워 만든 식품이다. "청국장을 먹으면 옷에 냄새가 배어 점심으로 먹기가 좀 그렇다." 된장이 오랫동안 발효과정을 거치지만 청국장은 하루 만에도 만들 수 있다. 역한 냄새는 마찬가지다.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메뉴다. 영양가 높고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이 당기는 발효식품이기 때문이다. 담북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디서 유래됐을까? 설이 분분하지만 중국 청나라가 다소 설득력을 얻고 있다. 1636년 병자년 청나라가 조선을 ... [충청투데이]
안성맞춤. '여름철 간식거리로는 옥수수가 안성맞춤이다', '지리산은 빨치산들이 숨어들어 활동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물건이 좋아 마음에 딱 들어맞거나 경우와 계제(階梯)에 잘 어울림을 일컫는다. '안성(安城)'은 지명이며 '맞춤'은 '맞추다'의 명사다. 어찌해 지명과 행위 명사가 붙어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켰는가. 안성은 18세기 초 경상, 전라, 충청이 만나는 상업 요충지로 조선시대 4대 시장이었다. 삼남(三南)지역의 특산물이 서울로 올라가던 중 안성 장날이면 이곳에서 대부분 거래될 정도였다. 특히 안성 장날에는 유기(놋그릇)... [충청투데이]
난장판. 여러 사람이 떠들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장소를 뜻한다. "월드컵 축구 결승전 도중 훌리건(hooligan)이 경기장으로 난입, 난장판을 쳤다" 어지러울 란(亂), 마당 장(場), 자리를 뜻하는 순우리말 '판'으로 이뤄졌다. '場'과 '판'은 동의어다. '난장'이라 해도 되지만 굳이 '판'을 붙인 이유는 양수(陽數) 가운데 '3'을 좋아하는 우리말 특성 때문이다. '처가(妻家)'를 '처갓집', '초가(草家)'를 '초가집', '포승(捕繩)'을 '포승줄'처럼 말이다. 사용 시기는 과거제도가 활성화된 조선시대일 것으로 추... [충청투데이]
함흥차사(咸興差使). 심부름 간 사람이 돌아오지도 않고 아무런 소식도 없음을 일컫는다. '함흥'은 함남 지역 명이고 '차사'는 중요 임무를 띠고 파견하던 임시 벼슬이다. 조선 초 두 차례의 '왕자의 난'이 그 사연이다. 태조가 후처(선덕)의 둘째 방석을 세자로 세우자 본처(선의) 아들들, 특히 방원이 난을 일으켰다. 본처 둘째 방과(정종)에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왕위를 물려준 태조는 이 꼴 저 꼴 보기 싫다며 고향 함흥에 은거했다. 왕위를 놓친 방원은 2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태종이 됐다. 형제들을 살해하면서까지 왕위를 차지한 ... [충청투데이]
십년감수(十年減壽). 글자대로 풀이하면 수명이 십 년이나 짧아졌다는 뜻이지만 몹시 놀라거나 위태로운 일을 겪었을 때 쓴다. "십년감수했지 뭐야! 어젯밤에 음주운전으로 역주행하는 차와 충돌을 가까스로 피했으니 말이야." 여기서 주목할 만한 말은 왜 하필 수명이 짧아져도 10년 인가이다. 20년이면 어떻고 30년이면 어떠한가. 축음기가 처음 도입돼 시험가동을 할 때 고종 황제의 놀라움의 표현 한 마디에 그 사연이 담겨있다. 1897년 미국 공사이자 의사인 앨런이 우리나라로 들여온 축음기가 어전에 설치됐다. 고종과 대신들 앞에서 당... [충청투데이]
파경. '깨지다' '破'와 '거울' '鏡'이 합쳐진 글자다. '거울이 깨지다'이지만 '이혼하다'로 쓰인다. "젊은 부부는 잦은 싸움에다 맞바람까지 나더니 결국 파경을 맡고 말았구먼." 깨진 거울이 무슨 사연을 담고 있기에 백년가약의 부부를 갈라놓는 의미로 둔갑했는가? 사연이 참으로 애잔하다. 중국 남북조시대 마지막 왕조 쳔(陣)마저 망할 무렵(590년쯤). 쳔 태사자인 씨더옌(徐德言)은 쳔 황제의 누이동생, 낙창(樂昌)공주를 아내로 맞았다. 그러나 씨더옌은 갈수록 고민과 근심에 빠졌다. "곧 쳔 나라는 쓔이(隨) 나라에게 망한... [충청투데이]
단장(斷腸). 끊을 '斷'과 창자 '腸'으로 구성된 글자로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이다. "남과 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은 단장의 아픔을 겪고 있지" 무엇보다 '단장'하면 '단장의 미아리 고개'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한국전쟁 당시 북으로 끌려가는 남편의 모습을 아내가 보고, 백년이 가도 기다릴 터이니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 아내의 마음은 어떠할까? 이 단어의 탄생에는 애절한 사연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환온(桓溫) 장군이 배를 타고 촉(蜀)나라를 치기 위해 장강의 삼협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한 병... [충청투데이]
