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길을 적시는 2월의 봄비가 내린다. 봄의 날씨가 찬 기온으로 늦겨울을 넘나든다. 비와 진눈개비로 변화하는 날씨는 봄이 온다는 계절의 순환이다. 땅과 하늘을 연결하며 내리는 봄비는 자연과 사람에게 수많은 사연과 인연을 만들 것이다.동네를 가르는 골목길의 수목에서 가녀린 듯 맺힌 빗방울을 보았다. 봄의 길목에서 보는 방울진 눈요기였다. 떨어질 듯 반원의 매달림이 우리의 삶 같이 보였다. 길가의 노란 잔디 속에서 자세히 보면 파란 싹이 촉수를 뻗었다. 우리가 느끼는 봄추위보다 먼저 새싹과 푸릇함이 보인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을
하늘을 지우고산을 반 지우고내려오는 눈이창에서 나를 들여다보네안에 엄마 있나창에 매달려 방안을 들여다보던 아이들이호주머니에 손을 넣고선득선득한 목덜미를 움추리면서밑으로 밑으로떨어져 내려가네우리 엄마는 중환자실에서액체를 몸에 넣고액체를 몸에서 빼내는수많은 줄과 바늘에 꽂혀2주일째 누워 계시네물 한 방울 엄마 입에 넣어 줄 수도손 한번 잡아드릴 수도 없네이렇게 이별할 수는 없는데60여 년 날마다 함께 일어나 밥 먹고함께 자던 엄마를이렇게 보지도 못하고 보낼 수는 없는데겨울의 스산한 날씨에 아파트 흰 색상은 싸늘함과 단절감을 고도로 응축
교원의 과중한 학교폭력 업무 부담을 경감하고 사안처리 절차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되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다. 신학년 신학기가 코앞인데도 불구하고 목표했던 채용 인원조차 채우지 못하면서 운영 차질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조사관 보수 등 현실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한 준비로 인해 지원자가 예상보다 훨씬 적다보니 각 교육지원청별로 배정된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충청권 교육청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전의 경우 동부와 서부교육청 두 곳에서 4
"음식점 운영에 알맞은 점포를 찾아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건물주가 추후 동일업종을 받을 수 없어 권리금 포기를 특약으로 넣겠다는 겁니다. 이대로 계약을 했다간 법적으로 권리금회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상가 임대차에서 세입자의 권리금회수를 두고 건물주가 특약으로 막으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세입자의 권리금회수 기회는 법으로 보호를 받는 강행규정이다.계약 사항은 계약 당사자인 건물주와 세입자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만큼 법적인 효력이 크다. 반면 건물주가 이러한 점을
‘피드백(Feedback)’이란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는 어떠한 ‘결과’에 ‘반응’을 더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은 끝없이 피드백을 수용하여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간다. 그렇다면 지난 1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서의 선거일전 90일부터 딥페이크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처럼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선거에도 밀접하게 다가온‘인공지능(Ai)’은 어떤 피드백을 통해 발전해 왔을까?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더 나은 선거를 위하여 어떻게 인공지능에 접근해야 할까?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Ai의 생성물은 개발사 오픈AI의
윤석열 대통령이 국립치의학연구원(치의학연구원)과 경찰병원 건립에 의지를 표명하면서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치의학연구원과 경찰병원은 충남도의 핵심 현안이다. 계획대로라면 치의학연구원은 천안에 경찰병원은 아산에 각각 들어선다. 윤 대통령은 그제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장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치의학연구원 설립은 충남 공약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께서 국립치의학연구원을 천안에 설립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며 "국립치의학연구원 천안 설립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한다
온 가족이 설 명절에 모였다. 손주들은 내게 큰 기쁨을 안겨준다. 아이들이 뿜어내는 다채로운 모습은 나를 설레게 한다. 손주들을 볼 때마다 아이들이 지닌 개성이, 성별에 따라 꺾이지 않고 탐스럽게 열매 맺길 바란다.하지만 한국 사회는 성별 규정이 여전히 작동되는 사회다. 대여섯 살만 되어도 남자아이들은 분홍 바지나 치마를 입지 않는다. 분홍은 여자 색이고, 치마는 여성 옷이라는 사고 때문이다.규격화된 생각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제약 없이 사고할 수 있어야 새로운 걸 만들어 낸다.영국의
"목련과 매화, 살구꽃, 앵두꽃, 자두꽃이 거의 같은 시기에 피고, 조팝나무 라일락이 그다음을 잇는다. 그것들이 한꺼번에 피었을 때 나는 나의 작은 집과 함께 붕 공중으로 떠오를 것 같은 황홀감을 맛본다."박완서 산문집 ‘호미’에서는 봄을 이렇게 묘사했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면 봄이 왔겠거니 생각되는데, 봄이 시작되는 기준이 따로 있을까?기상청은 일평균기온이 5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내려가지 않는 첫날을 봄의 시작일로 정하고 있다. 기온을 측정할 수 없던 옛날에는 생물의 변화를 통해 계절 변화를 느끼고 농사 시기를 정했다. ‘감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는 "증오란 신성한 것"이라고 했다.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쓴 드레퓌스라는 사람을 옹호하면서 한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신성한 증오’엔 저절로 머리가 수그려진다. 그러나 요즘엔 이런 증오를 보는 게 영 쉽지 않다. 물론 증오를 발산하는 이들은 사회정의를 내세우겠지만, 특정 진영논리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 사회정의는 내로남불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증오는 대부분 이런 내로남불형 증오다.혹 주변에 증오를 자주 발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관찰해보시라. 그
충북도민의 염원을 담아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출범한 충북청주프로축구단이 신생팀임에도 불구하고 돌풍을 일으키며 프로축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부분 K2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중위권을 차지하면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도민들의 기대감에 부응하고 프로축구계에서 생존·성장하며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선 무엇보다 구단 운영의 견실화가 선행돼야 한다.충북청주FC의 재정 규모는 K2리그 13개 팀 중에서 최하위권으로, 선수 수급이나 효율적 구단 운영에 한계로 작용한다. 대부분
연초부터 공공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과일, 채소 등 농산물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서비스 물가마저 크게 올라 서민들을 옥죈다. 신선식품지수가 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1월 물가 상승률은 2.8%로 6개월 만에 3%대 이하로 떨어졌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 2%를 훌쩍 뛰어넘는다. 대내외의 불안요소가 증가함에 따라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안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1월 공공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올랐다. 2021년 10월 6.
