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좋아진다. 꽃이 좋아지는 건 나이가 들었다는 역설이다. 스마트폰으로 꽃을 찍는 사람의 8할은 중년이다. 왜 찍는지 자신도 모른다. 그냥 담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사소한 행위는 늙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기록하는 일이다. 삶의 궤적과 족적을 남겨 하루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인 없는 꽃은, 꽃세(稅)를 내지 않아도 마음껏 볼 수 있다. 결국 주인 없는 꽃은 주인 없는 꿈이다. 허락받지 않고 꿀 수 있는 유일한 꿈이다. 주인 없는 그 꽃의 정령은 꽃술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 ▶조선 성종시대를 뒤흔든 섹스 스캔들... [나재필 기자]
▶아파트 사이사이에 벚꽃이 피었다. 그리고 볕 오른 곳이라면 어디든 피었다. 벚꽃은 채근할 때 보지 않으면 때를 놓친다. 화들짝 피었다가, 화들짝 죽는다. 바람에 흩날리며 산화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수치심 드러내길 싫어하는 벚꽃의 정령은 죽을 때도 주위에 폐가 되지 않을 만큼 정결하다. 더더구나 이들은 '다 함께' 피었다가 '한꺼번에' 진다. 개별성을 갖지 않는다. 한 잎, 한 잎이 모여 생명의 비장미와 극치미를 절정까지 끌어올렸다가 한순간에 불꽃처럼 소멸한다. 절정은 아름다움의 서막이 아니라 끝이다. 온몸의 진액을 ... [나재필 기자]
▶봄인가 하고 창밖을 내다보면, 여전히 냉기가 서성댄다. 다음날 또 봄이 왔나 둘러보면 바람 끝이 여전히 맵다. 샛바람이다. 파종을 준비해야 하는 농부들의 지청구가 요란하다. 먼저 나왔던 여린 봄싹들이 움찔거린다. 이렇듯 '봄'은 부드러운 어감과 달리 제법 변덕스럽다. 하늘거리는 미풍이 불다가도 꽃을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분다. 솔솔 부는 실바람이 왔다가도 옷섶을 파고드는 살바람이 매섭다. 때론 보드라운 명지바람이 들렀다가도 회오리처럼 부는 소소리바람이나, 좁은 틈으로 황소바람이 속을 얼린다. 그래도 이 세상의 초목들은 봄바람을... [나재필 기자]
사 고(안) 한화-KAIST와 함께하는 인재양성 프로젝트 한화는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미래 과학기술을 선도할 과학영재 발굴●육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키우는 에너지●가 곧 과학영재라는 생각으로 미래 대한민국과 나아가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인재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노벨상을 꿈꾸는 지역 잠재 과학영재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구 분 세 부 내 용 모집인원 ? 총 40명(중학교 1학년 20명, 2학년 20명) 지원자격 대전광역시 소재 중...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AI) 때문에, 인간들이 불편해하고 있다. 더더구나 어떻게 지는지도 모르면서 졌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인간은 '묘수'에 신경을 쓰며 정석대로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의 '실수'나 '악수'로 여겨지는 수들을 역이용해서 승리한다. 인공지능의 계산이 인간보다 훨씬 멀리 내다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1초에 10만개의 '수'를 생각할 수 있으니, 인간의 1000배다. 머잖은 미래에 인간의 감정이, 감정 없는 인공지능에게 휘둘릴 것이라는 예측은 '직관'마저도 간파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일자리 절반...
▶금속성 촉수가 아침을 깨운다.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다. 딱딱한 손가락 관절이 옆구리를 살짝 건드리는데 저리다. 그가 오늘 하루 마셔야 할 물의 양을 확인해준다.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 서니 피부상태까지 체크한다. '알파고2'가 아침식사로 계란프라이를 세팅한다. 반숙을 싫어한다고 누차 얘기했건만 완숙과 반숙의 경계를 모른 체하고 있다. 정원에선 잔디 깎는 로봇이 잡초의 생장점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균일한 길이로 커터를 날린다. 자동차는 제 스스로 시동을 걸어 냉온의 온도를 맞춘다. 운전할 생각이 없는 난, 그냥 조수석...
