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건으로 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하재헌(21) 육군 하사는 남북한이 고위급접촉 타결로 무력충돌의 위기를 넘긴 것을 보며 "두 번 다시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26일 육군에 따르면 하 하사는 25일 새벽 고위급접촉 타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짜 두 번 다시는 나와 같은 사고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되고 북한은 더이상의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하 하사는 고위급접촉 타결 소식을 보도한 연합뉴스 모바일 기사를 캡처한 사진도 함께 올렸다. 그의 말은 북한의 도...
▶1956년. 중국 충칭시 가오탄(高灘)촌에 살던 20살 청년(류궈장)은 10살 연상이자 아이가 넷 딸린 과부(쉬차오칭)와 사랑에 빠졌다. 마을사람들은 과부가 총각을 꼬드겨 욕심을 채웠다며 쑥덕거렸다. 따가운 시선을 받던 두 사람은 해발 1500m의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젊은 남편은 화전을 일구고 가축을 치는 고된 일과에도 아내를 위해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다 돌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로지 망치와 정, 삽 하나로 6000개의 '사랑의 하늘 계단'을 놓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계단 옆에는 작은 구멍을 따로 만들어 ...
▶학창시절의 기억은 공부보다는 노동에 방점이 찍힌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던 당시, 배꼽시계는 점심이 되기도 전에 요란스럽게 울렸다. 간간이 새참으로 실핏줄의 고단함을 풀긴 했지만 돌아서면 또 배고팠다. 뱃속에 '거지'가 산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일부러 거지처럼 굴어 일의 양을 줄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첫새벽부터 밭고랑을 매니 입에선 단내가 났다. 친구들이 공을 차러 가는 시간에 삽을 드는 건 눈물이었다. 때로는 고추와 호박을 땄고, 때로는 과수원 농약 치는데 온종일을 보냈다. 왜 어른들이 '뼈 빠지게'라는 관용구를 입에 달...
▶땅이 부글부글 끓는다. 태양도 자신의 붉은 몸을 견디지 못해 구름 뒤로 몸을 숨긴다. 그 비등점은 사람들의 육체와 마음까지도 까맣게 태워버린다. 습기 머금은 바람 또한 지난겨울의 빙점을 잊어버렸다. 낮엔 폭염, 밤엔 열대야(夜), 태양의 저격을 잠시도 피해갈 틈이 없다. 몸에서 '화가 나는 건' 그냥 본능인데 맘에서 '화가 나는 건' 불능 아닌가.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고 싶은 건 마음에 박힌 못 하나 때문이다. 버럭 성을 낼 수도, 그냥 꾹 참고 삭일 수도 없는 이 불편한 나날들, 이럴 땐 줄행랑이 상책이다. 숨어봤자 ...
▶①끈적이는 시선과 춘정이 점멸하는 S노래방에서 남자교사가 여교사의 몸을 더듬으며 블루스를 추자고 치근덕댔다. 옷이 뜯겼다. 여교사가 적극적으로 반항하자 바로 옆에 앉아있던 교장이 오히려 여교사를 나무랐다. 이후 1년 넘게 여자교사는 야만인들의 소굴에서 굴욕적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②남자 교사 A가 여학생을 상담실로 불렀다. 그는 다짜고짜 여학생 허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주물렀다. 심지어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맨살을 만지고 가슴까지 만지려했다. 영어교사 B는 여학생들에게 황진이, 춘향이 등의 이름을 붙이거나 연예인과 성관계하...
▶부모는 자식을 위해 일하고 자식을 위해 온전하게 버틴다. 이런 일련의 무한희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숙명처럼 계승돼온 업보다. 자식 생각에 안 먹고, 못 입고, 안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니 이처럼 우매한 '불치병'도 없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짐한다. 자식들이 온전하게 크고 나면 신나게 먹고 입고 즐길 것이라고…. 하지만 막상 즐기려고 작심했을 땐 이미 폭삭 늙어버린 나이가 된다. 여행을 시켜줘도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그림의 떡이다. 맛있는 음식을 사줘도 치아가 좋지 못해 그림의 떡이요, 좋은 옷을 입혀도 가늘어진 뼈마디...
'일용엄니'가 단단히 화가 났다. '왜 지역감정을 건드리냐'며 삭발했다. 그녀는 KBS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와 관련해 '전라도'를 폄훼하는 악성댓글을 접하고 분노를 떠뜨렸다. 이 프로그램은 '버럭' 하기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연예인의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아성찰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김수미(전북 군산)의 짝이 원래 개그맨 장동민(충남 아산 출신)이었는데 박명수(전북 군산)로 교체되자 인터넷에서 와글와글해댄 것이다. 악성 댓글의 내용은 이렇다. "고향이 같다고 네가 박명수를 (...
