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고도로 복잡한 기술과 시스템에 의존하기 때문에 편리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로 인해 위험과 사고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아진다. 특히 세월호 참사나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등을 보면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이 경고했던 '위험사회'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더 이상 재난이 특수한 경우에 발생하는 일회적 현상이 아닌, 개인들 삶의 곳곳에서 당사자로 직면하게 되는 위협요소임을 국민 모두가 자각하게 됐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 정부와 시민, 시장이 힘을 모아...
무더웠던 여름의 열기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해진 날씨가 반갑다. 그러나 근로자의 직업건강 확보를 업으로 하는 필자의 마음 한편은 무거워진다. 이는 가을이 주는 풍성한 수확의 기쁨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보다는 뇌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점증되는 환절기를 맞아 근로자의 건강유지 증진에 관한 책임감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뇌·심혈관질환은 뇌혈관질환(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질환)과 심혈관질환(심장질환과 혈관질환)을 합해 부르는 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암(28.9%) 다음으로 높은 비율(22.4%...
지역 내 장기 공사 중단 건축현장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일부 건축현장은 수십 년 동안 공사가 중단되면서 경고등을 켠 상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이상 방치된 충남지역 건축현장은 62곳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충북(45곳)이 세 번째로 많았고 대전 12곳, 세종은 1곳이었다. 이 중 절반이상은 10년 이상 공사가 중단됐으며 공주의 상업용 건물은 무려 27년이나 방치되고 있다. 안전등급은 보통 A급(우수), B급(양호), C급(미흡), D급(불량)으로 나뉜다. 대전·충북의 경우 안전에...
흔히 청주지역 농산물을 백화점식농업이라고 한다.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이면서 기후여건 또한 너무 좋아 태풍 등 자연재해로 부터 큰 피해가 없어 축복의 땅이라 불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단양의 마늘, 보은의 대추와 같이 한 품목에 올인 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 해서 청주지역에 농·특산물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는 공동브랜드육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선 쌀을 육성하기 위해 1999년 전국을 대상으로 브랜드명을 응모한 결과, 생명쌀을 선정하게 됐다. 그러나 생명은 명사로 어느 특정인이...
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따라 보시하되/ 아끼거나 탐내는 마음이 없어//자기가 지은 공덕을 이웃에게 돌린다./ 그런 보시가 가장 훌륭해 모든 성인은 칭찬하나니//살아서 그 복을 얻고 죽어서 천상의 복을 누린다. 얼마 전 신문 사회면에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 자살을 기도한 아파트 경비원 이모 씨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는 평소 일부 주민들의 언어폭력과 인격모독에 시달렸다. "(한 가해 주민은) 먹다 남은 빵을 5층에서 ‘경비’, ‘경비’ 부르며 ‘이거 먹어' 하고 던져주는 식으로 줬으며, 안 먹으면 또 안 먹...
얼마 전 정부에서는 문신(文身)을 의료행위 범주에서 제외하거나 의료면허 없는 사람도 시술이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데 이 조치가 몰고 올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허용이 이루어지면 이를 계기로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각종 위해요소를 줄일 수 있겠지만 동시에 젊은이들의 무분별하고 충동적인 문신 역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럽에서도 문신은 타투(tatoo)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1980년대 말부터 한동안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문신을 한 사람의 90%가 18세에서 45세 사이이고 대부분 ...
지난 주말에는 홀로 제법 커다란 등짐을 꾸려 짊어지고 지리산을 찾아 길을 나섰다. 뭔가 채워지지 않는, 아니 비워내기에 버거운 것들이 내 가냘픈 두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마다 떠나는 버릇으로 자리잡은 지 여러 해가 된다. 때로는 당일로 또는 1박2일이나 2박3일로 멀고도 험한 능선을 종주하기도 한다. 내게 지리산은 단순한 산이 아닌 그 이상의 무엇으로 다가온다. 수 많은 생명이 이 산에 깃들어 삶을 영위한다. 매년 10월 셋째주 토요일에는 아주 작은 대피소(산장)에서 지리산 위령제가 밤이 깊어 열린다. 6·25 ...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의 피해보상이 마침내 전개됐다. 사고발생 7년 만의 일이다. 유류오염사고와 같은 국제적 재난사고 발생 시 배·보상을 마무리하는데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태안 기름유출사고 처리는 빠른 편이나 피해민들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시간을 견뎌야했다. 아직 법정분쟁이 진행 중인 사안도 있어 이번 배·보상금 지급은 시작에 불과하다. 피해민 개인에게 지급되는 배·보상금은 태안남부수협 소속 524명에게 15억 8300만원, 서산수협 소속 맨손어업 3015건에 194...
