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모자를 사러 갔다. 뚜벅이로서 여름은 고역이다. 조금만 걸어도 불쾌해진다. 해가 갈수록 고온다습(高溫多濕) 하다. 동남아로 강제 여행 온 듯한 기분도 든다. 푹푹 익어가니 모자 구매 욕구가 샘솟았다. 출퇴근길, 양산은 거추장스럽다. 머리라도 지키고 싶었다. 모자가 최선이었다. 밀짚모자가 있지만 그건 휴가용으로 구분 지었다. 사랑스러운 밀짚모자를 회사에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출근 기억을 '씌워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빨간 모자를 샀다. 그냥 끌려서 샀다.☞남편은 내게 화가로 전직(轉職)할거냐고 물었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살면서 꼭 걸러야 할 인간들이 있다. 가까이 두면 절대 도움이 안 된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크게 딱 두 부류다. 첫 번째 유형은 '뻥쟁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진심이 없으니 맨날 말이 달라진다. 사람·상황에 따라 바뀌는 건 당연지사다. 웃긴 건 스스로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 일단 던지고 보는 거다. 두 번째 유형은 '희망쟁이'다. 사람이 괴로울 정도로 희망고문한다. 안될 걸 알면서도 남에게 자꾸 희망을 심어준다. 그러다 결국 절망하게 한다. 더 무서운 건 그들은 너무 착해 보인다는 거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오늘이 낯설 때가 있다. 어제와 별다를 바 없는 하루인데도 그럴 때가 있다. 보통 새해가 됐을 때, 그런 기분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해가 바뀌지 않았음에도 오늘이 낯설다.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것만 같다. 오늘은 7월 1일이다. 새로운 거리 두기가 시작되는 날이다(수도권 제외).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제한이 풀린다. 사람들을 숫자놀이에 빠지게 한지 6개월 만이다. 직계가족 모임 인원 제한도 사라진다(거리 두기 2단계까지). 또 백신 1차 접종 자는 공원·등산로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사야 할 물건을 깜빡 잊고 귀가해도 걱정 없었다. 급작스럽게 필요한 아이 준비물도 당황스럽지 않았다. '쿠팡'이 있었기 때문이다. 클릭 한 번이면 내일 온다. 어떤 건 새벽에 온다. 솔직히 너무나 편리했다. 바보같이 그 편리함만 보고 살았다. 민낯을 들여다보니 화가 났다. 내 편리함은 누군가의 불편함이었다. 내 만족감은 누군가의 부당함이었다. 단축된 배송 시간은 누군가의 휴식을 빼앗은 시간이었다. 로켓 배송을 위해 노동자들은 과로했다. 1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9명이다. 지난해, 한 청년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민심이 흉흉하다. 국민 모두가 전쟁터에 있다. 여전히 병마와 싸운다. 생계와 생존을 위해 고민한다. 살아갈 곳(宙)과 살아갈 방법(生)은 늘 난제다. 촛불 정신은 그저 정략(政略)이었다. 촛불에 탔다. 민심이 녹았다. 착한 가면에 속았다. 마음이 피폐해져 쉽게 현혹됐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이상(理想)이 아니고 그냥 이상(異常)했다. 변화를 갈망한다. 바람이 모여 이준석 바람이 분다. 이는 정부를 향한 역풍(逆風)이다.☞백신을 백방으로 구한다. 그나마 믿을 건 그것뿐이다. 차례를 기다리기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2002년을 품고 있다. 6월, 한·일 월드컵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그만큼 뜨겁고 강렬하다. 모든 기록은 최초이자 최고였다. 아시아 최초 월드컵이었다. 21세기 첫 월드컵이었다. 공동 개최도 처음이었다. 우리나라는 4위를 하며 최고 성적을 냈다. 그야말로 전성기였다. 그래서 2002년은 더 잊을 수 없다. 거리마다 붉은 물결이었다. 모두가 붉은 악마였다. 응원은 일상이었다. 지금도 박수 다섯 번을 치면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우린 하나였다.☞태극전사는 영웅이었다.
