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나 뜻이 가당치도 않은 어휘들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입에 익게 되는가 보다. 특히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거나 대중매체와 언론 등에서 앞장서서 쓰다보면 어느 사이 표준말 비슷하게 정당한 의미를 지닌 듯한 단어로 자리 잡는다. 위험천만한 현상이지만 사회 감시망과 제재, 거부가 그리 격렬하지 않아 더욱 그러하다.언어 변형, 외래어 수용 그리고 본래의 뜻에 어긋난 쓰임새, 잘못 사용되는 우리말의 용법에 대해 우리 사회는 대체로 너그러운 편이다. 그래서 외래어 파급력이 거세고 광복 이후 7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
19세기말 프랑스 사회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에 휩싸였다. 보불전쟁 패전으로 그렇지 않아도 땅에 떨어진 국민 자존심은 이른바 '드레퓌스 사건'으로 설상가상 사분오열돼 있었다.독일에 여지없이 패배한 책임을 전가하기에 전전긍긍했던 군부에서는 우연찮은 기회에 독일과 내통한 국가기밀 누설 징후를 포착하고 유태인 출신 포병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에게 누명을 씌워 범인으로 지목하고 치밀한 계략으로 독일과 유태인을 향한 국민들의 반발 감정을 부추겼다. 드레퓌스 대위는 머나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 유배되며 사건은 어영부영 봉합되는 듯했다.이 무렵
일본여행 자제 분위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아직도 여전한 바가지 상혼으로 국내관광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지만 올 여름 휴가철엔 그동안 바가지로 악명 높던 여러 관광지를 찾는 휴가객이 크게 줄고 상인들 사이에서도 자성론이 고개를 든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다. 풍광 좋고 물이 흐르는 유원지에 불법 시설물을 세우고 가당치 않은 요금을 받던 업주들과 도지사가 모여 한바탕 토론을 벌인 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수십 년 이상 지속돼 오는 공유지 불법 점유 상행위에 대한 단속이 형식적으로 그
서울 종로 2가에서 낙원상가에 이르는 구간, '송해 길'이 있다. 송해 선생과의 인연으로 '수표로' 중 일부 구역을 '송해 길'로 이름 붙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송해 선생의 개인 사무실도 이 지역에 있고 나이 든 분들의 왕래와 활동이 빈번한 곳이라 길 이름과 거리 분위기가 맞아 떨어지는 흔치않은 사례에 속한다.당초 이 근처는 이미 노년층의 출입이 빈번하고 그 분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분위기가 형성된 곳으로 특히 물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짜장면 3000원, 통닭 한 마리에 4000원을 비롯해 노인들에게 필
당돌, 대담, 무모, 자기 환상, 집단 최면… 이즈음 일본 정부가 자행하는 일련의 무리한 자충수를 떠올리며 미국 하와이 진주만 국가사적지를 둘러보는 동안 줄곧 뇌리에서 떠나지 않은 개념들 이었다. 어찌보면 그동안 가식의 가면으로 위장된 그들의 속내가 이제 베일을 벗고 전면에 등장한 것이 아닐까.78년 전인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이 하와이 진주만 미국 해군기지를 느닷없이 기습 공격함으로써 태평양 전쟁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대됐다. 결국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미증유의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기
여름이면 생각나는 영화, '태양은 가득히'. 원제 'Plein soleil'를 번역하면 '가득한 태양'이니 직역 그대로가 오히려 멋진 제목이다. 1960년 작품인데 당시 신인이었던 알랭 들롱의 출세작으로 이 영화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그밖에 이런 저런 사연으로 영화사에 남는 작품으로 꼽힌다.이 영화의 주역은 모리스 로네, 마리 라포레와 알랭 들롱 3명이지만 포스터에는 알랭 들롱이 클로즈업 된다. 주관적인 판단인지는 몰라도 전 세계 남자배우 가운데 가장 준수한 용모를 꼽으라면 단연 알랭 들롱이 선택되지 않을까. 파리 근
65세로 규정된 대학교수 정년이 과다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공무원 60세, 초중등 교원의 경우 62세인데 65세는 너무 길지 않는냐는 것이다. 대학교원은 임용되는 연령이 일정치 않고 박사학위 취득 및 강사 생활 등으로 이즈음에는 빨라야 40대 초반, 경우에 따라서 50대, 더러는 60대에 접어들어 초임발령을 받기도 하니 실제 근속 연수를 감안한다면 65세 정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셈법도 나온다.한편 고령사회가 진전되면서 정년연장이 현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젊은이들의 일자리 잠식과 맞물리면서 논의가 더딘 현실이다. 과거 60
