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액땜-올해는 참 스펙터클하다.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별일이 다 있다. 일단, 코로나에 두 번이나 걸렸다. ‘격랑의’ 격리 세월을 보냈기에 액땜은 충분히 했다 생각했다. 그러나 부족했나 보다. 걸을 때마다 발목이 아파 병원에 갔다. 물론 큰 병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양쪽 발목에 인대가 없어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용케 걸어 다녔다며 놀라셨고 난 내 둔함에 놀랐다. 여차저차 한쪽 발목 먼저 인대 재건술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일주일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코로나 속 2년은 ‘상실의 시대’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성장한 것들도 있었다. 내겐 우리 아들이 그랬다. 2살이던 아가는 어느새 4살 꼬마가 됐다. 2년 전, 아들은 마스크를 씌우면 집어던졌었다. 말도 못 할 때지만 마스크를 싫어한다는 것쯤은 너무나 잘 느껴졌다. 그랬던 아들이 이젠 마스크 없이 문밖을 나가면 큰일 나는 줄 안다. 행여 조금 나가더라도, 입을 손으로 가리곤 "마스크가 없어요"라고 외친다. 코로나에 길들여진 습관은 이렇게 무섭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은 살아온 인생 대부분을 코로나와 함께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한국인은 유독 ‘나이’에 민감하다. 초면에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란 질문은 꼭 빠지지 않는다. 나이를 공개하고 나면, 더 어린 사람은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곤 "말 편하게 하세요"란 말을 주문처럼 하게 된다. 혹은 연장자인 사람이 먼저 "말 편하게 할게"라며 말을 놓기도 한다. 마치 물 흐르듯 서열이 정리된다. 사회통념상 나이가 많으면 반말이 허용된다. 서열 문화의 폐해라 불리기도 하지만, 보통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려운 상황은 있다. 아니, 어려운 사람들은 있다. 바로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나이가 드니 회상만 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반추한다. 생각이 꼬리를 문다. 머릿속에서 ‘마인드맵’을 그린다. 세상을 뒤덮은 벚꽃을 보고도 그렇다. 흐드러진 꽃들 속에서 과거가 흘러온다. 시간 여행은 스무 살에 멈춘다. 그도 그럴 것이 스무 살의 벚꽃이 유난히도 예뻤다. 벚꽃놀이를 갔던 그날은 여전히 생생하다. 오전 강의가 끝난 뒤. 친구들과 무심천까지 20분을 걸었다. 단지 벚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캠퍼스를 거닐면서도 벚꽃을 봤다. 하지만 왠지 그건 ‘벚꽃놀이’라 말하고 싶지 않았다. 공(공부)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적응력이 무섭다. 최초 확진자에 벌벌 떨던 때가 있었다. 특정 지역의 확산세가 심할 때 방문을 자제하기도 했었다. 2년 전, 대전지역 최초 확진자가 나왔을 땐 공포까지 느꼈었다. 이후 누적 확진자가 100명 안팎일 때도 마찬가지다. 연신 확진자의 동선을 들여다보곤 했다. 친구의 사돈 팔촌이 걸렸다 해도 놀라던 시절이었다. 코로나는 그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겪어보지 않았기에 코로나가 무서웠다. 확진자라는 낙인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코스트코에 가면 꼭 사는 게 있다. ‘연어’다. 샐러드가 곁들어진 것이나 횟감용 필렛(덩어리) 형태로 구매한다. 집으로 돌아와 하얀 접시에 붉은 연어를 담는다. 그리곤 소주를 꺼낸다. 소주 한 잔을 입안에 털어 넣는다. 연어를 집어 든다. 어쩜 연어는 색깔조차 맛있나 싶다. 영롱한 붉은 자태에 이미 취한 기분이 든다. 연어를 입에 넣고 나면 더하다. 부드러운 살점이 사르르 녹는다. 감탄이 절로 난다. 술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드넓은 노르웨이 해역을 항해하는 기분까지 든다.☞연어를 예찬할 이유는 또 있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살면서 가장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부류가 있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화할 의지가 없다. 상대방의 논리 따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신의 기분만 중요하다.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면 이성을 잃는다. ‘입’을 여는 대신 ‘손’부터 움직인다. 사실상 깡패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이런 사람들과는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며 이런 사람들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심지어 내 상사일지도 모른다. 끔찍한 상상이겠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다. 