최근에 켄 로치 감독의 ‘나의 올드 오크’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이 작품은 복지시각지대에 놓인 은퇴 노동자를 그린 ‘나, 다니엘 블레이크’, 플랫폼 노동자의 벼랑 끝 삶을 다룬 ‘미안해요, 리키’에 이은 감독의 전작들을 잇는 마지막 시리즈로, 탄광산업 붕괴 후 폐허가 된 지역사회와 시리아 난민들의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들 두 공동체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탐구하며, ‘더 올드 오크’라는 영국식 펍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론화를 시작한다. 냉랭하던 두 공동체가 밥을 함께 먹는 과정에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는
2023년 11월의 출생아 수는 1만 7531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7.6%가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2000년에는 1.48명이던 것이 2005년에는 1.085명까지 하락해 제1차 비상이 걸렸으나, 국가적으로 총체적 노력을 경주한 결과 2012년에는 1.297명까지 회복에 성공했다.그러나 그 이후 회복세가 주춤하더니, 2015년에 1.239명을 기록한 이후 거침없는 하락세를 보여 2022년에는 0.78명까지 하락했다. 2023년에는 0.72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통계청은 최근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를 내놓았는데
우리나라 지역 내 총생산액의 절반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나온다.불과 전체면적 11.8% 지역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총생산액의 절반을 차지한다.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인구수가 560만명이던 경기도는 이제 14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서울이 포화상태가 되자 서울 외곽에 신도시가 만들어졌고, 최근 몇 년 사이 용인, 양주, 남양주, 김포 등의 인구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수도권 일극(一極)체제로 과밀화(過密化)가 굳어지고 있다.반면 지방은 과소화(過疏化)로 고사 직전이다.산업화 시대에 지방은 국가 수출전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인 근로의 권리는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만이 아니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또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에는 건강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하는 사람의 생명·건강 보호는 경영자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할 것이고, 안전한 일터 조성은 기업 운영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가치가 돼야 할 것이다.올해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중소 영세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시행된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22년부터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일부 주민들의 ‘폭발 위험성’등의 주장과 관련, 이에 대한 사실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자신들의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우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이 말은 지난 22일 양촌면행복복지센터에서 방산업체인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이하 KDind)가 논산시 양촌면에 건설중인 무유도탄 공장과 관련, 양촌면 일부 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폭발위험성’등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기 위해 논산시와 해당 업체가 열기로 했던 주민설명회가 무산되면
여야의 4·10 총선 후보자 공천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아직 여진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야 각 정당들이 지역구 후보들을 확정·발표하면서 공천권을 둘러싼 치열한 당내 경쟁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야의 공천 과정을 되짚어본다면 ‘투명 공천이다’, ‘시스템 공천이다’라며 공정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지난 역대 공천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이 든다.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당내 경선을 치르는 선거구도 있지만, 상당 지역에선 인지도와 다를 바 없는 여론조사와 단순 면접으로 공천이 정해지는 단수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가 기존 최상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자 내린 조처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아닌 보건의료 위기 때문에 재난경보가 심각으로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의료현장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하고 총력대응에 나섰다. 의사 집단행동이 끝날 때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정부의 강경대응에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 반발은 거세지는 양상이다. 전국
모든 정책이란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 낸 산물이요, 당시에 최고 정책권자가 내린 결단이다.모든 정책에는 양면성이 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이상적인 면과 현실적인 면, 장점과 단점 등의 양면성이 있다. 절대선(絶對善)인 정책은 없다. 모두 상대적이다. 정책 결정권자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종합적으로, 입체적으로 검토하여 최종 판단을 내려 정책을 선택할 뿐이다. 그래서 시효(時效)가 있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변하면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그게 정책의 운명이다. 특히 하나의 정책이 오래가다 보면 온갖 병폐가 붙는다.따라서 적기
최근 교육계에 가장 큰 화두는 의대 정원 확대일 것이다. 의대 정원에 대한 찬반 열기는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구도로 가다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여파가 이공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정부출연연구원에 몸담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의대정원 확대가 이공계의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의대 블랙홀로 인해 수많은 우수 인재들이 재수·삼수를 해서라도 이공계가 아닌 의료계로 간다면 국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강대강 구도의 의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