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국의 대학 동물병원에 비지팅(visiting) 수의사로 가서 그 곳의 시스템과 진료가 이뤄지는 현장에서 함께 하면서 깜짝 놀랐던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동물병원, 즉 2차 동물병원이나 대학동물병원 같은 대형 동물병원에는 자신의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슬픔' 상담사가 존재하거나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 주고, 가끔은 이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슬픔을 털어놓고 이겨낼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모임까지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충청투데이]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초이’라는 녀석은 이전 주인이 임신을 하는 바람에 우리 집으로 오게 된 녀석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반려동물들이 보호자의 결혼 혹은 임신, 출산의 이유로 함께 하던 가족을 떠나 다른 가족에 입양돼 가기도 하고, 그러기에는 너무 고령이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엔 버려지거나 혹은 극단적인 선택을 당하는 경우까지도 보아온 사례가 있다. 필자의 경우, 결혼 후 세 마리의 고양이와 두 마리의 개를 계속 키우면서 임신을 미루고 있었을 때 시어머님께서 수의사 며느리인 내게 정식으로는 꺼내기 쉽지않으셨는지 지... [충청투데이]
이번 여름 휴가철에도 유기된 반려동물이 지난 여름보다도 늘었다고 하니,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 정말 어쩔 수 없어 그랬으리라 믿고 싶지만, 다른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필자의 경우에도 수의사인 것을 아는 친척이나 주변 지인들을 통해 가끔 들어오는 부탁이 있다. 키우던 개나 고양이를 더 이상 키울 여력이 안되니, 키워 줄 곳이 없는지를 묻는다. 단순히 이렇게 이야기하면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일을 왜 했을꼬 하며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나 또한 3년간 이불에 오줌싸는 고양이도 길러봤고, 서로 코드가 맞지 않는 두 고양이... [충청투데이]
오래 전 뉴스에서 봤던 참혹한 광경을 기억한다. 곰에게 이상한 빨대를 몸 안에 꽂아 쓸개즙을 채취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청소년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때의 그 충격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보다 더 좋은 기능을 한다는 약물들이 생겨, 딱히 찾을 이유도 없게 되었고 곰 쓸개즙은 사양산업이 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이었던 80년대를 떠올려 보면, 다방면에서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르다. 특히 체형의 변화가 눈에 띈다. 나와 함께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던 동무들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참 길쭉길... [충청투데이]
얼마 전 고양이 한 마리가 진료를 보러왔다. 같이 오신 보호자는 중년의 나이가 훌쩍 넘어 보이시는 두 남자 어르신이었다. 몇 날 몇 일 밥을 안 먹고, 구토를 몇 번씩 했다는 이력이 있었다. 고양이를 여러 마리 기르는데, 몇 녀석이 같은 증상으로 이미 무지개 다리를 건넜기에 검사를 받아 보고 원인을 규명하고 싶다고 했다. 기본 검사를 한 뒤 당이 낮으니 영상 검사를 진행하기 전 수액을 맞추자고 보호자에게 말하니 고양이에게 들일 돈이 없으니 그냥 데려가겠단다. 참 난감했다. 뒷일은 너무 길어서 일일이 적진 못하겠으나 결국 이 고... [충청투데이]
요즘 '유기농'이란 말만 들어가 있으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애를 키우는 집에서는 일반 상품에 비해 평균 2~3배 가량 비싼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유기농' 마크에 집착하게 된다. 왠지 '유기농' 마크가 있는 식품이라면 유해한 것들이 최소로 들어있을 것만 같은, 그 말만으로도 어느정도 안심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서 조그만 지역 축제가 열렸는데 우유 판촉을 하는 사람들이 내민 광고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들이 내세운 것은 자기네가 우유를 착유하는 소들에겐 항생제를 최소화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충청투데이]
최근 눈에 띈 서적이 있다. '고마워, 치로리' 라는 제목의 책으로 일본에서 동물매개치료사로 활동했던 치로리라는 개에 관한 이야기다. 요약하자면 비오는 어느 날 새끼 다섯 마리와 함께 쓰레기장에 버려졌던 어미 개 치로리는 동네 아이들에 의해 구조되고, 요양원에서 지내다 신고를 당해 유기견센터로 옮겨져 안락사를 당할 처지에 있다가 당일 극적으로 구조된다. 새끼 다섯마리는 입양을 가고 치로리는 오키 도오루라는 사람에 의해 입양돼 치료견 양성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에 도전해 4개월이라는 최단기간 기록을 세우며 치료견 훈련을 통과한 후 ... [충청투데이]
수의사는 아픈 동물들을 치료하는 것이 주 업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분 좋은 진료 중에 하나는 건강검진이다. 그 중에서도 유기된 동물을 입양해서 건강검진을 받으시러 오는 분들에게는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동물 자유연대에서 몇 년 전부터 유기동물을 분양을 권장하기 위해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문구다. 이 슬로건을 볼 때마다 동물 보호소에 한번이라도 방문을 해 본 사람이라면 떠오르는 눈빛들이 있을 것이다. 한때는 누군가와 함께 사는 가족이었다가, 잃어버렸든 고의로 버렸든 제각기 아... [충청투데이]
기적처럼 하룻밤 사이에 벚꽃이 만개했다. 봄볕을 쪼이다 보니 12년째 나와 살고 있는 반려견 초이와 나의 두 아이와 다 함께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동시에 그 시절의 봄날과 함께 한 또 한 녀석이 떠오르는데 바로 내가 인턴을 하면서 처음 봤던 케이스의 주인공 백구이다. 백구는 엄청 요란한 싸움소리와 함께 병원에 내원했는데, 산책 중에 어린아이를 물어서 끌려온 그 녀석은 물린 아이의 부모님과 백구의 보호자 사이에 오갔던 고성으로 더욱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녀석이었다. 이 백구가 광견병에 걸렸는지를 모니터링 해야 하는... [충청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