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세종시 각 학교에서 학생급식을 담당하는 10명의 영양교사가 모였다. 급식단가를 얼마로 해야 할지를 정하는 회의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식자재로 먹음직한 음식을 만들어 주려면 얼마나 단가를 올려야 할지를 가늠하는 회의였다.영양교사들이 예산제약 없이 식단을 짜서 계산해보았다. 영양교사들이 요구하는 급식단가 인상률은, 94%, 44%, 68%, 74% 등 대부분 60% 내외였다. 이 정도는 되어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먹음직한 식단이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현재 2,000원에서 3,000원 수준인 급식단가를 가지고 영양
1960년대 강원도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순수한 로맨스를 담아낸 영화 ‘내 마음의 풍금’에는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학예회를 준비하던 중에 불이 나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던 중에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다. 그러나 소방차는 보이지 않는다. 요즘에는 소방차가 없는 소방대를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 당시에는 그랬었다. 당시 소방차는 소방서가 설치된 대도시 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고 시골 마을에는 주민으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에 완용(腕用)펌프만 있었기 때문이다. 완용펌프는 ‘팔 완’자를 사용하는데 팔의 힘으로 작동하는 수동식 펌프라는 의미이다. 소
"한국에서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지배력을 낮추는 법안이 세계 최초로 가결됐다(美 월스트리트저널)", "나는 한국인이다! 한국은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하고 오픈 플랫폼의 권리를 인정했다(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8월 31일 '구글 갑질방지법'으로 널리 알려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주요 외신과 글로벌 앱 개발자들이 내놓은 반응이다.구글은 지난해 9월, 올해 1월부터 안드로이드 앱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앱의 콘텐츠 결제 시 자사 결제수단만 허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시스템으로만
19세기 독일 베를린의 미테 지역에는 양조장이 들어섰다. 냉전시대 이 양조장은 동독 군인들이 장벽을 감시하는 망루로 쓰이기도 했다. 관련 산업은 쇠락했고 양조장은 폐쇄됐다. 2011년 베를린 주 정부는 리모델링을 통해 스타트업을 위한 사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예술가들에게 싼값에 공간을 제공하고 대출 혜택을 주면서 인재를 끌어모았다. 독일을 넘어 유럽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의 산실 ‘팩토리 베를린’은 그렇게 탄생했다.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캠퍼스’도 활력을 잃은 구도심을 젊은이들의 아이디어가 살아 숨 쉬는 혁신
교육부는 내년도 교원정원을 가배정하면서 초등 300명, 중등 8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기재부가 그동안 학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교원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시작해서 매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내년 세종 신설유치원은 2개원이다. 내년에 세종시 내부에서 인구 이동 때문에 유치원 6학급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13학급 증설요인이 있다. 최소한 13명의 교사와 2명의 원감, 2명의 원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부는 세종의 유치원 교원정원을 늘리기는 커녕 되레 14명을 줄이겠다고 한다.초등학교 신설
지난봄에 출장 차 홍성 읍내를 지나던 길에 내 눈을 의심한 일이 있었다. 전북 임실군에 있는 오수의견과 비슷한 기념상이 차창 밖으로 얼핏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뭘 잘못 보았는가 싶을 정도였다. 술에 취해 들판에 누워 잠이 든 주인을 들불로부터 구하고 숨진 의로운 충견에 관한 이야기를 진화구주형(鎭火救主型) 의견설화라고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최근에도 불이 났지만 반려견이 짖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 목숨을 건졌다는 아찔했던 사연이 외국에서도 가끔씩 들려오는 뉴스거리다.필자는
지난달 23일 ‘제4차 대도시권 교통혼잡도로 개선사업계획’이 확정됐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수립하고 있는 계획으로, 대도시권 간선도로의 혼잡완화를 위한 개선사업 중 하나다. 여기에 대전시가 건의한 신규 도로사업 4건이 모두 반영됐다. 유성대로~화산교 도로개설 3.7㎞,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 7.7㎞, 비래동~와동 도로개설 5.3㎞, 산성동~대사동 도로개설 2.9㎞ 등 총길이 19.6㎞에 총 사업비 6390억원 규모다.또 지난 6월 말에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이는 '철도의 건설
“끝!” 양궁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 선수가 마지막 시위를 놓으며 외친 한마디였다. 날아간 화살은 과녁 한가운데 꽂혔다.대만을 누르고 올림픽 챔피언을 결정한 최고의 마무리이자 ‘신궁 코리아’의 위엄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알리는 순간이었다.앞서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는 올림픽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한국은 매혹적이고 무자비한 양궁 왕조”라며 외신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이런저런 우려 속에 도쿄 올림픽이 개막됐다. 최근 양궁 대표의 연이은 낭보는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기에 충분했다.선수들은 가슴 졸이는 순간마다 대한민국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미래교육’입니다. 미래교육이라는 말과 더불어 많이 들리는 단어는 ‘에듀데크’입니다. 이제 에듀테크가 스마트교육을 대체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컴퓨터가 초중등학교에 처음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3년. 스티브잡스의 애플Ⅱ입니다. 텔레비전 화면을 모니터로 사용하고, 하드디스크도 없었습니다. 그냥 BASIC 프로그램을 일일이 입력해서 작동시키는 수준이었습니다.컴퓨터가 교육기자재로 본격 활용된 것은 인터넷이 나온 이후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인터넷에 컴퓨터를 연결하고 난 후, 인터넷 예찬론은
행복은 인류에게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화두의 하나일 것이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가치관이 더욱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삶의 방식이나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소위 남의 눈치 안 보고 나름대로의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신조어가 웰빙(well-being)일 것이다.이런 사회적 경향 속에서 또 다른 측면으로 등장한 개념이 바로 건강수명과 웰다잉(well-dying)이다. 건강수명은 단순히 길게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원하는 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고자 하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선진국