아프리카는 54개 공식 국가로 구성되어있다. 이 중 상투메 프린시페, 모리셔스, 세이셸, 카보 베르데, 코모로 그리고 마다가스카르 등 6개 나라는 섬이다. 이들 중 많은 국가가 예전 식민통치 국가였던 영국과 프랑스의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우리 감정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지만 1960년대 이후 잇따른 독립과정에서 고유어 대신에 과거 지배국가의 언어를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중남미 국가 모두가 식민지배 국가였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각 나라마다 저간의 사정은 조금씩 다
서정적인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우리말 '반달'의 이미지는 유럽으로 넘어가면 이질적인 느낌으로 돌변한다.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얼핏 들었음직한 반달족 그리고 이즈음 세계 곳곳의 뉴스를 접할 때 언급되는 반달리즘이라는 용어의 선입견은 무엇보다도 으스스하고 섬찟하다.고대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이 폴란드 남부에서 이베리아 반도를 거쳐 북아프리카로 옮겨 거기에 반달 왕국을 세웠는데 455년 로마를 침공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랜 세월 반달족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강했던 터라 약탈자, 문화파괴자로 간주돼 그리스·로마문화를 최고의 이상으로 삼
#. 나이가 들면 모두 현명해지는 줄 알았다. 이런 저런 삶의 곡절을 겪은 뒤 노년에 이르러 욕망에서 벗어나면 세상과 인간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바라보고 경륜과 성찰에서 우러나오는 반듯하고 침착한 사고와 행동으로 존경받는 어르신이 되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들은 지금 생각하니 기껏해야 40대 초·중반이었을 텐데 그 당시 얼마나 삶을 달관한듯 한 노숙한 표정과 언행을 보이셨던지… 그래서 그분들보다 더 나이가 들면 예지와 절제, 침착과 평화가 몸에 밴 노인세대로 자연히 접어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고령사회가 급속히
사회변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그 와중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속도와 정밀성을 앞세운 디지털 문화가 이미 사회 모든 분야에 파급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위축된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향수와 선호 또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오래전 이어령 교수가 진단한 것처럼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루는 디지로그 사회의 도래를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 e-book이 당초 전망했던 시장점유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고 자판 두드리기와 함께 펜은 여전히 애용되고, 영상이 득세한 가운데서도 라디오 방송은 건재하고 있다.속도감
반세기도 훨씬 넘은 옛 기억이지만 아직도 맛에 관련된 추억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인간의 오감 가운데 시각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입수한다지만 미각은 지속성과 소환 측면에서 단연 으뜸이 아닐까. 1963년 처음 맛본 라면의 식감은 여전히 어제 먹은 음식처럼 또렷하게 반추된다.꼬들꼬들한 면발에 기름이 동동 뜨는 국물은 흡사 닭고기를 오래 끓여낸 맛이었다. 외식으로 가끔 먹는 짜장면이나 집에서 끓이는 칼국수 그리고 소면을 삶아 건져낸 국수로 한정되었던 면(麵)의 세계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듯 했다. 발매 당시 한 봉지 가격이 10원 정
스포일러. 주로 영화나 연극, 소설 등에서 줄거리나 내용을 관객과 독자 또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정보 나아가 그런 행위나 행위자를 일컫는다. 줄거리나 구성, 특히 반전의 경우 다음 상황을 알 수 없는 긴장으로 인해 더욱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즐거움을 가져오는 까닭에 스포일러는 작품을 감상할 때 느끼는 묘미를 파괴해 소비자나 생산자 모두에게 배척받기 마련이다.부정적인 까닭에 하지 않아야 할 행위 또는 그 개념을 지칭하는 스포일러가 이즈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상영과 관련해 새롭게 회자되고 있다. 어느 작품
예전 꽤 오랜 세월 '군관민(軍官民)'이라는 표현이 아무 저항감 없이 통용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가당치도 않게 순서를 매긴 용어가 자연스럽게 쓰여진 바탕에는 군사정권의 억압과 사회의 무력감이 깔려있었을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의미 깊은 사회발전의 징표를 이런 데서 찾아본다.보훈처(報勳處)라는 정부기관 명칭을 쓰기까지 원호처(援護處)라는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시혜의 어감을 풍기는 용어를 오래 사용해야 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고초를 겪은 분들께 국가가 해야 할 응당의 보답을 '원호'라는 다소 건방져 보이는 명칭으로
