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하려면 공과 선수, 심판과 축구장 등이 필요하다. 의외의 물건이 하나 있다. 동전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동전이 예외 없이 사용됐다. 경기 시작 전 주심은 양측 주장을 불러 모은다. 양측이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선택하도록 한 뒤 동전을 엄지손가락으로 튕겨 올려 땅 또는 손바닥에 떨어트린다. 앞면이 나오면 앞면을 선택한 팀이 진영 또는 선공 선택권을 갖는다. 어찌해서 축구 경기에서 동전 던지기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가. 동전 던지기는 기원전 500년에서 기원후 500년까지 고대 로마시대에서 즐겼던 게임이었다. 동전을... [충청투데이]
도장(道場). '무예를 닦는 장소'다. 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태권도장, 유도장, 권투도장 등등. 어려서 태권도장 한 번 안 가본 사람이 없겠지만 대부분 부모님의 강요로 다녔다. 나도 근거가 있든 없든 키 크길 바라며 두 아이를 새벽에 억지로 깨워 집 앞 태권도장을 보냈다. 가기 싫은 것도 두 아이를 괴롭혔지만 더욱더 피곤하게 만든 것은 입고 가야 하는 옷이었다. 흰 천의 바지와 저고리, 이른바 도복(道服) 말이다. 다른 옷을 입고 도장에 갈 수 없다. 반드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이 옷을 입어야 한다. 태권도도 운동의... [충청투데이]
고름.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앞길을 여며 고정시키기 위해 가슴 근처에서 매는 약간 폭이 있는 두 개의 끈이다. 당초 저고리가 길어 고름이 없었다. 고려 후기 저고리가 짧아지면서 고름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 자주고름은 슬픈 사연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푸른 기와이끼 낀 지붕 너머로 나즉히(나직이) 흰 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 저고리 당홍치마 자락에 말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 십 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가는 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에 밀어 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메... [충청투데이]
문방구(文房具). ‘학용품과 사무용품 등을 파는 곳’을 말한다. 본 뜻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쓰는 물건’이다. "필통에 연필이 없으니 학교 앞 문방구에 들러 반드시 연필 사거라", "문방구에 가면 팩스용 ‘잉크’가 있으니 검은색 하나 사와라" 영어로는 ‘stationery store’라 한다. 어찌하여 이런 말이 생겼는가. 중국에서 비롯된 말로 문방사우(文房四友), 종이·붓·먹·벼루 등 4 가지 필기도구를 가리킨다. ‘문방’은 옛 문인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서재(書齋)를 가리킨다. ‘사우’는 문인들이 글을 쓸 때... [충청투데이]
사람을 처음 만나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할인 매장에서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 구입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시간을 두고 이모저모, 이것저것 살펴본 뒤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보다 많은 정보 습득을 통해 심사숙고가 가능하다는 데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정말 그럴까. 많은 사람들은 겉으로는 이렇게 행동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좀 과장되지만 번개 불에 콩 튀겨 먹을 전광석화(電光石火)에 모든 것을 결정한다. 대부분 사안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초에 지나지 ... [충청투데이]
영겁(永劫), '극히 긴 세월 또는 영원한 세월'이다. "영겁이 지나도 변치 않을 맹세를 할 자신이 있겠나”, "영겁이 흐른 뒤 우주가 존재할까" '영(永)'은 '길다', '겁(劫)'은 '하늘과 땅이 한 번 개벽할 때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다. 그러니까 '영겁'은 '겁이 영원하다'는 말이다. 인간이 만든 숫자나 시간 단위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득한 시간이다. '劫'은 원래 인도 산스크리스트 어의 '겁파(kalpa)'를 음역 한 말이다. '겁'에 대한 설명은 각 출처마다 다르다. 둘레 사십 리 되는 성(城) 안에서 겨자... [충청투데이]