지난해 2월 유튜브에 게시돼 현재까지 조회수 2781만 회가 넘은 영상이 있다. 채널 MBClife에서 올린 'VR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영상이다. 이 영상은 일찍 세상을 떠난 딸을 VR을 통해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가상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더욱 확장된 세계를 보여주는 플랫폼이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 또는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이다. 즉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세계, 혹은 현실을
사소한 약속은 없다. 타인과의 약속은 특히 그렇다. 헨리 파머스턴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어느 날 다리를 지나는데 한 소녀가 우유를 쏟아 울고 있었다. 총리는 소녀를 달래며 말했다. “얘야, 지금은 내게 돈이 없구나. 내일 이 시간에 나오면 우윳값을 주마.” 이튿날 각료회의 도중 약속 시간이 됐고 그는 잠시 정회를 요청한 뒤 다리로 달려갔다. 파머스턴 총리는 약속대로 소녀에게 돈을 쥐여주고 돌아와 회의를 이어갔다고 한다.자신과의 약속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일명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부터 매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인가 '경쟁력'이라는 말을 신봉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무엇은 국제경쟁력이 없다"거나 "무슨 대학은 경쟁력에서 뒤쳐진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농산물에게도 '농업경쟁력'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합니다.마치 현대 사회에서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그러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어 사라져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진리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적자생존'이라는 진화론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 어떤 직종은 소멸하여야 한다는 것은 정말 섬뜩한 이야기가 아
“아이구 소방관들 바뿐디 나 같은 늙은이까지 전화허먼 미안히서 뭇히유” 얼마 전 팔순의 홀몸 어르신 댁을 방문해 아프면 꼭 119로 전화하시라고 했더니 돌아온 답변이었다. 그리고는 말기암 환자인 아들 얼굴 한 번 볼 수 없어서 가슴 저린 이야기, 비가 오면 집에 물이 새고 보일러실 지붕이 무너질까 걱정된다는 말씀 등 고달픈 인생의 자서전이 이어졌다. 계속 말벗을 해드릴 수 있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 같았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아직도 119에 전화하는 것을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11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시하겠다."2014년 10월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8사단 윤일병 사망사건과 현역 사단장의 부하 여군 성추행 사건 등에 대해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이 거듭 강조한 말이다. 이후 7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軍은 여전히 달라진 게 없고 안타까운 사건만 되풀이되고 있다.최근 공군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번 사건 역시 부실수사, 봐주기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軍의 자체적인 수사와 자정 노력만으
오랜만에 대전이 웃었다. 잇따른 낭보 때문이다. 지난 5월, 서구 도안동 갑천지구가 국회 통합디지털센터 부지로 선정됐다. 갑천 생태호수공원은 전국 16개 광역단체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인프라가 우수하고 접근성이 뛰어나 최적지로 꼽혔다. 국내 최초의 복합문화데이터 공간인 국회 통합디지털센터는 국회와 공공기관, 시민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갑천 생태호수공원과 함께 명품도시 대전을 견인하고 서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이에 앞서 세종으로 떠나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빈자리를 대신할 공공기관 4곳이 최종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학생에게 필요하다고 정해진 것을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었으니까요. 학교에서 학생은 국가나 학교가 결정한 교육내용을 배울 의무만 가질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하게 되는 일들이 모두 다릅니다. 하고 싶은 일이 다르고, 할 수 있는 일이 다릅니다. 학생 하나하나가 배우고 싶은 것, 배워야 하는 것이 달라집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인문계 일반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과 직업계 특성화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으로 나뉘고, 일반고등학교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한국 창업 생태계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30여 년 동안 빠르게 발전해 온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의 변화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분석,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첫 번째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이에 따르면 우리 창업 생태계의 외형적 규모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대폭 성장해 ‘00년대 초반의 제1벤처붐’을 넘는 제2벤처붐의 도래가 확인됐다.정부가 ‘혁신창업국가 조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정하고 적극적인 창업 활성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최근 4년간 신설법인이 지난 20년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은 수도권을 제외한 소규모 지방 마을들을 존속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이른바 '지방소멸'이다. 7년 전 일본의 한 학자가 처음 사용한 이후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지방자치단체의 위기를 일컫는 대표적인 표현이 됐다.한국 고용정보원 조사 결과, 지난해 5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46%가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대부분 비수도권인 지방이다. 이러한 지방소멸은 2·30대 청년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여겨진다. 이는 주로 학업과 직업을 이유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난 뒤 다
매년 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전국에서 연등 행사가 열린다. 애당초 연등제는 등불을 밝혀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다가 번뇌로 가득한 어두운 세계를 부처님의 지혜로 밝게 비춘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연등은 처음엔 꽃, 향, 의복, 장식 깃발 등과 함께 여러 가지 공양물 중 하나였다. 점차 불교 행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비중이 높아졌다. 지금은 불교계의 가장 큰 행사로 연등 공양이 구심점을 이룬다. 우리나라 연등 행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통일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문왕 6년(866)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