이런 사람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알고는 못 먹는다. 보고는 못 먹는다. 지난해 본 중국 알몸 배추 영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구역질이 났다. 맨발 고춧가루 영상도 마찬가지였다. 그 영상들을 본 이후 중국산 김치는 못 먹겠다. 그전엔 중국산 김치를 먹어도 크게 신경 안썼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원효대사도 해골물인 걸 알고 나서는 토하지 않았던가.☞이젠 국산 김치도 못 먹을 판이다. 엊그제, 국내 유명 식품업체 한성식품 자회사가 운영하는 김치공장의 위생문제가 불거졌다. 보도된 영상은 정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직원들이 거뭇거뭇 한 배춧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보다 보니 부아가 치민다. 과거에도 올림픽 경기를 보며 분노를 느낀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어이없던 적은 처음이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건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다. 준결승에서 한국의 황대헌·이준서는 준결승에서 각 조 1·2위로 들어왔다. 하지만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덕분에 중국 선수들은 결승에 진출했다. ‘황당 코미디’는 결승에서도 이어졌다. 1위로 들어온 헝가리 선수도 실격 처리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중국 추월하면 실격’이란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설 연휴, 지인들의 추천으로 한 드라마를 정주행하게 됐다. 원래 내 주 종목은 추리·스릴러이지만, 이번엔 살짝 장르 외도(?)를 했다. 드라마 제목은 ‘그 해 우리는’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정말 풋풋한 드라마다. 포스터마저 청량하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청춘 로맨스 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고등학생 시절, 전교 1등과 전교 꼴찌가 다큐 때문에 한 달간 짝이 된다. 그 후 미운 정이 들어 5년간 연애를 한다. 그러다 헤어진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그 뒤를 그린다. 5년 전, 헤어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시작은 ‘보쌈’이었다. 청주 시댁에 보쌈을 사가려고 맛집을 검색했다. 족발과 달리 보쌈은 한돈을 쓰는 곳이 거의 없지만 혹시 있을까 해서 검색한 게 단초였다. 온라인에서 파도를 타다 삼천포로 빠져버린 것이다. 내가 처음 검색한 키워드는 ‘청주 보쌈 맛집’ 이었다. 그러다 ‘20년 전통 보쌈 맛집의 배신’이라는 카페 글을 보게 됐다. 기사를 공유한 글이었다. 기사 내용인즉슨 어느 20년 된 청주 보쌈 맛집이 독일산 고기를 써놓고 ‘국내산·독일산 혼합’이라고 표시해 처벌을 받았다는 거였다. 그러다 한 댓글을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정치판은 정말 까봐야 안다. 이기고 있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지고 있다 해도 실망할 필요 없다. 언제든 엎치락뒤치락한다. 선두가 탈락하기도 하고 꼴찌가 우승하기도 한다. 정말 드라마다. 반전은 계속된다. 현재 대선 형세만 봐도 그렇다. 그 반전의 주인공은 안철수 후보다. 불과 3개월 전, 안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제1야당 후보가 양보해 준다면 단일화 생각 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모두가 비웃었다. 그저 ‘허세의 주인공’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안 후보가 대선판을 흔든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별난 세상이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다. 얼마 전 모 광고를 보다 깜짝 놀랐다. ‘컵 워머’라는 생소한 물건 때문이었다. 사실 컵 받침대인데, 거기서 열이 올라온다. 그렇게 컵을 계속 따뜻하게 해준다. 커피·차가 식지 않는 셈이다. 심지어 차가 가장 맛있다는 55℃를 유지하게끔 설정돼있다. 이 물건의 신박함에 감탄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뭔가 씁쓸했다. 차가 식어가는 과정은 순리이다. 차의 온도로 시간이 지남을 느끼는 것도 묘미이다. 하지만 어느새 이것마저 불편함이 돼버렸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2021년 사회는 화가 났다. 수많은 어린 꽃들은 꺾였다. 지난해에 이어 아동 학대는 계속됐다. 대전에서도 20대 남성이 의붓딸을 강간하고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는 태어난 지 겨우 20개월 됐었다. 이런 분노스러운 사건은 전국적으로도 계속됐다. 구미에서는 세 살짜리 여자아이가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또 용인에서는 이모 부부가 조카를 물고문해 사망하게 했다. 수원에서는 친부가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이를 반지 낀 손으로 때려 숨지게도 했다. 