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현실일지라도 때로는 모르는 게 나을 때가 있다. 국내 첫 번째 아동 폼페병 환자인 승준이(15)는 태어난 지 7개월이 되던 때부터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생활 중이다. 아직까지는 증상을 확연히 호전시킬 수 있는 치료법은 없고 2주에 한 번씩 3박4일간의 효소치료로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다. 승준이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할아버지, 어머니, 두 명의 여동생뿐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승준이 곁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의 의료비를 감당하려 치킨가게를 운영했었으나 부도처리됐고 한때 친구 가게에서 주방 보조를 ... [홍서윤 기자]
언제쯤이면 내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 대전에 살고 있는 황선희(가명·46) 씨는 지금껏 아들 승준(가명·15)이의 목소리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승준이는 위에 관을 삽입하고 인공호흡기를 몸에서 한 시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생후 백일이 지나서도 목을 가누지 못했던 승준이는 7개월이 되던 날 호흡이 가빠지는 응급상황이 발생해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떼어낸 조직을 미국으로 보내 정밀 진단한 결과 승준이는 폼페병을 앓고 있었다. 폼페병은 염색체 이상에 따른 대사증후군이다. 근육에 글리코겐이 축적돼 근력이 감소하... [홍서윤 기자]
동원이는 언제쯤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찾을 수 있을까. 동원이는 지난해 2월 골육종이라는 급성 소아암이 발병돼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아이의 나이는 이제 겨우 9살이다. 뼈에 발생하는 원발성 악성 종양인 골육종은 암이 있는 부위가 아프거나 붓는 증상을 동반한다. 동원이는 어느새 암이 어깨와 다리를 넘어 골반까지 전이된 상태다. 한 발자국도 스스로 걸을 수 없는 동원이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아이가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암이 발병했을 때 병원에서는 동원이가 5~6개월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골육종은 전이가 있는 경우 5년 ... [홍서윤 기자]
암과 싸우는 아이를 바라보며 부모의 삶에도 짙은 그늘이 졌다. 9살 동원이는 골육종 암에 걸려 현재 항암 2차 치료 중이다. 아이가 빌름스종양을 이겨낸 지 불과 몇해 만에 또 찾아온 암이다. 동원이의 긴 투병으로 부모의 일상도 깨졌다. 아이가 입원한 7월부터 부모는 병간호를 하느라 모든 일을 그만두고 병원에 산다. 암이 순식간에 골반까지 전이된 터라 아이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제대로 걷기 어렵다. 부모는 교대로 쪽잠을 자며 아이를 돌본다. 막대한 치료비와 생계 문제에 부모는 한숨이 깊어져만 간다. 아버지는 다만 얼마라도 벌어보... [홍서윤 기자]
아이에게 하루는 길기만 하다. 9살 동원이는 올해 7월경 학교생활을 일단 중단했다. 2학년 1학기를 갓 마친 시기였다. 현재의 몸 상태로는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3살때 빌름스종양이 발견돼 콩팥 1개를 제거했던 동원이는 지난해 8살이 되는 무렵 골육종이라는 암진단을 받았다. 암이 골반까지 전이돼 아이는 매일 매일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골반과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통증으로 인해 걷지 못하고 기어다녔으며 누워서 못자고 앉아서 자야할 정도였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픈 아이의 다리를 밤새도록 주무르는... [홍서윤 기자]
무엇으로부터 익숙해진다는 것이 무섭다. 특히 내 마음처럼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라면 더 그러하다. 9살 동원이(가명)는 병원생활이 낯설지 않다. 동원이는 3살때 빌름스종양이 발견돼 콩팥 1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부모는 아이와 병원 간의 인연같지 않은 악연이 그때 끝이 난줄 알았다. 완치된줄 알았던 병은 동원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간 지난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골육종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암이었다. 처음에는 어깨에만 혹이 생겼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골반과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 가보니 암... [홍서윤 기자]