▶북적이던 집이 텅 비었다. 아내와 막내는 캠핑을 떠났고, 큰애는 동아리 MT에 갔다. 호젓하게 혼자 있고 싶었던지라 기꺼이 빈집에 남았다. TV와 선풍기, 노트북을 켜놓고 빈둥빈둥 돌아가는 세상의 시계는 껐다. 배고프면 주전부리를 하고, 노곤해지면 침대에 몸을 누였다. 무념무상, 분명히 호사였다. '불편'하지 않다는 것은 누군가의 '돌봄'이 없어도 괜찮다는 몸의 반응이다. 그런데 저녁에 날아온 한통의 문자와 사진(카톡)이 산통을 깨버렸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즐거워 보이는 캠핑장 풍경이었다. 갑자기 외로워졌다. 그 여인을 떠...
나도 한때 딴따라였다. 무작정 드럼(drum)을 사서 미친 듯이 두드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먹고살아야 했기에 스틱을 집어던진 것이다. 그런데 가끔씩 꿈에서 드럼을 친다. 먹고살만해져서 그런 게 아니라, 잊었던 꿈이기에 다시 꿈꾸는 것이다. 최근 그 잃어버렸던, 아니 잊어버렸던 꿈의 뮤지션을 찾았다. 주인공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진채밴드'의 리더 정진채(46) 씨다. 박범신 작가의 장편소설 '주름' 자유낭독회가 있던 날이었다. -언제 음악을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2학년 때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다. 무엇엔가 홀린 듯 음악이...
▶1995년, 출판사 '○○○○'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A4지 두 장 분량이었는데 치기 어린 분노가 빼곡했다.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 '외딴 방'을 읽고 '뭐 이딴 식의 글을 책으로 냈느냐'고 따진 것이다. 왜 화가 잔뜩 났는지, 그 정확한 이유와 근거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글의 일정 대목에서 분명히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출판사 측은 답신하지 않았고, 내 저평가와는 달리 '외딴 방'은 문체미학의 정수라는 평단의 현란한 수사와 함께 이듬해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신경숙은 서울에서 고학하는 오빠들 뒷바라지를 위해 ...
국내 치어리더(cheer leader) 문화는 프로 스포츠의 출범과 함께 독자적인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1982년 기준이니 역사도 34년이나 됐다. 그 배경엔 건강미와 섹시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었다. 일상에선 보기 힘든 치어리더들의 건강한 몸과 화려한 율동이 야구 경기와는 절묘하게 어우러져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치어리더는 이제 단순히 ‘응원’의 개념을 넘어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그라운드 지휘자’ 조민지, 금보아 치어리더를 야구장 스탠드에서 직격 인터뷰했다. '와우~' 첫 대면에 ‘늘씬하고...
▶혹자는 나를 워커홀릭이라고 말한다.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들인데 속내를 보면 칭찬이 아니라 비난이다. 그런데 뭐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뛰지 않고 걸었다는 점이다. 걷는 것은 느리지만 항상성(恒常性·한결같은 성질)이 있다. 반면 뛰는 것은 빠르지만 매우 유동적이다. 변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누구나 목적지를 향해 뛰고 걷는다. 하지만 막상 그 목표에 다다르면 손에 남는 건 허무뿐이다. 돌아보건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난 늘 후회를 거듭하며 살았다. 그 '후회'를 후회하기 시...
-한화가 180도 달라졌다. “그렇다. 9년 간 이글스 응원단장으로 있었는데 확실히 달라진 게 느껴진다. 예전엔 초반부터 실점하면 '오늘도 졌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찍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아무리 점수 차가 벌어져도 질 것 같지 않다. 그만큼 역전승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올시즌 승리 가운데 절반이 짜릿한 역전승일 정도로 매 경기 극적인 승부를 연출한다. 한화팬이 아니더라도 흠뻑 반할만하다. 정말 응원할 맛이 난다.” -감독과 선수덕분인가, 아니면 응원 덕택인가. “삼위일체라고 본다. 올해는 분위기 좋은 경기가 워...
