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정치판은 정말 까봐야 안다. 이기고 있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지고 있다 해도 실망할 필요 없다. 언제든 엎치락뒤치락한다. 선두가 탈락하기도 하고 꼴찌가 우승하기도 한다. 정말 드라마다. 반전은 계속된다. 현재 대선 형세만 봐도 그렇다. 그 반전의 주인공은 안철수 후보다. 불과 3개월 전, 안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제1야당 후보가 양보해 준다면 단일화 생각 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모두가 비웃었다. 그저 ‘허세의 주인공’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안 후보가 대선판을 흔든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별난 세상이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다. 얼마 전 모 광고를 보다 깜짝 놀랐다. ‘컵 워머’라는 생소한 물건 때문이었다. 사실 컵 받침대인데, 거기서 열이 올라온다. 그렇게 컵을 계속 따뜻하게 해준다. 커피·차가 식지 않는 셈이다. 심지어 차가 가장 맛있다는 55℃를 유지하게끔 설정돼있다. 이 물건의 신박함에 감탄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뭔가 씁쓸했다. 차가 식어가는 과정은 순리이다. 차의 온도로 시간이 지남을 느끼는 것도 묘미이다. 하지만 어느새 이것마저 불편함이 돼버렸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2021년 사회는 화가 났다. 수많은 어린 꽃들은 꺾였다. 지난해에 이어 아동 학대는 계속됐다. 대전에서도 20대 남성이 의붓딸을 강간하고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는 태어난 지 겨우 20개월 됐었다. 이런 분노스러운 사건은 전국적으로도 계속됐다. 구미에서는 세 살짜리 여자아이가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또 용인에서는 이모 부부가 조카를 물고문해 사망하게 했다. 수원에서는 친부가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이를 반지 낀 손으로 때려 숨지게도 했다. 지난해에도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은 많았지만 달라지지 않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긴긴밤에 생각이 많아진다. 괜스레 쓸쓸한 기분에 옛 친구가 떠오른다. 10대 땐 ‘말’ 때문에 멀어졌다. 말 한마디에 친구 사이가 갈라졌다. 20대 땐 ‘사랑’ 때문에 멀어졌다. 연애하느라 친구는 뒷전이었다. 30대가 되니 ‘그냥’ 멀어진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닌데 어느덧 소수만 남았다. 일·가정이 바빠 친구에게 소홀했다. 바이러스 세상까지 닥치니 거리는 더 멀어졌다. 그러고 나니 이젠 번거로워졌다.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조차 ‘일’이 돼버렸다. 부담이 될까 부담이 된다. 이유 없이 함께 웃던 시절은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학과 내에서 ‘뻥치기’라고 불렸던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양치기 소년’보다 더했다. 양을 치는 대신 뻥을 쳐댔다. 무언가를 하겠노라 호언장담 해놓고 행동은 늘 거꾸로였다. 이를테면, 술을 강요하지 않겠다 해놓고 후배들에게 사발째로 마시게 했다. 또 부도덕했던 대선배에게 직언을 하겠다고 큰소리쳐놓고 막상 앞에선 아양을 떨어댔다. 이런 일은 정말 매일 반복됐다. 처음엔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라며 이해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다들 얼마 못 가 등을 돌렸다. 그렇게 '뻥치기 선배'는 불신의 아이콘이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많은 인물들이 죽음을 계기로 업적을 평가받는다. 그리고 때론 죽음조차 ‘죄’가 된다. 바로 전두환 前 대통령의 죽음이 그랬다. 군인이던 전두환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그리고 ‘서울의 봄’이라 불리던 민주화 바람을 짓밟았다. 또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했다. 그 과정이 정말이지 극악무도했다. 시민들은 군홧발에 짓밟히고 총·칼을 맞아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러졌다. 또 수많은 사람들은 가족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반성조차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뻔뻔했다. 무려 40년 동안 뻔뻔했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도시가 긴장에 휩싸인다. 모두가 숨죽인다. 이날은 신기하게 동물들도 조용한 것 같다. 새소리조차 안 들린다. 날씨는 이상하게 춥다. 어제와 다르다. 그렇다. 오늘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바로 그날, 수능이다.