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실감하지 못하다가 그야말로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송년음악회도 그중의 하나다. 얼마 전 초대받은 송년음악회에 이런 인사말로 영상 축사를 보낸 적이 있다. “클래식을 들으며 분주했던 한 해를 돌아보고, 재즈를 감상하며 힘들었던 한 해를 정리한다는 것, 생각만 해도 참 멋진 일입니다.” 음악회로 한 해를 정리한다니.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무대에 오른 연주자도,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도 참 멋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크리스마스트리 점등 행사도 그렇다. 이맘때면 서구청 앞 보라매공원에는 대형 크
올해 달력도 이제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엊그제 시무식을 한 것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 해를 되돌아볼 때 빠지지 않는 단어는‘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더구나 코로나19가 몰고 온 거대한 변화는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기에 잊히기 어려운 해일 것이다. 시구나 노랫말을 보면 우리가 삶에 지치고 힘들 때 가끔은 하늘을 보자는 말이 눈에 띈다. 또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작은 들꽃에 눈길을 한번 주라고도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잠시 옆과 뒤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말
현 시대를 진단하는 말 중 최근 많이 언급되는 용어가 있다. 바로 ‘기술패권’이다. 세계 패권 경쟁의 중심축이 국방·경제에서 기술로 급격히 이동하고 신성장동력을 둘러싼 국제 과학기술 경쟁이 심화되자 나온 개념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기술패권 시대에 살고 있다. 갈수록 격화하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은 기술패권 시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과학기술혁신정책 아젠다 2021’에서 기술패권 경쟁 본격화 대응을 주요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프랑스 대입자격시험 바칼로레아는 19세기 나폴레옹 제정 때 시작됐다.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바칼로레아는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치러졌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파도는 넘지 못했다. 2020년 국가비상사태로 봉쇄령이 내려진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6월 예정이던 바칼로레아 시험을 취소했다. 내신 성적으로 대체하면서 프랑스 수험생과 교사들은 큰 혼선을 빚었다. 프랑스만이 아니다. 스웨덴과 아일랜드도 시험을 취소했고, 상당수 국가가 연기하는 등 지난해 유럽은 대입 혼란이 속출했다.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 각국의 대학 입시에도 여파
제가 교직에 들어왔던 80년대에 교사는 ‘도구’였고, 학생은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국가가 정한 교사용 지도서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었고, 그것을 벗어나면 ‘불온교사’로 낙인 찍혀 교직에서 쫓겨났던 시절입니다. 일제 강점기 황국신민교육에서 시작해서 박정희정권의 유신교육을 거쳐서 전두환정권으로 이어지는 국가독점교육의 논리는 국가권력이 교사로 하여금 권력의 이데올로기를 학생을 대상으로 전파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했던 것입니다.80년대 중반, 교사들에 의한 교육민주화선언과 전교조의 출범 과정에서 ‘교육의 주체는 학생, 교사, 학부
약방에 감초가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생일상에는 미역국이 오른다. 값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한 사발의 미역국이 담고 있는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8세기 중국 당나라 현종 때 편찬되었다는 ‘초학기(初學記)’의 기록에 의하면 새끼를 낳은 고래가 미역을 뜯어 먹고 지혈이 되는 것을 보고서 고구려인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고 한다. 과거 유럽에서는 미역을 바다에 나는 잡초처럼 여겼었지만 최근 들어 슈퍼푸드로 각광을 받으며 덩달아 우리나라의 미역 수출도 늘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생일 미역국과 관련해서는 그리
99% 성공, 1% 과제. 지난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로 힘차게 날아오르자 이를 지켜본 네티즌이 한 말이다. 비록 마지막 단계에서 위성 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해 완벽한 성공은 이루지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는 매우 훌륭한 성과라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다.누리호는 설계부터 제작·시험·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이 순수 우리 기술로 진행된 우주발사체다. 이번 누리호 발사가 "대한민국 우주시대를 활짝 열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차 발사는 내년 5월로 계획돼 있으며, 이번 주부터 시작된 누리호
한국형 ‘위드(with) 코로나’가 다음 달 첫발을 뗀다. 코로나19 방역체계를 단계적 일상회복 단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 9개월여 만에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는 셈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소중한 일상을 되찾게 된다는 설렘과 바이러스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과연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단계적 일상 회복,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은 바이러스 퇴치나 종식 선언이 아니다.
우리 옛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가 있다. 또 몇 년 전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이 많이 팔린 적이 있다.모두 어린 시절에 접하고 배우는 것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 아이들은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중요한 습관들을 가진다. 정서나 행동, 그리고 학습의 측면에서 이후 생애 동안 영향을 주는 많은 것들이 아주 어린 나이에 만들어져 몸에 배게 된다.우리 교육청에서 초등학교부터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하자’고 제안한 이유 역시 이후의 생애 동안 학생들의 학습에 큰 영향을 주
‘만약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더라면’을 가정해 현재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선시대처럼 한자로 된 책으로 공부하고 한자로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겠지만 그 정도로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글을 종이에만 쓰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훈민정음은 만든 사람과 반포일 그리고 글자를 만든 원리까지 알고 있는 세계 유일의 문자이다. 그리고 배우고 쓰기에 아주 쉬운 글자이기도 하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워 까막눈으로 살아야만 했던 오랜 세월의 한을 훌훌 던져버리고 시를 쓰고 시
2000년대 대중문화 규제 중 대표적인 악법으로 지적되던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청소년 게임시간 제한제도를 일원화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그동안 셧다운제는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제도의 당위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많은 논쟁이 이어졌다. 원래 셧다운제의 목적은 '청소년 게임중독
이런 용어가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필자는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다. 철이 들기도 전에 이른 새벽부터 신문 배달과 빵을 팔았다.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칠 때쯤에는 도마동의 축구공 공장을 다니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힘든 생활을 반복했다. 태권도 사범 생활도 하고 관광호텔에서 종업원으로도 일했다. 가난에서 탈출하려면 공부가 필요했지만, 가난했기에 먼저 일을 해야 했다. 미래를 꿈꾸기에는 현실이 너무 각박했다.공무원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고 미래를 꿈꾸게 됐다. 첫 발령지는 당시 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