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어딜 가나 만화방창이다.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게 피어나던 꽃들도 봄비 한 줄금에 꽃잎을 하나둘 떨구더니 꽃 진자리마다 초록의 잎새를 내밀고 있다. 화단 한 자락에 있던 명자꽃 한 무더기 아래로 화려했던 시간의 흔적인 양 떨구어진 꽃잎들이 발갛게 머물러있는 풍경이 그지없이 곱다.낙화가 더 붉고 향기롭다.무리 진 꽃잎들을 즈려밟고 한 줌 집어 바람에 날려본다. 허공을 향해 날리는 분분한 꽃잎이 친구의 음성처럼 애잔한 환영이 되어 그 자리를 맴돌다 도루 떨어진다."꽃이 필 때도, 꽃이 질 때도 먼저 간 아내가 몹시도 그립다."오랜만
지난주 어느 업체의 정문에서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하고 방문하였다. 비밀 유지를 해야 하는 곳이기에 함부로 일반인 출입이 되지 않는 곳이었다.정문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고 한쪽 구석에 흡연자를 위한 재떨이와 쓰레기통이 있었다. 플랜트 비가림막에 낡은 벤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설이 무색하게 넘쳐나는 쓰레기와 함부로 버려진 재활용품 등등…. 썩은 악취와 담배꽁초로 인한 니코틴 냄새가 역겨워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마음으로 함께하는 "환경 친구들" SNS 모임에 사진을 찍어 올렸다.나의 좁은 식견으로
청주시에서 시행하는 1인 1책 펴내기 운동이 올해로 17회를 맞는다.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운동은 전국 유일무이한 사업이라 한다. 또한 우리 청주시민만이 참여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혜택이기에 감사하고 소중하다. 2007년도 출범 당시 지도 강사로 창단 구성원이 되어 활동한 지 어언 십수 년이 흘렀다. 1인 1책 펴내기 운동은 남상우 시장님 재직 시 직지의 고장이며 예향과 교육 도시답게 출판비 일부를 청주시에서 지원해주며 자신이 알고있는 역사나 향토자료 혹은 살아온 날들중에 남기고싶은 소재로 나만의 책 한 권씩을 만들자는 취지의
가끔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를 펼친다. 어린 왕자는 지구에 오기까지 여섯 개의 작은 별을 지나온다. 어린 왕자가 지나온 별에는 위선과 쾌락, 물질 등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산다. 인생의 참된 의미를 알지 못하는 길들여지지 않은 어른들이다.어린왕자와 여우는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서 만나 서로에게 길들여진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엿 들으며 ‘길들임의 철학’을 알았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것이다.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관계는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누군가를 길들이며 이어진다. 우리는 수십억 인구 중의
얼마 전 정부 고위직 지명자가 아들의 학교폭력 때문에 지명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아들이 잘난 부모의 권력을 믿고 경거망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뒤이어 불타는 트롯맨에서도 1위를 달리던 가수가 하차했다.누구나 다 아는 학교 폭력, 데이트폭력 등등.. 사실 여부를 가리기엔 너무 파장이 커진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그날 지방에 살고 있는 초등 동창생 순이의 전화가 왔다. 예상대로 하차한 가수의 학교 폭력에 대한 성토로 흥분되어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순이는 초등 시절 내내 같은 동급생 성란이의 괴롭힘을 당했던 것이 트라우마가
파일, 마우스 오른쪽 클릭! 삭제, 휴지통으로 이동 .../휴지통, 마우스 오른쪽 클릭! 휴지통 비우기 클릭!/"이 항목을 완전히 삭제하시겠습니까."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의 기억회로가 삭제된 용량만큼 속도가 빨라진다. 반면에 인간의 기억은 영구히 삭제가 불가능하다. 망각해버린 기억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진의 음화처럼 의식의 심층에 있다가, 우리 삶에 불쑥 나타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우리는 정보화시대에 산다. 그래서 인간은 뭐든지 기억하고, 답습하며, 암기하고, 숙지하려 애쓰는 일상 속에 존재한다. 때때로 냉장고 문을 열