결핍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한 두려움을 안겨줄지 모른다. 성문 씨의 두 자녀, 준성이(7살)와 준희(5살)는 엄마의 부재 때문인지 심리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큰 아이 준성이는 부모의 별거와 이혼을 겪으면서 분리불안 상태가 이어져 충동적이고 산만하다. 현재 지적수준도 IQ 69, 경계선에 있다. 동생 준희는 지난달부터 하루 1~2회 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바지에 지리는 등 퇴행이 보이고 있다. 결핍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일지, 혹은 언제까지일지 예측되지 않는다. 유성구드림스타트센터 관계... [홍서윤 기자]
“아빠, 할 수 있어요. 안해줘도 돼요.” 혹시라도 아버지가 미안함을 느낄까봐 어린 아이는 마음을 숨기는 법부터 배웠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7살 준성이는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번도 아버지 성문 씨에게 여느 친구들처럼 학원을 보내달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학원을 다니기에 집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느꼈기 때문이다. 아버지 성문 씨는 “도복입고 돌... [홍서윤 기자]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창피함을 제일 먼저 배울까봐 아버지는 그게 가장 두렵다. 성문 씨의 아들 준성이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준성이의 성장을 보며 때로는 뿌듯함도 느끼는 그이지만 요새는 학교에 입학해 친구들과 어울릴 아이 모습을 그려보니 불안함도 적지 않다. 때로는 친해진 친구들과 서로의 집에 놀러가고 놀러올 때도 있을텐데 그때 혹시라도 아이가 마음을 다치지 않을까 해서다.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 성문 씨와 준성이, 준희 세 식구의 집은 다른 아이들에게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친구 집에 놀러갔다온 ... [홍서윤 기자]
그늘이 돼 주지 못할까 봐 아버지는 그게 늘 미안하다. 김성문(54·가명) 씨는 아들 준성(7)이와 딸 준희(5)와 함께 대전에서 살고 있다. 필리핀에서 만난 아내와는 6개월 전 헤어져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이는 오로지 자신뿐이다. 한겨울 아파트 주차장에서 내복바람으로 아버지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었던 아이들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아이들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줘야 하지만 그의 몸 상태가 ... [홍서윤 기자]
[충청투데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7〉④ 내 사랑 자리나 씨 부모는 아직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에 녹이 슨다. 문식 씨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자리나 씨는 가정을 꾸리고 대전에서 살아간지 5년여가 됐다. 둘 사이에는 5살 혜진이와 2살 혜영이가 있다. 부부는 두 아이에게만은 모자람이 없도록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1학년도 채 마치지 못했던 문식 씨였기에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차마 또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문식 씨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딸들이 커 가면... [홍서윤 기자]
금의환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부끄러운 모습만은 보이고 싶지 않은 게 자식 마음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자리나(31·여) 씨는 결혼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 모국을 한번도 찾아가지 못했다. 시간제 택배일을 하는 남편의 벌이만으로는 시어머니 병원비에 두 딸 교육비까지,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수년전 사업을 하다 남편이 진 빚도 수천만원인 데다 아파트 임대료와 관리비도 수개월째 밀려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자신 혼자만을 위해 누구한테 빚을 지면서까지 비행기를 탈 수는 없다는 자리나 씨다. 조금만 형편이 나아... [홍서윤 기자]
엄마는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자리나(31) 씨는 어느덧 두 딸을 둔 엄마다. 자리나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등학교 역사교사로 근무하다 지금의 남편 문식 씨를 만나 대전에 왔다. 교사 출신이다 보니 누구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아는 터라 두 딸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지만 환경이 그의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빚만 수천만원인 상황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남편의 월... [홍서윤 기자]