☞대학 시절, 일부 선배들의 과거사를 무한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행복한 캠퍼스 이야기는 극히 일부였다. 대부분은 군기 문화의 근현대사였다. 항상 시작은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였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까라면 까야 했다”·“이러면 조인트(정강이) 까였다”였다. 그 선배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의중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넌 지금 편하게 학교생활하는 거야"라는 일종의 질투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난 그 시절을 버텨냈어”라는 일종의 과시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 왠지 주눅이 들었다. 지금은 그 선배들이 꼰대였음을 안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인연이란 게 참 놀랍다. 작년, 필라테스를 배웠었다. 어느 날 가니 남자 수강생들이 있었다. '요즘엔 남자들도 많이 한다던데 진짜구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뜬금없는 남편 친구의 전화였다. 대뜸 "집에 가?"라고 물었다. 알고 보니 남자 수강생 중 한 명이 남편 친구였다. 순간적으로 뭔가 부끄러웠지만(?) 필라테스를 배우는 그의 용기를 칭찬해 줬다. 그 뒤 어느 날 아리따운 필라테스 강사 소개팅을 주선하게 됐다. '필라테스'란 말에 그 오빠부터 떠올랐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이 넘쳐난다. 여기엔 '공유의 시대'도 한몫한다. 우린 이미 경제를 공유한다. 많은 걸 함께 쓴다. 시간차로 나누고 빌린다. 많은 모델들도 생겨났다. 공유 숙소·공유 주방·공유 자동차 등 없는 게 없다. 이 흐름을 타고 공유 킥보드도 나왔다. 관련 서비스 업체도 매우 많다. (앞서 글에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 대전 대여업체만 해도 8곳이다. 지역 내 킥보드 수는 1800대다. 이용자가 많은 만큼 문제도 많아졌다. 누군가의 편리는 누군가에겐 불편이 됐다.☞킥보드에 안전은 함께 타지 못했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쓰레기는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줄을 설 땐 차례를 지켜야 한다. 초록불에 길을 건너야 한다. 학교에서 100번쯤 들었다. 부모님께도 수없이 들었다. 어릴 땐 배웠고 외웠다. 지금은 안다. 그게 옳다는 거쯤은 안다. 이젠 자식에게 가르쳐주는 입장이 됐다. 이런 작은 규칙들이 모여 사회의 질서를 유지한다. 공동의 약속이다. 지켜야 지켜진다. 함께 살기에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지키며 살진 않는다. 요즘 뼈저리게 느낀다.☞고라니에 놀란다. 물론 진짜 고라니는 아니고 킥라니(킥보드+고라니)들이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마스크는 문신이 됐다. 3살 아들은 마스크를 안 쓰면 문밖에 안 나간다. 마스크를 안 꺼내주면 '마~'소리를 내며 독촉한다. 귀엽지만 왠지 서글프다. 이 꼬맹이 인생은 마스크를 쓴 날이 안 쓴 날보다 더 많았다. 세상과 한창 소통할 나이인데 코로나에 가로막혔다. 우리 아들뿐이겠는가. 새 친구를 만났지만 대화조차 금지된 아이들, 병원에 있는 가족도 못 보는 사람들, 한 끼 조차 버거운 독거 어르신들, 고생이 끝나지 않는 의료진들…. 더 무서운 건 여전히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거다. 백신의 시대가 왔다는데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고기(肉) 보다 물고기(魚)가 좋다. 자다가도 '회'라면 벌떡 일어난다. 바다에서 나는 건 다 좋다. 생선이든, 해산물이든 다 맛있다. 바다엔 먹을게 참 많다. 제철마다 찾아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전, 조개찜을 먹었다. 도톰한 조갯살이 살살 녹았다. 국물에 칼국수까지 끓여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게를 나와 원산지 표시를 봤기 때문이다. 얌체같이 수족관에 코딱지만하게 붙어있었다. 누군가 "죄다 중국산이네"라고 말했다. 그러다 또 누군가 "우씨! 가리비는 일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중국이 밉다. 미울 수밖에 없다. 무작정 우기니 웃길 수밖에 없다. 김치·삼계탕·한복·아리랑·윤동주 다 자기들 거란다. 역사도 당당하게 왜곡한다. 고구려도 자기들 역사란다. 이 뿐이겠는가.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대만·홍콩·티베트 독립을 용납하지 않는다. 영토를 잃기 싫어 자유를 빼앗는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힘으로 짓밟는다. 웃긴 건 좋은 거만 자기들 거다. 미세먼지·코로나엔 '오리발'이다. 날조하던 모습과 대조된다. 정말 뻔뻔하다.☞미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반중(反中) 정서는 거세지고
