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벌써 초여름에 접어들었다. 김영랑의 시 한 구절처럼 마을 담장은 붉은 장미로 뒤덮이고, 들로 내려서면 사방이 푸르러지며 바람은 천이랑 만이랑 넘실댄다. 필자는 매월 첫 주가 가장 바쁘다. 대학 총장으로서 많은 미팅에 참석해야 하는데 그렇게 아름다운 5월에도 예외는 없었다. 5월 초순,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주최로 열린 ‘젊은 과학자’ 대회가 기억에 남는다. 올해로 10년째인 이 대회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고등학생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연구를 발표하는 행사로 학생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예선을 거친 뒤 본선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으로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상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벤처·스타트업의 열기가 ‘제2벤처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대치인 4.3조원을 달성했고, 벤처펀드 신규 결성액은 처음으로 6조원대를 돌파했다.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2016년 2개에서 2020년 13개로 6배 이상 증가하는 등 벤처·스타트업과 창업생태계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개인투자조합 결성은 물론 이들 투자 자금규모도 빠르게 증가했다. 개인투자조합 연도별 투자액을 보면
필자에게는 직장생활을 하는 큰 딸과 대학생 둘째 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 아들, 이렇게 세 명의 자녀가 있다. 28년간의 부모 역할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이별, 성별, 성장 시기별, 사안별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그때마다 다른 양육법을 구사해야 하기에 부모역할이 아직도 쉽지만은 않다.보건복지부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만 45건이고, 재학대 건수는 3431건으로 전체 학대 건수의 11.4%를 차지했다. 학대 행위자는 피해아동의 부모가 2만 2700건(75.6%), 친인척
장수하는 조류 중 하나인 솔개는 하늘의 제왕으로 약 70년을 군림한다. 솔개는 40살 정도가 되면 세월의 무게로 부리는 날카로움을 잃고 발톱은 무뎌지며 깃털은 무거워져서 사냥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순간 솔개는 죽을 날만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삶을 얻을 것인지 결정하는 중대기로의 순간을 맞게 된다. 새로운 삶을 선택한 솔개는 산 정상에 자리를 잡고 고통스러운 수행을 시작한다. 바위에 구부러진 부리를 쪼아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게 하고, 새로운 부리로 무뎌진 발톱과 무거운 깃털을 모두 뽑아낸다. 반년이 지나 새로운 발톱과
"코로나19 이전으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라는 말이 처음엔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회자되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있어"라는 비관적인 예고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저 평범하게 마주했던 웃는 얼굴, 영화관과 대형 쇼핑몰, 야구장, 축구장 등 그 수많은 인파 속에서 순간을 즐기는 얼굴, 퇴근 후에는 삼삼오오 식당에서 동료들과 한 잔의 술을 기울이면서 수다로 하루의 피로를 떨치며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지 못 한 지 오래다. 몇 해 전까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 얼마 전 한 항공사의 광고카피다. 일상 속에서 마음먹으면 떠날 수 있을 것 같던 여행이 오히려 우리에게서 떠나갔다는 광고의 메시지는 코로나 시대를 살고있는 모두에게 씁쓸한 공감대를 만들어줬다. 우리의 일상에서 멀어져 간 것은 비단 여행만이 아니다. 평생교육 현장에서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운영 프로그램 수, 참여 학습자 수, 집행예산, 네트워크 활동 범위 등 전 방위적으로 예년에비해 많이 축소되었으며, 그만큼 가혹하고 혹독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학습자들은 위축되어 학습관으로 가는 발길을 주저했
기원전 175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는 상인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이자를 받을 경우 원금을 상실하도록 처벌을 받는 규정이 있다. 이와 같이 오래전부터 고대인들은 고금리의 폐해를 막기 위해 이자 상한을 법제화했다. 우리나라도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고리대금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업법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으로 이자율 상한을 정하고 있다. 정부는 2002년 금융회사 대출 최고금리를 66%로 제한한 후 현행 24%까지 법정 최고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했다. 오는 7월 7일부터는 신규 체결, 갱신, 연
우리나라는 60년대의 가난한 나라에서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로 성장했다. 성장 발전은 다양하고 내실 있는 교육정책 실현으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국민들의 노력에 의해 이뤄졌다. 아직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물질문명이 질적, 양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해 잘사는 나라가 됐으나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크고 작은 분열과 갈등을 겪으면서 행복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4차 산업혁명시대에 유발될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해
캠퍼스에 날리는 송홧가루를 보며 지난달 특별했던 하루를 떠올려 본다. 필자는 식목일 즈음해 충북 괴산에 위치한 육군학생군사학교에 다녀왔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우송대를 대표해 소나무 한 그루를 심고 그곳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우송대 학군사관후보생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관습이다. 한국은 4월 5일이지만, 미국에서는 4월의 마지막 날에 나무를 심는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우리에게 깨끗한 산소를 공급함과 동시에 싱그러운 초록으로 우리의 눈과 머리를 씻어준다. 그리고 사람에 비해 아주
함께 지낸 시간이 장장 5년 6개월이었다. 태어난 지 3개월 이내에 죽을 확률이 대부분인 야생 고양이 중 한 마리였던 윌슨은 초겨울 어느 날 우리 식구가 되었다. 유독 날 잘 따라서 잘 때면 언제나 내 옆에 붙어 있던 윌슨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 버린 지 벌써 사흘. 윌슨이 사라지자, 문득 비행기 추락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했다가 탈출에 성공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이자 내 고양이 윌슨의 이름 유래하기도 한 영화 'Cast Away'(2000년)가 떠올랐다. 탈출 과정에서 파도에 밀려 멀어지는 배구공을 잡으려고 사력을 다해 헤엄치던 주인