▶'삼시세끼'라는 TV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나영석 PD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는 퉁명스럽게 "누구냐"고 물었다. '○○신문사'라고 하자 이내 비열한 신호음이 울렸다. "뚜뚜뚜뚜…." 나PD가 전화를 뚝 끊어버린 것이다. 수화기 너머의 그는 웃음기조차 말라있었다. 청주가 고향인 PD이기에 나름 기대를 했건만, 왠지 기분이 더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최근 영화 '극비수사'를 봤다. '삼시세끼'에 출연했던 배우 유해진이 주인공이었다. 그도 청주가 고향이다. 세 끼를 꼬박꼬박 게걸스럽게 먹을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내년도 건강보험료가 0.9% 오른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정책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16년도 건강보험료 인상률과 보장성 확대계획 등을 의결했다. 내년도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현재 보수월액의 6.07%에서 6.12%로 인상된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은 현행 178.0원에서 179.6원으로 오른다. 이에 따라 내년도 가입자(세대)당 월평균 보험료는 직장가입자가 올해 9만7천630원에서 9만8천509원으로, 지역가입자는 올해 8만5천13원에서 8만5천...
▶엘리베이터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 꼬나본다. 아파트 현관을 나오니 또 다른 CCTV가 동서남북에서 열심히 몽타주를 스캔한다. 네거리 신호등 앞에서도, 지하철, 버스, 공공화장실, 마트에서도 여지없다. 너도나도 장착한 차량 블랙박스도 행인의 동선을 훔쳐보며 캡처한다. 밤새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난 네가 한일을 알고 있다'며 무작정 용의선상에 올리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 평균 80회 넘게 감시카메라(전국 450만대)에 찍힌다. 도둑놈, 강도, 성추행범을 잡겠다고 만들어놓은 '덫'에 모든 사람이 발가...
▶2005년 여름, 이란 루트사막의 기온은 섭씨 70.6℃까지 치솟았다. 이곳은 소금호수가 말라붙어 생긴 사막형 분지다. 과학자들이 생우유를 병에 담아 놔뒀지만 상하지 않았다. 너무 더워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한낮 기온이 30℃를 넘기면서 푹푹 찐다. 나무들도 쓰러지고 싶어 가지를 비틀고, 세상의 지붕은 땡볕에 익어버렸다. 이런 불볕에 마스크 쓴 이들이 거리마다 넘쳐난다. 눈만 빼고 폭 감싸고 다니는 건 이열치열이 아니라 생존본능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벌써 3주째다. 저마다 심장...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신문배달로 모은 5000달러를 종잣돈 삼아 세계2위 갑부(80조원)가 됐다. 그는 15개월 동안 60개의 신문사를 사들였다. 주목할 점은 인수한 대부분의 신문들이 지방지라는 사실이다. 그는 "굵직굵직한 뉴스를 전하는 전국지보다, 자기 동네의 시시콜콜한 소식을 자세히 전해줄 수 있는 지역신문이 꼭 필요한 매체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버핏이 착안한 것은 뉴스의 콘텐츠다. 대통령이 뭐라 뭐라 말한 것보다 동네이장이 뭐라 뭐라 떠든 게 더 궁금하고, 어느 기업인이 개한테 물렸다는 소식보다는 동네 청...
―가장 많이 해먹은 음식은. "김치찌개였다. 건조한 돼지고기를 물에 불려 김치를 넣고 끓였다. 라면은 이틀에 한 번꼴로 끓여 먹었다. 말린 음식이 싫증나면 칼국수와 수제비도 만들어 먹었다. 밀가루 반죽에 이스트를 넣고 오븐에 구워 빵을 만들기도 했다. 블루베리 잼을 바르거나 옥수수·양송이 수프를 만들어 찍어 먹었다." 가지고 간 식량은 당진 부녀회원들이 준비해줬다. 900ℓ의 물과 쌀, 육포, 고추장, 된장, 들기름 등은 모두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 감자, 당근, 고구마, 양파, 사과, 바나나 등 채소와 과일은 썰어 말리고 ...
▲ 국내 최초로 단독·무기항·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김승진 선장은 ‘도전하는 용기가 중요하다’며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반드시 이뤄지는 것이 꿈과 희망이라고 말했다. 김승진 선장 제공"어릴 때는 약하고 못나고 진득하게 한 가지 일을 못하는 성격이었다. 주산학원, 태권도학원을 보내면 담벼락에 한참 서 있다가 시간 되면 집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배울 땐 재미있는데 같은 걸 계속 반복하니까 지루했다. 내 스스로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한마디로 자기 고집이 강한 우울한 아이였다. 하지만 의지와 호기심만큼은 강했다."국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