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수능날은 잊을 수 없다. 아침에 씻는 따뜻한 물조차 차갑게 느껴졌다. 머리를 감으면서도 행여 공부한 것을 까먹을까 걱정했다. 모든 게 예민했다. 그만큼 인생의 중차대한 일이었다.☞올해도 '코로나 수능'이다. 작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올해도다. 올해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뽑을 놈이 없어, 쯧쯔…"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탄식이 들려왔다. 한 할아버지가 신문을 보다 날린 직구(直球)였다. 그런데 그 반응이 낯설지 않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비호감 선거'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후보들을 향한 의혹이 자꾸 터져 나온다. 그들이 뱉은 실언·망언은 논란이 된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냉랭하다. 심지어 후보들의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두 배 더 높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오죽하면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次惡)'을 뽑는다는 말까지 나올까.☞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버스를 탔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지하철도 탔다. 그런데 앉을 자리가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새삼 다르다. 사람들이 복작거린다. 비어있던 자리에 온기가 채워져있다. 그리고 개인플레이하던 사람들이 팀플레이를 한다. 대부분 혼자가 아니다. 옆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처음엔 '오늘 무슨 날인가'하고 넘겼다. 그런데 다음날도 똑같은 상황을 목격했다. 아! 생각해 보니 '위드 코로나'다.☞사실 그리웠던 풍경이다. 사람 냄새가 나고 생기가 돈다. 할아버지 세 분이 버스정류장에 앉아 계신다. 지팡이와 옷을 보아하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춤에 빠진다. 내가 초등학생 때는 핑클·SES가 대세였다. 방과 후 학교는 무대가 됐다. 그리고 그 시간이 되면 다들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라디오·카세트테이프 등이었다. 어떤 친구는 안무 대열을 짜기 바빴다. 그 안엔 이효리도, 유진도 다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지만 그땐 치열했다. 되고 싶은 멤버가 겹치기라도 하는 날엔 난리도 아니었다. 멤버가 정해지면 몇 시간 동안 땀 흘리며 춤을 췄다. 마치 진짜 그 가수가 된 양 진지했다. 가상의 카메라를 향한 포즈도 잊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사람 일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배우 김선호를 보니 그 말이 더 와닿는다. 그는 드라마 '스타트업'과 '갯마을 차차차'를 통해 스타가 됐다. 예능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했다. 광고계의 수많은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부드러운 외모와 다정한 이미지 덕분이다. 드라마에서 따뜻한 캐릭터를 맡은 것도 한몫했다. 긴 무명생활을 보상받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 여자친구가 폭로글을 올리면서다. 그 글엔 김선호가 낙태를 종용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논란이 일자 그의 선한 이미지는 되레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배구 월드 스타 김연경에게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하나 생겼다. 바로 '꼰대'다. 이는 최근 방영된 예능 '런닝맨'에서 시작됐다. 김연경 선수는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과 함께 출연했다. 이곳에서 MC 유재석이 김 선수에게 "자신이 꼰대 같다고 느낄 때가 있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연경 선수는 후배들에게 "꼰대 같을 때 있냐"라고 되물으며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유재석이 "그게 바로 꼰대"라고 지적했다. 자막으론 꼰대의 특징이 나열됐다. '꼰대'는 자신이 꼰대 같냐고 계속 물어본다고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핫하다. 제목에 속아 유년 시절 향수에 빠지는 건 금물이다. 이 드라마는 매우 잔혹하다. 빚에 쫓긴 사람들이 서바이벌에 참가한다. 빚을 진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사실 그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들이 물러날 곳 없는 '절박한 을(乙)'이라는 사실이다. 456명이 456억 원을 걸고 경쟁한다. 룰은 단순하다. 6번의 게임을 거쳐 이기면 된다. 