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당 종가의 음식을 찾아 대전역에 내리는 순간 아련한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시속 300km를 넘나드는 고속열차가 달리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1970년대 어느 여름의 일이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방학을 맞아 어머니와 함께 삼촌집에 가게 되었다. 삼촌은 서울에 올라가 집도 사고, 자가용도 있고 그리하여 이제는 성공했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분이다.꼭 직접 찾아가야 할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여전히 기억에 없지만 당시는 특별한 볼 일 없이도 삼촌은 물론 문중 일가들까지 서로 찾아가고 신세 지던 일이 흔하던 시절이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당별로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예비후보들 간 신경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선거구별로 경선이 진행될지, 전략공천을 통해 후보자를 선정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중앙당에서는 상대편을 겨냥한 파상적인 정치공세도 펼쳐지고 있다.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작은 흠집이라도 물고 늘어져야 상대편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상호공방전도 치열하다. 선거구별 유권자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승리 가능성만을 염두에 둔 정
수도권 쏠림 현상이 좁혀지기는커녕 더 심화하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인구, 기업, 자산이 집중돼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정안전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 인구는 2601만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절반 이상(50.7%)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지난 2019년 50.0%로 처음 과반을 차지한 이후 2020년 50.2%, 2021년 50.4%, 2022년 50.5%, 지난해 50.7%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우리나라 면적의 1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도
설날이 지나 이제 꽃피는 봄의 계절이 다가온다. 그런데, 봄이 되면 우리 몸은 이유 없이 나른해 지고 무기력해지는 이른바 춘곤증이 찾아오고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피로는 몸이나 정신이 지치고 힘든 상태를 말하는데 대부분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면 회복된다. 그런데, 휴식을 취하는데도 피로가 1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지속성 피로라 하고, 6개월 이상 계속되는 피로를 만성피로라고 한다. 또 기억력 장애, 두통, 관절통 등 다른 증상 들이 만성피로와 함께 복합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이
최근 몇 년 새 1인가구에 대한 언론보도가 자주 눈에 띈다. 그도 그럴 것이 5년 새 1인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소비와 생활방식 또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이제는 1인가구라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나노사회’, ‘핵개인’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의 생활단위가 더 작게, 쪼개지고 나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이러한 현상과 함께 1인 가구 대상 범죄, 고독사, 높은 자살률 등의 새로운 사회문제도 부상하고 있다.기존의 공동체 중심의 사회가 가지고 있던 안전망 기능이 약해지면서 국가를 비롯한 지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휘어져 몸의 좌우 대칭이 불균형해지는 질환이다. 보통 10대 성장기 청소년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잦은 스마트폰 사용 등의 생활습관으로 인해 자세가 올바르지 못한 청년층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척추측만증으로 치료받은 환자 9만 4845명 중 10대 청소년이 3만9482명으로 전체 41.6%로 가장 많았다.척추측만증은 특발성 측만증, 즉 뚜렷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측만증이 전체의 85~90%를 차지한다.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청소년기에 가장 호발하는데, 급성장 과정에
선운사 동백 꽃망울모지락스럽게 입술 깨물며아직 단꿈 젖어 있어두터운 외투걸치기도 벗기도 애매한 이 계절에그끄제 내린 목화송이 같은 함박눈벌써 자국 없이 물크러져 질척이네부푼 동백꽃망울 살포시 귀 기울이면겨울바람만 핥던 버석대는 줄기마다땅속 깊이 퍼 올리는 물소리자분자분 들려오네달포 지나면깊은 잠 깨운 봄꽃 군단 따라화사하고 아린 동백꽃미친 불길 휩싸여 벙싯 피어나겠지꽃그늘 타고 떠오르는 어느 느낌씨딱 그랬지눈부신 절정에서 울켝울컥 생피 토하며마지막 유서 쓰듯탐스럽게 피워 올려툭툭 목을 꺾는 동백꽃도내 사랑도그토록쓰린 가슴도 눈물겹게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5일 전국에서 의대 증원 반대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전공의 단체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신중 모드에 접어들었다는 해석과 투쟁준비태세를 갖췄다는 등의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빅5’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이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집단행동 참여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도 들린다.이런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13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요즘 졸업 시즌을 맞아 많은 초. 중. 고에서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다.필자는 2016년부터 대전제일고등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위촉되어 약 8년간을 같은 학교에서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왔다.오늘 모교를 떠나면서 인사를 나누게 된 3학년 졸업생들과도 3년이란 세월을 함께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필자도 한 학교에서 4년이란 기간을 봉사활동 했다고 하여 교육청의 지침에 의해 다른 학교로 이동하게 되면서 마지막 졸업식을 맞아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아침 출근하여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교통지도 활동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피크 코리아’(Peak Korea)라는 얘기가 종종 들린다. 