▶소주를 마시며 멀미가 나는 것은 소주 때문이 아니다. 바람에 실려 온 멍게 향 때문이다. 멍게 굵은 놈의 배를 갈라 위새강과 아가미 주머니를 소주와 함께 입에 털어 넣는다. 입에서 바다가 출렁인다. 입수공으로 들어간 바다 향이 출수공으로 빠져나오며 향기에 무게를 싣는다. 쌉싸래한 향미가 술이 깰 때까지 입안을 감돈다. 여드름 자국 같은 돌기는 울퉁불퉁한 바다 조류를 견딘 '멍'이다. 물을 뿜어대는 모양이 남성의 생식기를 닮았다고 해서 우멍거지로도 불린다. 멍게 안주로 술을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멍’하지 않다. ▶바다의 우유...
▶다섯 번의 감옥살이, 두 번의 교수 해직을 당했던 '시대의 지성인' 리영희(1929~2010년) 교수를 1998년 충북 증평에서 만났다. 그는 엘란트라 승용차를 타고 있었다. 그에게 '세상을 쉽게 사는 법이 없느냐'고 선문답을 던졌다. 그는 대뜸 '세상이 쉽지 않은데 너무 쉽게 사는 게 문제이고, 빠르지 않아야 하는데 너무 빠른 게 걱정'이라고 했다. 내 기억으로는 그의 엘란트라 핸들에는 '수신(守身)○○', 아니면 '수신(修身)○○'이라는 글귀가 한지(韓紙)에 쓰여 있었던 것 같다. 본분을 지켜 불의에 빠지지 않거나, 마음...
▶학창시절 7할은 자전거통학을 했다. 자전거는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항상 앞선 풍경보다 뒤처졌다. 종아리의 근육은 찢어질듯 팽창했지만, 생각의 근육만큼 질기지도 않았다. 왜 두 팔과 두 다리의 동력이 필요한지 때론 지쳤다. 운전면허증을 따던 날, 난 대학 합격했을 때보다도 기뻐했다. '애마'가 필요했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고, 생애 최초 자력으로 자동차를 구입했다. 당시 50만원을 주고 '포니2' 중고차를 샀다. 바퀴가 달려있어 자동차였지, 사실은 좀 더 빠른 '달구지'였다. 하지만 애인을 옆자리에 태우고 의기양...
●위안부● 용어 교과서 삭제●파문 일 듯 도종환 의원, 초등 교과서 위안부 사진●용어 삭제 사실 밝혀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울 사회과 국정교과서(한국사)에 위안부 사진과 용어가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교과서는 지난 연말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를 합의하며 ●최종적●불가역적 협상● 논란이 일었던 이후 출판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비례대표)에 따르면 특히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를 합의(2015년 12월)하기 전인 2015년 9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일...
▶영원한 동지는 없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객들의 움직임이 사납다. 권력의 향배만을 따라 이동하는 월경(越境)이다. 한때 청와대서 잘나갔던 핵심 비서관은 청와대를 저격하고 있고, 야당 대통령의 금쪽 같던 ‘오른팔’은 야당을 향해 호통치고 있다. 전두환 군사정권의 모태가 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투신했던 어떤 원로와, 여야 협곡을 넘나들던 한 원로는 훈수정치에 여념이 없다. 이들에게서 검은 고양이도 보이고, 흰 고양이도 보인다. 잘못된 흑묘백묘(黑猫白猫)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담배연기가 창백하다. 새벽녘 조깅을 끝내고 한숨을 돌리는데, 왜 담배 생각이 간절한지 이율배반적이다. 간헐적 유혹이고, 치명적 자학이다. 더더구나 이른 아침, 공복에 넣는 연기는 본의 아니게 달다. 폐활량을 죽이는 생명단축의 연소가 살아 꿈틀거린다. 새벽의 색깔과 연기의 색깔, 그리고 몸이 치받는 모종의 색깔은 같다. 다소 과장된 듯한 이 욕망의 원죄를 따져보면 주체가 모호하다. 흡연의 가해자는 본인이다. 그 누구도 담배를 권하지 않았다. 어릴 적 뒷골목에 숨어든 짝패들이 살짝 연초(煙草)를 건넸지만 불을 댕긴 적은 없었으니...
▶아이들이, 아이들일 때 많이 놀아주지 못했다. 내가 택한 건 송일국이나 추성훈이 해주는 ‘연예인 이벤트’가 아니라, 그냥 우유병을 삶고 설거지를 하는 정도였다. 가끔 와이프가 멋대가리 없는 아빠라고 평가하면 그때서야 섬으로 놀러갔다. 물론 아이들이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했을 때도 설거지만 했다. 나의 아버지 또한 나와 놀아주지 않았다. 노동이 놀이였다. 해도 해도 표가 나지 않는 농사일에 투입됐고, 잠시 틈이 나면 미루나무 위에 올라가는 게 놀이였다. 미루나무에서 내려다보는 절망의 높이는 서글펐다. 너무 외로워 나무에서 그냥 ...
