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杜門不出). "학교에서 도대체 뭔 일이 있었는지, 지난주부터 아들은 등교거부는 물론 두문불출하고 있어." 집안에만 틀어 박혀 밖으로 나다니지 않음을 일컫는다. 글자대로 풀이해보면 '두문을 나가지 않는다'이다. 고려멸망과 조선개국의 분기점에서 유래된 이 말에는 고려충신의 사연이 담겨 있다. '두문'은 실제로 '두문동(杜門洞)'을 칭하는 단어로, 경기도 개풍군 광덕산 서쪽의 골짜기에 위치한다. 이곳은 고려 왕조를 모시던 유생과 신하들이 조선이 건국하자 벼슬살이를 거부하고 은거해 살았던 마을이다. 이성계는 1388년 요동정... [충청투데이]
척지다. '서로 원한을 품어 미워하거나 대립하게 되다.'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척지고 살 필요 있나", "그까짓 돈이 뭔데 형제들끼리 척지고 사나". '척'과 '짓다', 혹은 '지다'가 어우러진 단어다. '척'은 한자로 '隻'이고 원래 뜻은 '두 마리 새 가운데 한 마리'를 가리킨다. '隻'은 한 쌍의 새가 서로 떨어져 외짝이 된 신세다. '짓다'는 '재료를 들여 무엇을 만들다'이고, '지다'는 '어떤 상태가 생기거나 이루어짐(그늘이 지다)'을 말한다. 그러니까 한 쌍에서 떨어져 외짝을 만들거나 외짝이 되는 것을 말한다. 원... [충청투데이]
블루투스. 스마트폰, 노트북, MP3 등의 휴대기기를 서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하는 근거리 무선 기술 표준을 뜻한다. 10m 안팎의 거리에서 저전력 무선 연결이 필요할 때 쓰인다.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보편화된 용어다. 'bluetooth', '푸른 이빨'이다. 왜 이 통신기술을 '블루투스'라 했을까. 10세기경 바이킹 왕 헤럴드 곰슨(Herald Gormsson)의 별명에서 유래됐다. 당시 불완전 통일국가였던 덴마크를 통일한데 이어 노르웨이까지 통합했다. 덴마크 왕이 된 곰슨은 별명이 있었다, 블루투스. 곰슨은 바이킹이어서 ... [충청투데이]
애비. 어른이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할 때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엄포성 질책이다. 아마도 이 말을 해보지 않은 부모가 없을 것이다. "애비, 그런 짓을 하면 호랑이가 잡아가" 보통 '애비'를 많이 사용하지만 '이비야'가 보다 올바른 표현이다. "너 자꾸 울면 '이비야'가 잡아 간다." 순 우리글 같지만 한자어에서 비롯됐다. '이비야'는 귀(耳)와 코(鼻), 남자(爺)를 일컫는다. 귀와 코가 뭣이 무섭고, 귀와 코가 남자와 어떤 관련이 있길래 이 말만 들으면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치는가? 아주 슬픈 역사적 사연이 담겨 있다. 때... [충청투데이]
청국장. 10~20시간 무르게 익힌 메주콩을 뜨거운 곳에서 볏짚 등을 이용해 바실러스균이 생기도록 띄워 만든 식품이다. "청국장을 먹으면 옷에 냄새가 배어 점심으로 먹기가 좀 그렇다." 된장이 오랫동안 발효과정을 거치지만 청국장은 하루 만에도 만들 수 있다. 역한 냄새는 마찬가지다.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메뉴다. 영양가 높고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이 당기는 발효식품이기 때문이다. 담북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디서 유래됐을까? 설이 분분하지만 중국 청나라가 다소 설득력을 얻고 있다. 1636년 병자년 청나라가 조선을 ... [충청투데이]
안성맞춤. '여름철 간식거리로는 옥수수가 안성맞춤이다', '지리산은 빨치산들이 숨어들어 활동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물건이 좋아 마음에 딱 들어맞거나 경우와 계제(階梯)에 잘 어울림을 일컫는다. '안성(安城)'은 지명이며 '맞춤'은 '맞추다'의 명사다. 어찌해 지명과 행위 명사가 붙어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켰는가. 안성은 18세기 초 경상, 전라, 충청이 만나는 상업 요충지로 조선시대 4대 시장이었다. 삼남(三南)지역의 특산물이 서울로 올라가던 중 안성 장날이면 이곳에서 대부분 거래될 정도였다. 특히 안성 장날에는 유기(놋그릇)... [충청투데이]
난장판. 여러 사람이 떠들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장소를 뜻한다. "월드컵 축구 결승전 도중 훌리건(hooligan)이 경기장으로 난입, 난장판을 쳤다" 어지러울 란(亂), 마당 장(場), 자리를 뜻하는 순우리말 '판'으로 이뤄졌다. '場'과 '판'은 동의어다. '난장'이라 해도 되지만 굳이 '판'을 붙인 이유는 양수(陽數) 가운데 '3'을 좋아하는 우리말 특성 때문이다. '처가(妻家)'를 '처갓집', '초가(草家)'를 '초가집', '포승(捕繩)'을 '포승줄'처럼 말이다. 사용 시기는 과거제도가 활성화된 조선시대일 것으로 추... [충청투데이]