찰나(刹那). '어떤 일이나 사물 현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를 말한다. "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는 찰나에 가로수가 덮쳐 강물로 추락하지 않았다."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크샤나(ksana)'다. '크샤나'를 음역 한 말이다. 원래 불교에서 가장 짧은 시간 단위다. 더 이상 짧은 시간은 표현할 단위가 없다. 1 찰나는 75분의 1초, 0.013초에 해당한다.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 개념인 순간(瞬間) 보다 더 짧다. 탄지경(彈指頃:손가락을 튀길 시간)도 아주 짧은 시간 단위지만 65 찰나다. 찰나는 불교경전, ‘대비바사론’에 근... [충청투데이]
'주머니 속 송곳.' 송곳은 뾰족하고 날카롭다. 주머니 속에 있으면 자칫 몸을 찌르거나 옷을 뚫고 나올 수 있다. 흉기로 휴대하면 눈에 띄어 해치려는 저의가 탄로 나기 십상이다. 그러나 '주머니 속 송곳'은 이런 뜻이 아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어디를 가든 남의 눈에 쉽게 띈다’는 비유다. 흉기 송곳이 어찌 걸출(傑出)을 드러내는 물건이 되었는가. 전국시대 말기 조(趙) 나라는 진(秦) 나라에게 침략을 받아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조나라는 초(楚) 나라에 지원병을 청하기로 했다. 조나라 대부 평원군은 식객들 가운데 문... [충청투데이]
성추행 의혹으로 대학 교수와 배우였던 50대가 자살했다. 또 다른 교수도 같은 의혹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태는 전염성 자살인가. 아니 '동조 자살(copycat suicide) 또는 모방 자살'이다. 사회 저명인사나 연예인,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자신도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사람과 비슷한 심리적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을 그 사람과 동일시해서 그 사람의 자살을 따라 하게 된다. 이를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 한다. '베르테르 효과'는 괴테가... [충청투데이]
오송(五松).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다. 지난 2012년 오송리에서 오송읍으로 승격했다. KTX 분기역이 있어 국토균형발전의 축이 되고 있다.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서 있다. 교통과 과학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충북 최대의 곡창지대인 미호 평야의 중심부를 이뤘던 지역이다. 오송은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소나무 다섯 그루'다. 어떤 사연이 있기에 지역 이름이 소나무 다섯 그루가 되었는가. 신라 말기 진성여왕과 효공왕 시대는 국정이 문란해 많은 학자들이 관직을 버리고 난세를 비관하며 유람하... [충청투데이]
산소. 무덤을 말한다. 우리글처럼 보이지만 한자어다. '山所'다. '뫼 산(山)'와 '자리 소(所)'가 합해져 '묏자리'라는 뜻이다. 엄격히 따지면 산이 아닌 들판 등 평지 무덤은 '산소'가 아니다. 한자 문화권인 한·중·일에서 우리만 쓰는 글자다. 일본은 묘(墓), 중국은 분묘(墳墓)라 한다. 왜 우리 선조들은 죽은 사람이 묻힌 곳을 '산소'라 이름 붙였을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묘지를 호화롭게 단장하고, 최고 3년 상(喪)을 나는 등 성대한 장례식을 치른다. 장례 기간과 3년 상을 치르는 동안 죽음과 삶의 경계를 확실히 구... [충청투데이]
책을 옆에 끼고 다니면 경찰이 잡아가는 시대가 있었다. 거짓말 같은 참말이다. 중국 진(秦) 나라 때다. 진시황은 기원전 213년 민간에서 책을 소장하거나 가지고 다니면서 읽는 것을 금지시켰다. 이른바 '협서율(挾書律)'이란 법령이다. 협(挾)은 '팔과 옆구리에 끼거나 소장하다'는 뜻이다. '협서'는 팔과 옆구리 사이에 끼는 책을 끼거나 책장 등에 간직한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한 뒤 강력한 법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진시황의 법치 노선에 걸림돌이 있었다. 유가(儒家)의 서적이었다... [충청투데이]
온새미로.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김새 그대로,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 라는 뜻이다. "어제 술안주로 통닭 한 마리를 온새미로 가져와 찢어 먹기가 힘들었다." 명사 '온새미(가르거나 쪼개지 아니한 생간 그대로의 상태)와 ‘로’가 붙어 부사어가 된 순 우리말이다. 발음과 글자 생김새를 얼핏 보면 다른 나라 언어 같기도 하다. 요즘 병원, 기업 등 곳곳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은 순 우리말이 또 있다. '안다미로'다.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이다. "안다미로 담은 접시를 보니 벌써부터 배가 ... [충청투데이]