게임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골목놀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줄다리기·구슬놀이 등이다. 문제는 탈락자는 진짜 죽는다는 거다. 게임에 살아남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소원의 단골 주제는 '행복'이다. 나 역시 소원을 빌 때마다 '행복'을 말했다. 보름달·별똥별·분수·돌탑을 보며 비는 건 늘 똑같았다.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주세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똑같았다. 그저 행복을 바라는 대상이 늘었을 뿐이다. 하지만 얼마 전, 술자리에서 충격을 받았다. 아무개 씨가 소주잔과 함께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인간은 왜 행복해야 하는가?" 이 철학적이고도 고고한 질문은 나를 벙찌게 했다. 그렇다. 왜 행복해야 하나. 행복이 뭔가..☞정부에게 행복은 쉽다. 모든 정책에 행복을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카리스마'도 시대를 탄다. 평탄한 사회 속 부드러운 리더십은 빛이 난다. 하지만 어지러운 사회 속 부드러운 리더십은 독이 된다. 그저 답답함이 배가 될 뿐이다. 지친 사람들은 화끈함을 원한다. 달래주는 리더가 아닌 내지르는 리더를 필요로 한다. '위로'가 아닌 '퇴로'가 필요하다. 난세 속 영웅은 강해야 한다. 과감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상황도 그렇다. 끝없는 불안에 갇혀있다. 누군가 펑 터트려주길 바란다. 병따개가 필요한 답답한 세태가 '탄산 정치인'을 낳는다. 현재 뜨는 정치인의 인기 비결은 여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물론 요리해서 먹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쉽지 않다. 만사가 귀찮을 때가 있다. 겨우 손가락 들 힘만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배달앱을 누른다. 시키면 온다. 배달 예상 시간도 나온다. 시식평도 볼 수 있다. 없는 메뉴가 없다. 없는 나라가 없다. 마치 ‘세계요리 열전’을 보는 것 같다. 끌리는 대로 시키기만 하면 된다. 한식·중식·일식·야식·후식·주류 다 온다. 전단지를 모으고 배달 책자를 들여다보던 시절은 갔다. “거기 중국집이쥬?”라고 묻는 잘못된 전화도 사라졌다.☞핑계 같지만 코로나 때문이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일이 있어 케이크를 샀다.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혼자 앉아 있었다. 한 할머니가 오셨다.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거셨다. 뒤이어 “언니, 바쁘쥬? 그냥 했어~ 아니, 그냥~ 했어요" 하시더니 끊으셨다. 정적이 흐른 뒤 할머니가 걸음을 옮기셨다. 기다리던 차가 온 모양이었다. 버스 계단을 오르던 할머니가 갑자기 뒤돌아 나를 보셨다. 그러더니 “아이구 생일인갑네. 축하해요~”라고 말하곤 떠나셨다. 낯선 어르신의 축하에 얼떨떨해졌다. 참고로 생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윽고 먹먹해졌다. 할머니는 ‘말’이 그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한 사내가 있다. 그의 모친은 사내를 낳은 지 7일 만에 사망했다. 9살이 되던 해엔 머슴이던 부친마저 세상을 떠났다. 사내는 다른 양반집에 머슴으로 보내졌다. 10대 중반엔 머슴 생활을 청산하고 나팔수로 입대한다. 그러다 열악한 처우를 못 견디고 탈영한다. 제지소에서 일을 하다 악덕업주를 살해한다. 도주한 뒤 승려가 된다. 절에서 글을 깨우치고 역사를 배운다. 거기서 비구니던 부인도 만나 환속한다. 그 뒤 산포수로 연명한다. 그때부터 총으로 명성을 날린다. 어느 정도냐면, 먼 거리에서 총을 쏴 유리병의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꼬마 녀석이 자꾸만 '맴맴' 거린다. 얼마 전, 창문에 매미가 붙어있었다. 곧 날아갔기에 동거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에겐 강렬했나 보다. 자꾸만 손으로 창문을 가리킨다. 그리곤 '맴맴'하고 흉내를 낸다. 그 소리는 매미와의 이별이 아쉬운 울음 같기도 하다. 또는 떠난 매미에게 돌아오라고 말하는 부름 같기도 하다. 매미는 본의 아니게 우리 아들마저 홀렸다. 엉뚱한 곳에 구애를 하고 떠났다.☞내게 매미는 그저 시끄러운 존재였다. 여름만 되면 울었다. 고막을 파고드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그나마 '방콕'이 덜 심심하다. 도쿄올림픽 덕분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찌 됐건 진행 중이다. 관중의 준비물은 캔맥주와 소파다. 그거면 충분하다.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일희일비'한다. 그 순간만큼은 '선수'가 된다. 그저 한국인이기에 한국을 응원한다. 국민 대부분이 이렇다. 함께 응원할 순 없지만 마음으로 함께한다. 올림픽에 희로애락이 있다. 교훈과 감동의 드라마다. 많은 걸 배운다. 그중 하나는 메달은 값지지만 전부는 아니란 거다.☞물론 승리는 좋다. 그중 금메달 4개를 휩쓴 양궁을 빼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