함흥차사(咸興差使). 심부름 간 사람이 돌아오지도 않고 아무런 소식도 없음을 일컫는다. '함흥'은 함남 지역 명이고 '차사'는 중요 임무를 띠고 파견하던 임시 벼슬이다. 조선 초 두 차례의 '왕자의 난'이 그 사연이다. 태조가 후처(선덕)의 둘째 방석을 세자로 세우자 본처(선의) 아들들, 특히 방원이 난을 일으켰다. 본처 둘째 방과(정종)에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왕위를 물려준 태조는 이 꼴 저 꼴 보기 싫다며 고향 함흥에 은거했다. 왕위를 놓친 방원은 2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태종이 됐다. 형제들을 살해하면서까지 왕위를 차지한 ... [충청투데이]
십년감수(十年減壽). 글자대로 풀이하면 수명이 십 년이나 짧아졌다는 뜻이지만 몹시 놀라거나 위태로운 일을 겪었을 때 쓴다. "십년감수했지 뭐야! 어젯밤에 음주운전으로 역주행하는 차와 충돌을 가까스로 피했으니 말이야." 여기서 주목할 만한 말은 왜 하필 수명이 짧아져도 10년 인가이다. 20년이면 어떻고 30년이면 어떠한가. 축음기가 처음 도입돼 시험가동을 할 때 고종 황제의 놀라움의 표현 한 마디에 그 사연이 담겨있다. 1897년 미국 공사이자 의사인 앨런이 우리나라로 들여온 축음기가 어전에 설치됐다. 고종과 대신들 앞에서 당... [충청투데이]
파경. '깨지다' '破'와 '거울' '鏡'이 합쳐진 글자다. '거울이 깨지다'이지만 '이혼하다'로 쓰인다. "젊은 부부는 잦은 싸움에다 맞바람까지 나더니 결국 파경을 맡고 말았구먼." 깨진 거울이 무슨 사연을 담고 있기에 백년가약의 부부를 갈라놓는 의미로 둔갑했는가? 사연이 참으로 애잔하다. 중국 남북조시대 마지막 왕조 쳔(陣)마저 망할 무렵(590년쯤). 쳔 태사자인 씨더옌(徐德言)은 쳔 황제의 누이동생, 낙창(樂昌)공주를 아내로 맞았다. 그러나 씨더옌은 갈수록 고민과 근심에 빠졌다. "곧 쳔 나라는 쓔이(隨) 나라에게 망한... [충청투데이]
단장(斷腸). 끊을 '斷'과 창자 '腸'으로 구성된 글자로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이다. "남과 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은 단장의 아픔을 겪고 있지" 무엇보다 '단장'하면 '단장의 미아리 고개'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한국전쟁 당시 북으로 끌려가는 남편의 모습을 아내가 보고, 백년이 가도 기다릴 터이니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 아내의 마음은 어떠할까? 이 단어의 탄생에는 애절한 사연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환온(桓溫) 장군이 배를 타고 촉(蜀)나라를 치기 위해 장강의 삼협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한 병... [충청투데이]
철들다. '사리를 분별해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라는 뜻이다. '그 녀석 군대 갔다 오더니만 철들었네', '아직 철이 없어 그러하니 어떠하겠나' 원래 '철'은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 현상에 따라서 일 년을 구분하는 계절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봄철, 가을철 등등 말이다. 한 해 가운데서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를 일컫기도 한다. '씨앗 파종의 제 철은 봄이다'. '철들다'는 '제 철에 들어섰거나 농사지을 계절을 제대로 알게 됐다'는 것이 원래 의미다. 그러니까 '철들다'는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최적의 때가 됐음을 ... [충청투데이]
한식(寒食).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 4월 5일쯤이다. 찬밥을 먹는 날이지만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다. 명절에 찬밥을 먹다니… 불을 사용할 수 없어 밥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사연은 이렇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개자추(介子推) 전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진 헌공이 여희(헌공의 비)의 꾐에 속아 태자를 죽이자 둘째 아들 중이(重耳)에게도 화가 미칠 판이였다. 중이는 계모 여희의 학대를 피해 다른 나라로 피신이 불가피했다. 이때 개자추가 수행했다. 풀만으로 연명하던 중이에게 자신의... [충청투데이]