▶초년고생(初年苦生)과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단다. 이 상투적인 말은 알고 보면 헛소리다. 고생을 해서 이루는 성취보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는 게 백배 낫다. 흙수저가 금수저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다는 건, 계란이 바위에게 까부는 격이다. 누군가는 '7포 세대'(연애·결혼 등 7가지 포기)라고 자조하고, 누군가는 '헬조선'(hell朝鮮:지옥 같은 한국)이라고 절규한다. 한번 약자(弱者)는 평생 약자라는 신분 고착화의 절망 담론이 우리 사회를 휩쓴다.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를 향해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개...
▶'응답하라 1988(응팔)'은 드라마가 아니라 삶이다. 마치 이삿짐을 나르다가 우연히 열어본 박스에서 옛날 일기장을 발견한 듯하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건 역설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삶이 살만하지 않다는 증거다. 지금은 상상도 못하는 가족과 이웃 간의 정, 부모들의 애환, 어려움을 함께 견뎌내야 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가슴 밖으로 소환해낸 페이소스(Pathos)다.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잊고 살았던 추억의 가치를 끄집어내어 위로한 것이다. 그런데 그 소소한 풍경이 명치끝을 뻐근하게 한다. 이들에게 직업과 신분의 귀천(貴...
▶'여름새'는 이른 봄 남녘에서 날아와 번식하고, 가을에 남녘으로 간다. '겨울새'는 나그네새다. 북쪽 번식지와 남쪽 월동지를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통과한다. 떠돌이새(漂鳥)는 여름에 깊은 산지로 들어가 번식하고, 가을부터 봄까지는 평지에 내려와 생활하는 조류다. 철새들이 이동하는 이유는 천적과 추위를 피해 번식하기 위해서다. 떼를 지어 이동하면 길을 잃을 확률도 줄어든다. 그런데 요즘 지구촌 철새들이 길을 잃어가고 있다. 철새가 길을 잃는다는 것은 곧 집단의 죽음을 의미한다. 길은 곧 삶이고 방향이다. 머물렀던 둥지는...
▶아뿔싸, 한해가 속절없이 가는 게 허망했나 보다. 12월의 끝을 부여잡고, 고주망태가 됐다. 1월보다 먼저 취했고, 12월보다 빨리 혼이 나갔다. 귀로(歸路)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듯 한참을 걸어도 제자리였다. 더욱 황망한 일은 ○○씨와 통화를 하다가 발을 헛디뎌, 아파트 화단으로 고꾸라진 거였다. 온몸이 흙 범벅이가 됐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 흙 악취가 풍겼다. 지나가던 아가씨가 '괜찮냐'며 손을 내밀었다.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했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또 손을 내밀었다....
연말연시 들뜬 음주모임, 운전은 냉정하게 금지를 2015년이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날이 오고 있다. 연말연시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희로애락을 회식, 송년회등으로 보내는 모임이 많을 것으로 안다. 이러한 술자리 모임이 음주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더욱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경찰에서는 내년 1월 말까지 특별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여 음주운전 금지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일부 음주 운전자들은 연말에 대리운전기사 수요증가...
▶ 요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양말을 걸어놓지 않는다. 깊은 밤까지 멀뚱멀뚱 기다리지도 않는다. 철이 들어서가 아니라 이미 부모의 ‘거짓말’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산타클로스가 왕래할 굴뚝도 없다. 만약 굴뚝이 있다 해도 산타는 뚱뚱해서 굴뚝을 오갈 수 없다. 수학이나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산타의 존재는 미증유(未曾有)다. 산타가 하루 동안 지구에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려면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비행해야한다. 지구촌 아이들이 20억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거리상으로는 31억2500만㎞, 1초에 2600㎞를 달...
학교 밖 청소년도 우리의 아이들입니다. 최근 생활비 등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장기매매를 시도하다가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더군다나 장기밀매의 대상자로 고아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물색했다는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매년 6만여명의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학교 밖 청소년으로 배출되고 있으며, 그 중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파악이 되고 있지 않은 아이들 누적수가 2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은 비행에 가담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취약층으로 전략하기 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