철들다. '사리를 분별해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라는 뜻이다. '그 녀석 군대 갔다 오더니만 철들었네', '아직 철이 없어 그러하니 어떠하겠나' 원래 '철'은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 현상에 따라서 일 년을 구분하는 계절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봄철, 가을철 등등 말이다. 한 해 가운데서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를 일컫기도 한다. '씨앗 파종의 제 철은 봄이다'. '철들다'는 '제 철에 들어섰거나 농사지을 계절을 제대로 알게 됐다'는 것이 원래 의미다. 그러니까 '철들다'는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최적의 때가 됐음을 ... [충청투데이]
한식(寒食).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 4월 5일쯤이다. 찬밥을 먹는 날이지만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다. 명절에 찬밥을 먹다니… 불을 사용할 수 없어 밥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사연은 이렇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개자추(介子推) 전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진 헌공이 여희(헌공의 비)의 꾐에 속아 태자를 죽이자 둘째 아들 중이(重耳)에게도 화가 미칠 판이였다. 중이는 계모 여희의 학대를 피해 다른 나라로 피신이 불가피했다. 이때 개자추가 수행했다. 풀만으로 연명하던 중이에게 자신의... [충청투데이]
탕평채. '청포묵'이란 음식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한자어로 '탕평채(蕩平菜)'다. 여기서 '탕평(蕩平)'을 주시하자. 무편무당 왕도탕탕 무당무편 왕도평평(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이란 구절이 ‘서경’에 나온다. 후세인들은 이를 줄여 '탕탕평평'이라 했다. 임금은 정치 논쟁이나 시비에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공평해야 함을 뜻한다. 여기서 '탕평채'라는 음식명이 유래됐다. 대체적 음식이름은 재료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탕평채는 앞서 보듯 재료와는 전혀 관계없이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 왜 그럴까. 조선 영조(17... [충청투데이]
재주. 무엇을 잘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이나 슬기를 뜻한다. "어려서부터 활쏘기에 비상한 재주를 보였던 그는 결국 훌륭한 장수가 됐다", "그는 온갖 재주를 부려 위기상황에서 교묘히 빠져나갔다" '재주'는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와 한글이 섞인 단어다. 한자어로 '才操'라 쓰지만 '재조'로 읽지 않고 '재주'로 읽는다. 왜 그럴까. 모음은 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의 파괴 때문 아닐까. 마치 대조(大棗)가 대추로 불리듯 말이다. 여기서 재주와 잘 어울리는 동사로 '부리다'가 비롯됐다. 조(操)의 뜻은 '손으로 잡다. 쥐다. 부리다... [충청투데이]
사시미(Sashimi). 어패(魚貝)류를 날 것으로 썰어 간장 등의 조미료에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 일본음식으로 알고 있다. "오늘 저녁 광어 사시미 한 첨에 소주 한잔 어때", "사시미는 뭐라 해도 두툼하게 썰어야 식감도 좋고 감칠맛이 더하지" 맹자(孟子)에 '인구에 회자(膾炙) 되다’가 나오고, 논어(論語)에 보면 ‘공자는 두툼하게 저민 회(膾)를 즐겨 먹었다'한다. 고려 중기 이규보는 ‘膾’를 주제로 한 시(붉은 생선회를 안주 삼아, 반 병 술 기울이니 벌써 취한다)를 썼다. '膾'는 짐승이든 물고기이든 날 것으로 얇게 칼... [충청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