탕평채. '청포묵'이란 음식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한자어로 '탕평채(蕩平菜)'다. 여기서 '탕평(蕩平)'을 주시하자. 무편무당 왕도탕탕 무당무편 왕도평평(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이란 구절이 ‘서경’에 나온다. 후세인들은 이를 줄여 '탕탕평평'이라 했다. 임금은 정치 논쟁이나 시비에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공평해야 함을 뜻한다. 여기서 '탕평채'라는 음식명이 유래됐다. 대체적 음식이름은 재료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탕평채는 앞서 보듯 재료와는 전혀 관계없이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 왜 그럴까. 조선 영조(17... [충청투데이]
재주. 무엇을 잘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이나 슬기를 뜻한다. "어려서부터 활쏘기에 비상한 재주를 보였던 그는 결국 훌륭한 장수가 됐다", "그는 온갖 재주를 부려 위기상황에서 교묘히 빠져나갔다" '재주'는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와 한글이 섞인 단어다. 한자어로 '才操'라 쓰지만 '재조'로 읽지 않고 '재주'로 읽는다. 왜 그럴까. 모음은 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의 파괴 때문 아닐까. 마치 대조(大棗)가 대추로 불리듯 말이다. 여기서 재주와 잘 어울리는 동사로 '부리다'가 비롯됐다. 조(操)의 뜻은 '손으로 잡다. 쥐다. 부리다... [충청투데이]
사시미(Sashimi). 어패(魚貝)류를 날 것으로 썰어 간장 등의 조미료에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 일본음식으로 알고 있다. "오늘 저녁 광어 사시미 한 첨에 소주 한잔 어때", "사시미는 뭐라 해도 두툼하게 썰어야 식감도 좋고 감칠맛이 더하지" 맹자(孟子)에 '인구에 회자(膾炙) 되다’가 나오고, 논어(論語)에 보면 ‘공자는 두툼하게 저민 회(膾)를 즐겨 먹었다'한다. 고려 중기 이규보는 ‘膾’를 주제로 한 시(붉은 생선회를 안주 삼아, 반 병 술 기울이니 벌써 취한다)를 썼다. '膾'는 짐승이든 물고기이든 날 것으로 얇게 칼... [충청투데이]
농락. 남을 교묘한 꾀로 휘잡아서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하여간 주의하란 말이야. 감옥까지 가게 한 것은 그놈의 농락이니", "배울 대로 배운 대학교수인 내가 저잣거리 장사치에게 농락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분통 터져 죽겠어!" 농락은 한자어로 '籠絡'이다. '籠'은 대바구니, '絡'은 '굴레에 잡아매는 줄, 코뚜레'를 말한다. 대바구니와 코뚜레가 어찌해서 남을 마음대로 농락하는 뜻이 되었는가. 농락을 부수로 나눠 보면 '籠'은 대나무 '竹'과 상상의 동물 '龍'이 합친 글자로 '물건을 담아 놓거나 동물을 ... [충청투데이]
'도탄에 빠지다'. 도탄은 진흙 도(塗)와 숯 탄(炭)으로 이뤄진 단어다. 그러니까 '도탄에 빠지다'는 '진흙 수렁과 숯불 구덩이에 무엇이 빠지다'라는 본뜻이다. '생활이 몹시 쪼들려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상태'가 의역이다.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무척이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도탄에 빠진 도박중독자들의 치유에 대해서는 지극히 인색했다'. 이 말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중국 하(河)나라로 올라가야 한다. 하 걸(桀) 왕은 정벌한 나라에서 조공으로 미색이 뛰어난 말희를 받았다. 미색에 넋을 잃은 걸왕은 말희 요구대로 옥으로... [충청투데이]
곤죽. 엉망이 되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태 또는 물 빠진 낙지처럼 축 늘어진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얼마나 술을 퍼 마셨으면 곤죽이 되었나", "며칠 전 온갖 곡식으로 쑤어 놓은 죽이 무더위에 곤죽이 되어버렸네." 순 우리글 '곤'과 한자어 '죽(粥)’이 합쳐진 글이다. ‘곤’은 '곯다'의 관형어다. '곯다'는 '속이 물크러져 상하다' 혹은 '은근히 해를 입어 골병이 들다'라는 뜻이다. '곯은 달걀'을 '곤달걀'이라 한다. '죽'은 '곡식을 물에 오래 끓여 알갱이를 무르게 만든 음식'이다. 씹지 않고 그대로 삼켜... [충청투데이]
교활. '간사하고 잔꾀가 많다'는 뜻이다. "그 녀의 입가에는 교활하기 그지없는 미소가 흘렀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교활한 놈들의 꼼수가 판치는 세상이 됐다" 한자로 '狡猾'이다. 교활할 狡, 교활할 猾이다. '교와 활'은 모두 전설 속의 동물로 중국 기서인 ‘산해경’에 처음 등장한다. '狡'는 개처럼 생겼지만 온몸에 표범 무늬가 있다. 머리에 쇠뿔이 달려 있다. 이 동물이 나타나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동물은 무척 간사해 나타날 듯 말 듯 애만 태우다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猾'은 생김새는 사람과 같고 온... [충청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