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본사 편집국 정부세종청사담당 부국장(대우) 나인문命 충북본사 편집국장
▶가을은 연어의 고향이다. 이들은 강에서 태어나 몇 개월쯤 살다가 바다로 떠난다. 대양(大洋)의 꿈이다. 어릴 적부터 품는 희망의 그릇이 사람의 포부보다 크다. 치어가 두려움을 깨고 바다로 나가는 건 두려움을 몰라서가 아니라, 두려움을 기꺼이 껴안는 도전이다. 바다는 ...
▶골초였던 시인 오상순은 '꽁초'에서 음을 따 공초(空超)라는 호를 만들 정도로 끽연가였다. 비움마저도 초월한 사람이라는 뜻이니 담배연기가 곧 비움이고 채움이었다. 오죽했으면 헤비스모커(하루 100개비 이상 피움)인 그를 위해 전매청에서 매일 담배 10갑을 공짜로 ...
▶중국 계몽주의 지식인 량치차오(梁啓超)는 1910년 ‘조선 멸망의 원인’이란 글에서 우리 민족성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조선 사람들은 화를 잘 낸다. 모욕을 당하면 곧장 팔을 걷어붙이고 일어난다. 그러나 그 성냄은 얼마 안 가서 그치고 만다. 한번 그치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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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도 회군을 통해 역성혁명에 성공한 이성계는 개경의 지기(地氣)가 쇠락했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수도를 옮기려했다. 500년 도읍지 개경(개성)이 두렵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개경의 권문세족과 백성들은 새 왕조의 탄생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악몽에 시달...
▶세종시의 얼굴은 깊다. 밤의 눈빛은 화려하지 않으나, 그윽하다. 마천루가 된 도시는 세종 동진뜰 밀마루에서 잃어버린 꿈과 잊어버린 언어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2000년 역사의 파리와 런던,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3000년)에 비할 바 못되고, 예루살렘(6000년)...
▶물살이 흡사 짐승 울음소리 같다고 해서 명량(鳴梁)이다. 성난 바다가 휘몰아치니 울돌목이라고도 한다. 명량은 공포의 대척점이자, 백성 눈물의 발원지다. 명량에 피바람이 불기 두 달 전, 원균은 칠천량에서 200척의 배를 잃었다. 때문에 왜(倭)의 바다는 패배의 냄새를...
▶80년 전만해도 전화통화를 하려면 교환수의 손을 꼭 거쳐야만 했다. 이러니 화재신고를 해도 소방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잿더미가 되곤 했다. 1935년 10월 자동화전화가 탄생하면서 교환은 114, 화재통지는 119번으로 정해졌다. 문제는 긴급전화번호가 너무 많아졌다는 ...
▶국민들은 다급할 때 무슨 '똥개' 부르듯 119부터 찾는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아닌데 집나간 강아지를 데려오라고 징징거린다. 현관문 따기, 처마 밑 말벌 쫓기, 멧돼지 잡기는 그냥 덤처럼 여긴다. 심지어 대통령 취임식 때는 의자 닦는 일까지 한다. 어떨 땐 보...
▶6월 12일 오전 9시, 농부는 평소처럼 자신의 매실밭에 올랐다. 야산 밑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계단식 밭(田) 아래쪽에는 고추를 심고, 위엔 수박씨를 뿌렸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밭을 한 바퀴 둘러보던 그는 한쪽 풀숲이 꺾여 눕혀져 있음을 발견했다. 이상하다고 여...
▶내가 꽃이 아닌 이상, 남 앞에 서는 일은 초라하다. 더구나 나무토막처럼 물외하다면 더더욱 그렇다. 허세를 부려 봐도 오지랖 넓게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이다. 꽃은 보이기 위해 존재한다. 남이 보지 않으면 그건 꽃이 아니다. 때문에 꽃은 '화들짝' 피어 여행객의 ...
충청투데이가 여름 휴가철에 따른 '뉴스 수요 감소기'를 맞아 지면 감면에 들어갑니다. 오늘(14일)부터 8월 29일까지 평소 제작하던 대전·충남 24면, 충북 24면 체제에서 각각 4면이 줄어든 20면 체제로 전환합니다. 이는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며, 불황에...
▶걷는 것은 문자(文字)보다 빨랐다. 먹는 것은 언어보다 빨랐다.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남쪽원숭이)는 활엽수림이 줄어들고 지구대가 건조해지기 시작한 600만년 전, 나무에서 내려왔다. 나무에 매달려 네 발로 기던 원숭이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
▶위당 정인보와 육당 최남선은 절친한 친구였다. 하지만 최남선이 노골적으로 친일행각을 벌이자 정인보는 상복을 차려입고 육당의 집을 찾아가 '내 친구 육당이 죽었다'며 통곡했다. 정부수립 후 최남선이 반민특위에 걸리자 정인보는 증인으로 나서 육당을 변호했다. 그러나 ...
▶칙칙한 유곽에 들러 신고식을 치르고, 개처럼 끌려간 곳은 지옥이었다. “빨리 먹어, 빨리 입어, 빨리 뛰어. 빨리 싸. 빨리, 빨리, 빨리…. 박아, 뻗어, 기어, 벌려….” 문명사회의 짤막한 문맹어(文盲語)는 비겁했고 야비했다. 회식시켜준 뒤 지랄했고 칭찬한 뒤 빠...
▶동네에서 좀 논다 싶은 애들은 우멍거지가 채 여물지도 않은 나이부터 술을 입에 댔다. 술은 동시에 여자들에 대해서도 눈뜨게 했다. 자유분방한 색정광이 된 아이는 첫 관계를 하고 나서 훈장을 단 것 마냥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그 통정의 신(scene)들은 너무 세세했고...
▶(스토리Ⅰ)그는 어려서 학대를 받았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 자수성가했다. 이후 아들이 생겼고 인생의 목표였던 최고급 스포츠카를 구입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차를 손질하러가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주변을 살펴봤다. 그런데 어린 아들이 스포츠카에 못으로 낙서를 하고 ...
▶조선 명종 때 백정 임꺽정은 임거정(林巨正), 임거질정(林居叱正)이라고도 불렸다. 거질정은 '거친 놈'의 한역이다. 당시엔 백정의 아버지를 마당개, 자식을 소근개라고 했다. 그의 형 이름은 가도치(加都致)다. '가당치도 않은 놈’이란 뜻이다. 임꺽정은 왜 도적이...
▶폭군 연산군은 매일 기생들과 향연을 가졌다. 심지어 여염집 아낙을 겁탈하거나 사대부의 첩, 양인의 아내와 딸, 자신의 친족과 상간하는 등 패륜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전국 팔도에 채홍사(採紅使), 채청사(採靑使)를 파견, 아름다운 처녀를 뽑았는데 운평, 계평, 채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