한국경제가 정점을 찍고 지속 둔화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자녀 세대가 우리보다 잘살 수 있을까? "그럴거야"라고 애써 외면하지만, 피크 코리아에는 여러 근거가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주된 원인이다. 작년 출산율은 0.73으로 예상돼 세계 최저 수준이며 지방 소멸과 국가 소멸이 우려된다. 통계청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년 뒤에는 대전 규모의 인구가 소멸하고 40년 뒤에는 인구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 된다.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걷잡을 수 없도록 커진 전세 사기의 빠른 확산과 증가다. 이 범죄는 대한민국의 전세제도가 갖고 있는 불완전한 법과 시스템을 범죄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전세제도는 오랜 기간 존재했고 전세사기 역시 매년 발생했음에도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는 사기와 사고를 구분할 기준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준을 임대인의 기망행위 여부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이며 일반 사기범죄와 다르지 않게 규정하고 있다.전세 계약은 일반적으로 개인과 개인의 거래를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이른바 촉법소년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촉법소년이 저지르는 범행 수법도 해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어 법안 손질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2019~2023년) 촉법소년 수는 총 6만598명에 달했다. 2021년 첫 1만명을 넘어선 촉법소년은 2022년 1만6435명, 2023년 1만9654명으로 2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촉법소년의 범죄는 절도가 49.5%로 가장 많았으나, 강간이나 추행, 방화, 살인
전통적 가족주의가 가족을 해체하고 있다. 도전적으로 들리는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대체로 고개를 갸우뚱거릴 게 틀림없다. 우리 문화에서는 모든 게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개인화의 물결이 드세고 개인주의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어도 가족주의는 여전히 끈질기게 우리의 삶과 사회를 통제한다. 식당에 가면 ‘이모’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은 곧 ‘오빠’가 된다. 우리는 사람들의 관계를 가족의 관점에서 구성하려는 성향이 있다. 조금만 친해지면 나이의 서열에 따라 형이나 누나 그리고 동생으로 나뉜다. 사회는 이렇게 확대
22대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설 연휴는 민심을 경청하는데 더없는 기회였다. 명절에는 객지에 나갔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친구· 친척들과 왕래하는 게 우리의 풍습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 이야기는 단골 메뉴다. 설 민심이 총선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까닭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민심은 여론을 형성하는 창구다. 민심을 잘못 읽거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으로 선거에서 낭패를 당한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귀향활동에 나선 국회의원들은 명절 민심을 정확히 파악했을 줄 안다. 격려보다는 질책이 많았다고
청룡의 힘찬 기운을 품은 2024년이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늘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는 반복적으로 행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말을 통해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했다. 인생을 변화시키고 삶을 바꾸는 최고의 방법은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좋은 습관을
한자를 알고 나서부터는 여느 집을 가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먼저 마주치는 것이 가훈. 가훈 중에서도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이 ‘가화만사성’이었다. 이는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된다’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불변의 진리이다. 그러나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가훈이다. 산업화 사회의 핵가족화로 가훈의 존재의미가 퇴색되어가는 것이다.가정은 공동생활의 최소 단위이자 사회생활의 출발점이다. 우리 주변에 가족과의 유대 없이 성공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만 봐도 가정의 화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일본 삿포로는 지금 눈축제가 한창이다. 이장우 대전광역시장도 자매도시인 삿포로 눈축제장을 방문해 0시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시키겠다는 미래를 그렸다. 또한 아키모토 가츠히로 삿포로 시장과 만나 대전과 문화·경제·체육 분야 교류 확대를 약속했다.삿포로 눈축제는 1950년에 지역 중고등학생이 오도리 공원에 6개의 설상을 전시하면서 시작됐다. 버려지는 눈이 소재가 돼, 세계적인 축제로 승화된 이 축제는 1회 5만명의 방문으로 시작해 22회에 405만명을 기록한다. 이후 지난해 73회 축제까지 매년 200만명 이상이 찾으며, 브라질의
지역 교육계가 혼란스럽다. 정부를 통해 쏟아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교육정책들 때문이다. 정부는 유·초등에서 시작해 중·고등까지 공교육 전반에 걸쳐 수술대에 올리는 모양새다. 양질의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다. 심지어 정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총선용이냐고 묻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는 이제 불신으로 번져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숙려기간을 충분히 마련해 그 정책을 수행하는 자들과의 공감과 신뢰를 쌓아야 하지만 최근 교육정책은 너무 조급해 보여 깊이가 없는 모습이
인간의 생명은 한없이 소중하다.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기에 사람들은 그 생명을 지키고 연장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반면에 소중한 생명을 내려놓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평균보다 거의 3배에 가까울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며, 2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56%를 차지한다고 한다.깜짝 놀랄 일이다. 미래의 꿈을 꾸고 기쁨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청소년들이 이처럼 소중한 생명을 내려놓는다니 기막힐 일이다. 청소년 자살이 처음 주목받게 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