10월 23은 24절기 가운데 열여덟째에 해당하는 상강(霜降)으로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절기다.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밤의 기온이 낮아져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되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얼음이 얼기도 한다. 이 시기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계절이며 활동하기 좋은 시기로 국화주를 마시며 단풍구경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농부들에게는 길고 힘든 한해 농사의 결실을 거둬들이는 시기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는 태풍 등 자연재해나 문제가 될 만한 ...
“밤새 안녕하십니까.” 어찌보면 참 서글픈 인사인데 작금의 한국 사회를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인사는 없는 듯 싶다. 힘겹게 달려온 2014년 한 해도 이제 두 장의 달력만 더 뜯어 내고 나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겠지만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올 한해는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 같다. 자고 일어났더니 리조트 강당이 붕괴되고 자고 있어났더니 여객선이 침몰해 수많은 청춘들이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어디 그 뿐인가. 자고 일어났더니 지하철이 추돌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총기를 난사...
그 어느해 보다도 다사다난 했던 갑오년! 청마(靑馬)의 해가 어느덧 10월의 끝자락에 이르렀다. 브라질월드컵 및 인천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행사가 예정돼 있던 2014년 새해 아침, 우리 국민들은 행운과 성공의 상징인 청마의 기운을 받아 우리나라가 새로운 시대로 힘차게 도약할거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월이 채 가기도 전 대형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시작으로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세월호 침몰사고,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사고,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
▶먼동과 함께 찾아오는 아침은 희망이다. 사람이 40년간 하루 2시간가량 먼저 일어나면 2만 9000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하루 8시간 일하는 10년 치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아침을 잃었다. 동시에 식구(食口)와 식솔(食率)과의 눈요기를 잃었다. 밥상에 앉아 하루를 여는 창(窓), 밥상공동체도 잃었다.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부르는 것은 한집에서 함께 밥(한솥밥)을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20%는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우린 평생 62t(교실 한 칸 정도)의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이 수치대로라면 밥상머...
전국 광역지자체 교육청의 엄청난 채무는 우리 공교육의 험난한 앞날을 보여준다. 17개 시·도 교육청 채무 잔액은 2013년 말 기준 13조 8501억원으로 전체 세입예산 대비 25.2%의 어마어마한 수치다. 중앙정부가 감당해야 할 채무를 시·도교육청에 전가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하여 또다시 지방교육채를 발행하면 그 이자는 또 다른 기채로 충당하는 등 경영 상태는 악화일로에 있다. 왜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을까. 14조에 이르는 채무 가운데 지방교육채 3조 7044억원, 민간투자사업이 10조 1466...
'KAIST 재난학연구소(KIDS)'가 어제 개소식을 갖고 업무에 돌입했다. 재난·사고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기관으로는 국내 최초라고 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 각계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면 재난예방 시스템 구축에 큰 힘이 될 것이다. KIDS가 대형사고 예방에 첨병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지난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를 비롯해 엊그제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에 이르기까지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삼풍백화점...
과학의 진보와 기계문명의 급속한 발전은 도시인구 증가를 가져왔고 대도시인구 집중현상은 지가상승, 주택난, 교통 혼잡 그리고 각종 공해로 인한 환경오염 등 많은 도시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인구의 과밀화는 인간소외를 증폭시키기에 이르렀고, 소음과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 도시공해는 극에 달하고 있다. 공해대책이 강구되더라도 그 자체가 또 다른 공해를 자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제는 악순환을 끊고 과학의 힘에 의해 빼앗겨버린 건강 그리고 인간성을 과학의 힘으로 보상해야한다. 우리들은 인간 자체의 모습을 상기하고 잃었던 자...
잘 익은 햇살 아래 가을을 맞은 용봉산이 분주하다. 하얀 피부 자작나무 잎은 옅은 갈색 미소를 보이고, 상수리나무는 다람쥐를 불러들이기 위해 옹골찬 열매 몇 알을 산비탈에 슬쩍슬쩍 떨구고 있다. 게다가 군데군데 단풍나무의 수줍은 웃음이 붉은 빛을 풀어 내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바라본 용봉산은 그저 숲으로만 보였는데, 막상 가을 산을 오르며 마주한 나무들은 디디고 선 위치와 모양이 제 각각이다. 마치 조회시간 운동장에 서있는 학생들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면 그저 다 같은 학생으로 보이지만, 국어 시간, 체육 시간, 학급회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