[충청투데이] ☞벚꽃이 핀다. 축제들이 취소돼도 꽃은 핀다. 속도 모르고 속없이 핀다. 그래도 꽃은 꽃이다. 봄은 봄이다. 마스크로 웃음이 샌다. 즐기진 못해도 즐겁다. 괜히 꽃 사진을 찍는다. '꽃 사진을 찍으면 중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나이 불문 예쁜 걸 좋아하는 마음은 똑같다. 사람들 옷에도 꽃이 피었다. 어느 순간부터 햇살이 따스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핑크빛이다. 세상이 '핑크'하다.☞음식도 핑크빛이다. 매운맛은 한물갔다. 사람들이 불 맛으로 지친 속을 달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부드러움을 찾는다. 이젠 '로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정말 알 수 없다. 모르기에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 전화위복(轉禍爲福)·호사다마(好事多魔) 사자성어를 봐도 그렇다. 내 인생도 그랬다. 난 전무후무한 '전 과목 등급제' 수능을 쳤다. 일명 '등급제의 희생양' 학번이었다. 불만이었지만 성적표를 보곤 생각이 반전됐다. 내 점수들이 '등급 턱걸이'를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난 등급제의 수혜자가 됐다. 이 일 말고도 많다. 사다리 타기로 갔던 알바 대타에서 인생 친구를 만났다. 또 억지로 끌려갔던 기자협회 등반대회도 그렇다. 지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허구한 날 집 얘기만 한다. 누굴 만나도 "많이 올랐더라"·"얼마에 팔았대" 이야긴 꼭 낀다. 다른 주제로 이야길 해도 결국 집으로 끝난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다. 희망이 거기에만 있다. 박한 세상 속 집값만 오른다. 아파트 높이 보다 더 오른다. 거기서 졸부들이 탄생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억'이 쉽다. 평생 만져볼까 말까 한 그 큰돈이 여기선 쉽다. 단언컨대 누구나 한 번쯤은 "그때 집 살걸"하는 생각을 해봤을거다. 힘들어질수록 집에 대한 '집'착은 커져간다. 행복해지고 싶은 간절함이다.☞간절함은
☞아직도 학교 안 책상에 앉는 꿈을 꾼다. 난 어느덧 교복을 입은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가있다. 그러나 이건 '악몽'이다. 그 시절 가장 슬펐던 일을 다시 겪는다. 어려진 만큼 좋은 일이 일어나면 참 좋을 거다. 하지만 꿈은 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간다. 좋았던 추억도 많은데 꼭 상처로 남았던 일이 재연된다. 꿈을 깨며 다시 한번 느낀다. 잊고 산 줄 알았는데 잊지 못했다. 지워진 줄 알았는데 여전하다. 어렸을 때 일로 치부하기엔 어렸기에 더 상처가 컸다.☞체육계도 난리다. 처음은 배구 선수들이었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공을
☞상상은 쓸데없지 않다. 때론 창의의 근원이 된다. 비현실을 현실로 만든다. 그러나 '망상'은 다르다. 그저 병이다. 내가 만난 '리플리'가 떠오른다. 그는 잘못을 감추기 위해 거짓을 일삼았다. 지어낸 이야기를 변명으로 삼았다. 놀라운 건 스스로 그걸 진짜로 믿는 듯 행동했다는 거다. 때론 눈물까지 흘렸다. 거짓 인생 시나리오를 다 짜놓은 것처럼 보였다. 어찌 보면 능력자인 게 청자에 따라 시나리오가 달랐다. 소설가가 적성인 것 같다고 추천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 능력을 남을 속이는데만 썼다. 안타깝게도 그는 시나리오에 비해
☞과거 친한 언니 가족과 펜션에 놀러 갔던 적이 있다. 물론 코로나로 난리 나기 전 일이다. 저녁 즈음, 어른들이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했다. 그러던 중 거실에서 '와장창' 소리가 났다. 놀라 뛰어가니 장식품이던 큰 도자기가 산산조각 나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무사했다.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아직 범인을 모른다. 내 아들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발견했던 사건 현장엔 아들놈들이 있었다. 우리 아들과 언니의 아들. 그러나 영문조차 물을 수 없었다. 둘 다 말을 못 하는 갓 두 살배기였다. 그냥 반씩 변상하자고 합의를
☞코로나에 선별진료소만 생긴게 아니었다. 우리 마음 속에도 ‘선별진단소’가 생겼다. 좁아진 일상에 모든걸 줄여야 했다. 모든 건 '취사선택'이었다. '음식'이 그랬다. 어쩌다 한번 식당을 가면, 정말 잘 골라야 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를 외식의 기회다. 기왕이면 정말 맛있는 걸 먹고 싶었다. '사람'도 다를 바 없었다. 가족도 잘 못 보고 산다. 굳이 안 친한 사람과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 핑곗거리도 좋았다. "이 시국에?" 한마디면 됐다. 자연스레 정리되고 또 선을 긋게 됐다. 소중하지 않은 것과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