이달 초는 동물원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 벚꽃길이다. 침산동과 산내까지 벚꽃길이 조성돼 이른 봄의 낭만을 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젊은 날은 보통 꽃만 보면 감동한다. 나이 들면 봄의 아름다움을 눈과 코와 귀로 느끼고 다시 봄을 만난 것에 대한 희열이 크다. 사월의 봄은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이 더하고 화폭에 푸른 물감으로 붓칠을 하듯이 그렇게 자연이 아름답게 변해 간다. 이른 봄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코로나 시대에 문화는 확실히 바뀌어 가고 사람들은 잘 참으며 살고 있다. 사는 건 그렇다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행복의 근원인 건강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와 같은 예기치 않은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필수적이고 중요한 요소는 생명의 활력소인 자연으로, 자연을 보호해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현대 사회가 우선시하는 미래지향적 발전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자연의 위대성을 인식하고 대자연의 본질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물질문명이 범람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도 자연과 일체감을 가지
‘카르페 디엠’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경구다.‘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인데 개인적으로는 대학 시절에 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크게 감동을 받아 여태껏 가슴에 새긴 말이기도 하다.영화에서 미국의 한 명문 사립학교에 부임한 키팅 선생님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학교의 엄격한 전통과 규율에 순종하며 오직 공부에만 목숨을 건 제자들에게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일깨워주며 순간을 즐기며 살 것을 도전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그런데 코로나1
언제부터인가 여행은 우리의 일상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여행객은 여행 계획에서부터 여행 과정 그리고 종료 후 여행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 매체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나만의 여행 추억을 오롯이 나의 앨범에 간직하는 시대가 아니라 이를 온라인상에 자랑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은 밀레니얼 세대에서부터 시작해서 Z세대에 이르기까지 보편화 된지 오래다.'그리드'라는 작년에 개봉한 영화 포스터를 아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패션계의 억만장자인 리차드 맥크리드의 흥망성쇠를 다룬 코메디 영화
지난 1년간 코로나 19로 인해 도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는 농어촌에 비해 더 큰 위기를 체감했고 도시의 공간들은 많은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속도보다 품격에 집중한 문화재생에 대한 니즈가 그 중 하나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 대전시는 ‘삶의 품격을 누리는 생활’이라는 목표 아래 커뮤니티 중심의 문화적 도시재생을 지향하고 있다. 문화적 도시재생은 무분별한 개발의 부작용을 예방하고 도시의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적·사회적 활동으로 침체된 도심과 공동체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문화재생을 통
과거 농업사회, 산업사회에서는 개인의 독창적인 능력 발휘로도 경쟁력을 가지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지식 정보화 사회,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 내는 창의적 역량을 갖춰야 생존과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글쓰기 과정에서 인간의 삶과 세상을 보고 듣고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며 자신을 조명해 보고 지혜를 얻어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또 글을 쓰면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력이 길러지고 어휘력이 풍부해져 언어를 기본으로 하는 인간관계와 사회발전의 바탕인 소통과 협력을
'길들여지지 않은 사진이 좋다'꾸밈이 없고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느껴지는 사진을 보면 가슴이 뛴다. 사진을 둘러싼 우리의 행위는 보는 것과 창조하는 것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필자는 이 두 가지 행위 중 더 중요한 것을 하나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보는 것을 택한다.프랑스의 기호학자인 롤랑 바르트가 말했던 사진에서 '푼크툼'은 보는 사람이 개인의 취향이나 경험 등에 의해 사진의 의미를 스스로 규정하고 해석하는 강렬한 인상인데 나는 이것이 주는 희열을 즐긴다.과거 그 어떤 시대보다 지금
최근 도심을 떠나 깊은 산속에서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을 다룬 프로그램이 50대 이상 중장년층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번잡한 도시 생활을 다 떨쳐 버리고 산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사는 모습이 그저 부럽기만하다.나도 은퇴하면 저렇게 한번 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이런 이유에서인지 몇 년 전부터 귀농 귀촌 열풍이 거세다. 왜 도시인들은 귀농 귀촌을 꿈꾸는 것일까?아침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지고 창문을 열면 앞에 산이 보이고 푸르게 펼쳐진 들이 보인다. 사시사철 주변에 꽃이 피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여유.주
조용한 새 해를 기대했지만 올해도 분주하고 뜨겁게 요동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나고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안이 상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3년간 한국의 외교부를 이끌었던 강경화 장관이 물러나고 정의용 장관이 임명되었다. 이들이 한국 또는 미국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시기는 언제가 될까? 아마도 여러 국가들이 코로나19 집단면역을 얼마나 빨리 형성할 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필자는 코로나가 대학에 미치는 영향에 주로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필자의 누님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얼마 전 취약계층 아동 사례관리를 하는 모 센터에서 학대 피해 아동의 심리치료비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로부터 출생신고가 안된 미등록 아동 얘기를 접했는데 바로 그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노출된 지 일 년 여가 지났는데 아직도 출생 등록이 안돼 사회복지 전산관리부여자로 등록 후 어린이집 이용과 아동수당만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 확인해 보니 친모가 전 남편과 이혼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7년 여를 친부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두 아이를 낳고 살았던 것이다. 처음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