창문 틈새로 아슴아슴하게 새벽이 열리고 있다.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설렘이 있는 것도, 날이 새면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산적한 것도 아니건만 매번 같은 어둑새벽이면 여지없이 정신은 또렷해진다. 이른 아침부터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몸이 잠을 밀어내는 건 아마도 나이를 한 살 보탠 대가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잠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아침의 신선한 기운보다는 서글픔이 앞선다. 늙음이란 단어 앞에서 몸이 더 뻐근하고 천근만근인 듯 무겁기만 하다. 어차피 잠을 더 청해봐도 헛수고일 것 같아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거실 창의 빗장
"불이 났어요. 어서 밖으로 대피하세요."다급한 목소리로 연신 밖으로 나가라는 방송 멘트다. 지난 입춘 날 아침 청주의 한 대중사우나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일주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주말 온천사우나를 즐기는 여유는 오감만족의 행복이다. 그날도 주말 아침 늦잠 대신 사우나를 찾았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죽은 세포가 살아나는 듯 즐거움에 빠져있던 시간, 안쪽에서 메케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유독가스 냄새가 진동한다. 세신사 중에서 소각장 연기가 올라와서 나는 냄새라고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채 1분이 지났으려나 시커먼 연기에
식물의 즙을 빨아 먹고 사는 진딧물을 몰고 다니면서 먹이 활동을 돕는 목동개미가 있다. 겨울에는 진딧물의 알을 자기들의 집안에서 보호하고, 혹시 적에게 공격당하면 방어해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퍼 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목동개미가 "진딧물 꽁무니에 바짝 다가서서 더듬이로 진딧물의 배를 톡. 톡 치며 재촉하면, 진딧물은 몸에서 개미가 좋아하는 꿀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고 개미는 입으로 액체 방울을 단숨에 ‘꿀꺽’ 삼켜 버린다."책 속에서 만난 개미 이야기이다. 개미는 지구상 가장 넓은 지역에서 가장 많은 개체 수로 살아간다.
아이의 회동 그래한 눈가에 금세 눈물이 차오른다.호수같이 맑은 두 눈에 찰랑찰랑 차오른 눈물은 급기야 방울져 볼을 타고 내려와 뚝 떨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반짝이며 눈물을 떨구는 아이의 입가엔 환한 미소가 번진다.어린이집 하원길에 제 어미를 만난 세 살배기 손자의 모습이다. 할미가 어린이집 하원길에 늘 동행했었는데 일찍 퇴근한 제 어미를 생각지도 않게 마주하자 반갑고 기쁜 마음을 눈물로 반가움을 표한다. 형언할 수 없는 벅찬 심경을 어떤 언어로도 덧칠하지 않고 맑고 티 없이 벅찬 감정 그대로를 보여주는 손자가 할미의 눈에도 눈물을
환영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이 시기엔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엔 자기 적성에 잘 맞는 보직을 맡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엔 생소한 보직을 받아 한동안 업무를 익히는 데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십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진리가 있다.어떤 자리던 마음먹기에 따라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크기를 키우고, 일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시야도 넓어져 있고, 큰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한다. 부단한 노력을 통해 더 올라 갈수도 있고, 자신의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구조에서 퇴직 연령이 점점 빨라지고, 기성세대가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 우리 사회는 청년세대도 기성세대도 여전히 아프다. 슬프게도 이 사회가 겪고 있는 이러한 아픔은 내년에도, 후년에도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 같다.세상 어느 한구석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은 삶의 축복이고 행운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직장이 있고, 나와 함께 할 동료가 있고, 정을 나누는 가족과 이웃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내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언젠가 영화 ‘인턴’을 본 적이 있다. 기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