온디맨드(On demand). '요구만 있으면 언제든지'라는 뜻이다. IT 산업이 갈수록 첨단화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즉시 공급해주다'는 경제용어가 됐다. '재화, 제품의 서비스가 공급에서 수요 중심으로 결정되는 시스템이나 전략의 총칭이 바로 '온디맨드'다. 이른바 고객 맞춤형 서비스다. 제품의 주인공이 생산자가 아닌 사용자다. 수요가 발생하는 곳엔 반드시 공급이 창출된다. VOD(video on demand), NOD(news--), FOD(fax--), 앱을 통한 제품 배달, 미국 우버 택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발품... [충청투데이]
구랍. 음력으로 지난해 섣달, 묵은 12월을 가리킨다. 섣달 '납(臘)' 앞에 오래 '구(舊)'가 붙어 구성된 글자다. '객랍(客臘)'이라고도 한다. "구랍 31일 저녁 해돋이를 보기 위해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그는 舊臘 31일 밤 11시 59분 59초 그 해 마지막으로 태어났다." 그냥 '묵은 12월'하면 되지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쓰게 됐는가? '臘' 자를 분석해보면 그 유래를 알 수 있다. '臘'은 고기를 뜻하는 '월(月: 肉과 동음)'과 수렵을 뜻하는 '렵(獵)'이 합쳐진 글자다. 따라서 '臘'은 '사냥해서 잡... [충청투데이]
'거덜이 나다.' '재산이나 살림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지는 것, 옷이나 신 등이 다 닳아 떨어지는 것, 하려던 일이 여지없이 결딴이 나는 것’을 말한다. "무계획적으로 마구 써대니 결국 살림이 거덜이 났다." 명사 ‘거덜’과 보조동사 ‘나다’가 합쳐진 문장이다. 1392년 태조는 조선을 건국하면서 수레, 가마, 말을 맡아보는 사복시(司僕寺)란 관청을 두었다. 사복시에는 '거덜'이란 종7품의 잡직이 있었다. 평소에는 말에 먹이를 주고 마구간을 청소하거나 수레나 가마를 수선하는 등 허드렛일이 주어져 미천한 종에 불과했다. ... [충청투데이]
고주망태. 술에 몹시 취해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다. "툭하면 밤늦게 고주망태가 되어 귀가하더니 간덩이가 성할 리 없지", "고주망태나 인사불성이나 곤드레만드레나 그놈이 그놈이제" 한자어 '苦酒(고주)', 독한 술에서 고주망태가 유래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고주망태'는 옛 문헌에 보면 '고조망태'로 나온다. 언제부턴가 '고조'가 '고주'로 변형돼 지금에 이른다. '고조'는 '술이나 기름 등을 거르거나 짜내는 틀'을 말한다. 한자어로 주자(酒 )이고, 한글로는 '술주자'라 한다. '망태'는 '새끼나 노로 엮어 만든 그릇을 ... [충청투데이]
골백번. 여러 번을 강조하거나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골백번 설명해도 딴전을 피우면 뭔 소용이 있겠는가",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며 금연 권고를 골백번은 더 했을 것이다", "국가를 위해 전쟁에 나섰으니 골백번 죽어도 여한이 없다", '골백번'의 '백번(百番)'은 단어 그대로 '백 번'의 횟수를 말한다. 그렇다면 '골'은 무슨 의미인가. '골'은 횟수 '만(萬)'을 나타내는 우리 옛 토박이말이다. '골백번'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백 번을 만 번이나 되풀이하다'는 뜻이다. 100에 1만번을 곱하면 되니 1백만번이 된다. 따라서... [충청투데이]
메리야스. 무명실이나 털실을 씨실과 날실로 코를 엮어서 만든 속옷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원래 신사는 메리야스를 입지 않고 와이셔츠를 입는 법이지", "십여 년 전 만해도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메리야스를 선물하는 관습이 있었지." 발음을 들어보면 분명 우리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영어일까. 이 역시 아니다. 스페인어 혹은 포르투갈어다. 어찌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가 한국에 와서 속옷의 명칭을 평정했는가. '메리야스'는 20세기 초 개화기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알려진다. 아마도 스페인 선교사에 의해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충청투데이]
난닝구. 속옷 가운데 윗옷을 가리킨다. 주로 남성용이며 흰색이다. "내세울만한 체육복이 없던 1960~1970년대 운동회나 마라톤 때 '난닝구' 차림으로 달리기를 했었지." "열대야를 피하려는 안간힘은 안쓰럽지만 누리끼리하고 어깨 끈이 비대칭적으로 늘어진 '난닝구' 바람은 정말 볼썽사납지." 하지만 '난닝구'는 순우리말이 아니다. 외래어 '러닝셔츠(Running shirts)'의 변형이다. 어찌하여 이 '러닝셔츠'가 '난닝구'로 둔갑했는가. 우리에 비해 영어 발음이 정확하지 못해 빚어낸 일본인의 발음 때문이다. 일본인은 외국어... [충청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