#.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맞았던 이유를 잘 모르겠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여 살다가 군대로 모였으니 정신 개조와 군인정신 함양 차원에서 어느 정도는 효용을 인정할지 몰라도 1979년 봄 진해에서 14주 훈련 기간, 구타와 기합의 기억은 4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선연하다. 주로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때렸고 그 외에 갖가지 명분으로 어지간히 맞았던 것이다. 팬티 차림에 칫솔로 단체 총검술, 식당 앞 방화수통에 들어가 동료들의 식사모습을 지켜보는 벌칙을 받은 동기생도 있었다. 훌륭한 군인, 강인한 장교를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미스코리아 경연대회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던 시절이 있었다. 공중파 TV에서는 결선 행사 한참 이전부터 여러 관련 이벤트를 방송했고 각 시·도 예선에서 뽑힌 여성들은 꽤 긴 합숙기간 동안 나름 돋보이려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곡된 여성상 전파, 성의 상품화가 논란이 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일종의 관음증을 사회에 확산시킨다는 비난에 밀려 공중파 중계 중단을 시작으로 급속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지금도 행사는 여전히 지속되고 케이블 방송에서 중계를 하겠지만 이제는 지나간 20세기 후반기 한국사회에서 크게 주목
1900년에 태어나 1991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20세기 거의 전부를 살고 간 분이다. 삶의 전반부는 식민치 치하의 조국을 걱정하며 상해 임시정부에서 안살림을 맡고,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시기였다. 광복된 고국에 돌아와서도 이데올로기 대립과 일제 잔재 청산의 갈등 속에 조국의 영욕을 지켜본 사람, 정정화 여사. 회고록 '녹두꽃'을 텍스트로 구성한 그의 일대기를 연극으로 만난다.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즈음하여 우리는 여성 독립투사 정정화 선생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통해 20세기 현대사의 빛과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한다. 세계사를 훑어보면 나라간 친소, 우호적대 관계는 실로 무상하게 국력과 실리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뀌어 왔음이 이를 증명한다. 결국 자강불식, 끊임없이 힘을 키우는 것만이 치열한 국가경쟁 구도에서 살아남는 방안임을 실감한다. 이런 현실에서 소모적인 정쟁과 각 당의 이해타산과 명분 쌓기에 골몰하는 이즈음 우리 정치풍토는 힘을 모으기는커녕 그나마 쌓아놓은 국력을 탕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나라의 힘을 쌓아가는 동시에 이로운 우방 여러 나라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
[충청투데이]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포스팅 상당 부분은 개인적인 신상노출에 할애되어 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다, 오늘 일정은 이렇다, 무엇을 먹었다 등등 공감대 형성이 본질적으로 넓지 않은 내용이어서 지인이 올린 글과 사진이라 해도 읽고 나면 허망할 때가 적지 않다. 이런저런 개인적 사연을 통해 이해가 깊어지고 소통이 촉진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이런 사생활 노출의 비중은 나날이 늘어가고 이런 신상메모와 가십이 결국 SNS의 부정적인 역기능을 가져온다면 보다 넓은 차원의 사회적 공감대와 여론 형성, 환기는 순기능의 측면...
[충청투데이] 꼭 30년이 되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는 우리 사회 문화와 풍습 나아가 의식과 가치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해외여행자가 2018년 2869만 5983명을 기록했다는데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1534만 명으로 거의 갑절에 이른다. 사방이 막힌 나라에서 해외문물을 익히고 견문을 넓혀 나라 발전에 이바지 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여기에 수반되는 이런 문제점 저런 부작용이 늘 발목을 잡는다. 1989년 패키지여행 비용과 지금의 가격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 또한 주목할만하다. 당초에 너무 높게 책정했거나 지금이 덤핑이거나 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