〈7〉① 내 사랑 자리나 씨택배로 생계잇는 40대 가장어려운 형편에 노모 부양도“가족들 풍족하게 해줬으면” 가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대전에 살고 있는 김문식(47·가명)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땄다. 그의 나이 27살, 건설현장에서 일 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왼쪽 손가락 두 마디가 절단되는 사고도 당했다. 잘 해보려 이것 저것 해봤지만 일은 좀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문식 씨는 몇년 전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금융권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수천만원의 빚을 졌다. 개인회생도 신청했지만... [홍서윤 기자]
그저 세 식구 누울 수 있는 보금자리, 누군가에게는 그조차 사치였다. 지적장애를 안고 있는 큰 아들 영민(13), 스트레스로 공격성이 심한 작은 아들 영준(10), 그리고 두 형제를 지키는 어머니. 이 세 모자가 살아가는 곳은 기껏해야 10평 남짓이다. 냉장고와 옷장 같은 간단한 살림살이만 놓았는데도 제대로 발을 옮길만한 공간이 없다. 그마저도 곳곳이 깨지고 파손된 것 투성이다. 이혼한 전 남편이 깨고 간 문 유리는 여전히 금 간 상태로 그때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장애 탓인지 또래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영민이는 이 작은... [홍서윤 기자]
때로는 잊어버리는 것만큼 절실한 게 없다. 어머니 김모(45) 씨는 술에 취한 남편에 매일 같이 폭력을 당한 끝에 지난해 이혼했다. 성인 남성의 위협에 매일을 벼랑 끝에 있는 듯 살아왔지만 그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어린 아이가 안고 있는 기억이다. 막내아들인 영준(10·가명)이는 뒷바라지를 못해주는 게 미안할만큼 똑똑한 아이다. 지난해에는 전 과목에서 수를 기록했을정도로 암기력이나 기억력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영준이는 과거 어머니와 자신이 술에 취한 아버지 앞에서 얼마나 무서움에 떨었는지 그때의 공포도... [홍서윤 기자]
자그마한 집 안, 아이가 하는 놀이는 오로지 팽이 돌리기뿐이다. 어머니 김 씨가 큰 아이 영민이(13·가명)의 장애를 안 것은 아이 나이 4살 때쯤이었다. 어느 날 어린이집 원장이 “조금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 같다”는 말을 건네면서 치료를 권유한 것이다. 영민이는 1초도 앉아있으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리저리 움직였으며 방바닥이나 벽에 머리를 수시로 박았다. 먹는 것도 조절이 안돼 어느 때는 아무리 말려도 끊임없이 먹었고 또 어느 때는 일체 입에 대지 않았다. 뒤늦게 심각성을 느낀 어머니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고 검사 결과 영민이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즉 ADHD를 동반한 지적장애 2급이었다. 김 씨는 “그냥 다르다고만 생각했었고 검사를 받고서야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들의 삶은 늘 벼랑 끝, 한 발자국 앞이었다.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45·여) 씨는 지난해 남편과의 연을 끊었다. 젊었을 적 중매로 만나 10년 넘게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되풀이되는 남편의 폭력 속 김 씨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남편은 매일같이 술을 마셨고 그럴 때마다 집안은 살림살이 하나 멀쩡히 남아있지 못했다. 김 씨는 “단순히 욕을 하고 집기를 부수는 정도였다면 그래도 남... [홍서윤 기자]
몸이 완전히 자라지 못한 채 미숙아로 태어난 희망(2·가명)이는 각종 후유증을 앓고 있다.만성폐쇄성 폐 질환, 폐동맥고혈압 때문에 조금만 심하게 놀아도 숨이 가파져 이뇨제를 수시로 먹고 있다.
친모에게 버림받은 채 미숙아 후유증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희망(2·가명)이는 한 가지 큰 걱정이 있다. 시력부터 만성페쇄성 폐 질환, 뇌 손상 등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거나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보호자 동의’ 없이는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희망이의 친권은 그를 버린 친모에게 있다. 희망이를 보호하고 있는 대전 동구 A 아동복지시설이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려 해도 법적인 보호자가 돼 줄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희망이의 친모는 영유아유기혐...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