지난해에도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은 많았지만 달라지지 않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긴긴밤에 생각이 많아진다. 괜스레 쓸쓸한 기분에 옛 친구가 떠오른다. 10대 땐 ‘말’ 때문에 멀어졌다. 말 한마디에 친구 사이가 갈라졌다. 20대 땐 ‘사랑’ 때문에 멀어졌다. 연애하느라 친구는 뒷전이었다. 30대가 되니 ‘그냥’ 멀어진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닌데 어느덧 소수만 남았다. 일·가정이 바빠 친구에게 소홀했다. 바이러스 세상까지 닥치니 거리는 더 멀어졌다. 그러고 나니 이젠 번거로워졌다.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조차 ‘일’이 돼버렸다. 부담이 될까 부담이 된다. 이유 없이 함께 웃던 시절은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학과 내에서 ‘뻥치기’라고 불렸던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양치기 소년’보다 더했다. 양을 치는 대신 뻥을 쳐댔다. 무언가를 하겠노라 호언장담 해놓고 행동은 늘 거꾸로였다. 이를테면, 술을 강요하지 않겠다 해놓고 후배들에게 사발째로 마시게 했다. 또 부도덕했던 대선배에게 직언을 하겠다고 큰소리쳐놓고 막상 앞에선 아양을 떨어댔다. 이런 일은 정말 매일 반복됐다. 처음엔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라며 이해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다들 얼마 못 가 등을 돌렸다. 그렇게 '뻥치기 선배'는 불신의 아이콘이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많은 인물들이 죽음을 계기로 업적을 평가받는다. 그리고 때론 죽음조차 ‘죄’가 된다. 바로 전두환 前 대통령의 죽음이 그랬다. 군인이던 전두환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그리고 ‘서울의 봄’이라 불리던 민주화 바람을 짓밟았다. 또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했다. 그 과정이 정말이지 극악무도했다. 시민들은 군홧발에 짓밟히고 총·칼을 맞아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러졌다. 또 수많은 사람들은 가족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반성조차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뻔뻔했다. 무려 40년 동안 뻔뻔했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도시가 긴장에 휩싸인다. 모두가 숨죽인다. 이날은 신기하게 동물들도 조용한 것 같다. 새소리조차 안 들린다. 날씨는 이상하게 춥다. 어제와 다르다. 그렇다. 오늘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바로 그날, 수능이다.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수능날은 잊을 수 없다. 아침에 씻는 따뜻한 물조차 차갑게 느껴졌다. 머리를 감으면서도 행여 공부한 것을 까먹을까 걱정했다. 모든 게 예민했다. 그만큼 인생의 중차대한 일이었다.☞올해도 '코로나 수능'이다. 작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올해도다. 올해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뽑을 놈이 없어, 쯧쯔…"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탄식이 들려왔다. 한 할아버지가 신문을 보다 날린 직구(直球)였다. 그런데 그 반응이 낯설지 않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비호감 선거'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후보들을 향한 의혹이 자꾸 터져 나온다. 그들이 뱉은 실언·망언은 논란이 된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냉랭하다. 심지어 후보들의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두 배 더 높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오죽하면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次惡)'을 뽑는다는 말까지 나올까.☞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버스를 탔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지하철도 탔다. 그런데 앉을 자리가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새삼 다르다. 사람들이 복작거린다. 비어있던 자리에 온기가 채워져있다. 그리고 개인플레이하던 사람들이 팀플레이를 한다. 대부분 혼자가 아니다. 옆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처음엔 '오늘 무슨 날인가'하고 넘겼다. 그런데 다음날도 똑같은 상황을 목격했다. 아! 생각해 보니 '위드 코로나'다.☞사실 그리웠던 풍경이다. 사람 냄새가 나고 생기가 돈다. 할아버지 세 분이 버스정류장에 앉아 계신다. 지팡이와 옷을 보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