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점심시간에 식당가를 걷는다. 메뉴가 합의되지 않은 날엔 눈알을 굴리기 바쁘다. 맛있어 보이는 집을 찾는다. 그러다 사람들이 줄 서있는 식당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간판을 본다. ‘일본어’로 쓰여있다. 그다음 집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간판을 보니 또 일본어다. 뭐 파는 곳인지는 몰라 갸우뚱댄다. 메뉴판을 봤더니 역시나 또 일본어다. 파파고를 꺼내기 귀찮다. 사진으로 대충 때려 맞춘다. 동료들에게 “줄 서면 일본이여”라는 우스갯소리를 던진다. 씁쓸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같은 외국어 간판이라도 다른 취급을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돌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돌잡이’다. 여러 물건을 올리고 아기가 고르게 한다. 아기가 잡은 물건으로 미래를 점친다. 돌잡이 용품은 대개 직관적인 의미를 갖기보다 어떤 바람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명주실은 ‘커서 실이 된다’라는 뜻이 아니다. ‘가늘고 긴 실처럼 무병장수할 팔자’라는 뜻이다. 붓·서책은 ‘학문에 뜻이 있거나 똑똑한 사람이 될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돌잡이 용품 중 요즘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청진기’다. 다소 추상적인 다른 물건들과 달리 의사라는 ‘특정 직업’을 나타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추석보다 ‘설날’이 좋았다. 이유는 딱 하나 ‘세뱃돈’ 때문이었다. 절하면 봉투가 ‘뚝딱’ 나왔다. 철이 없었다. 어른들이 건네는 봉투가 마냥 좋았다. 그 하얀 봉투가 한숨에 절어 하얗게 센 것임을 몰랐다. 어릴 땐 세뱃돈마저 경쟁이었다. 형제·사촌끼리도 서로의 액수를 쟀다. 설 연휴 이후 학교를 가도 그랬다. 친구들끼리 "너 세뱃돈 얼마나 받았어"가 공통 질문이었다. 반에서 많이 받은 순위를 나열하기도 했다. 그땐 그 세뱃돈의 액수가 곧 ‘자존심’이었다.☞그래서 못마땅했다. 할머니 댁이 있던 동네는 우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욕’은 나쁘지만 꼭 나쁜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적의 적은 친구’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갈 욕하다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함께 회사 욕을 하다 결혼까지 한 경우도 봤다. 욕하는 행위 자체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분출하며 푸는 것인데, 그게 ‘욕’이다. 이런 의미에서 ‘막장 드라마’는 진수성찬이다. ‘욕하려고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비난하는 드립이나 밈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인기 척도’가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욕을 많이 먹을수록 흥행한다’는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초등학생 때 상을 받았다. 무려 ‘그림상’이었다. 미술 열등생이었기에 그 상의 의미는 남달랐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기억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평화 통일 포스터·표어 공모’였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어린 나조차 그 들뜬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손을 꼭 잡은 그림을 그렸다. 그 속에서 그 둘은 마주 보며 웃었다. 그들이 서있는 곳은 한반도였다. 어떠한 선이 그려져있지 않은 ‘하나의 한반도’였다. 그때 대북 정책은 ‘햇볕’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정말 정치판에 꼭 맞는 말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실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들이 좇는 것이 권력일 수도, 신념일 수도 있다. 소속 정당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당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정당 역시 영원하지 않다. 정당과 자신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면 언제든지 탈당할 수 있다. 또 떠났다가 돌아와 복당할 수도 있다. 정치판 속 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오늘 설전을 벌였던 원수가 내일은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보면 정말 정치판엔 ‘영원’이란 없다.☞총선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거리에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한 중년 여성이 정치 유튜버 방송을 보며 길을 걷고 있었다. 문제는 그 소리가 매우 컸다. 확성기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유튜버는 누가 들어도 한쪽으로 치우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크나큰 소리에 한번, 그 내용에 한 번 더 놀랐다. 그럼에도 그 유튜버는 자신의 말이 정답이란 듯이 연설을 했다. 그 방송을 보던 중년 여성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한 번은 식당에서 놀란 적이 있다. 옆 테이블 중년 남성들의 대화 때문이었다. 그들은 뉴스 속 한 정치인을 보며 분노를 표출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겨울이 좋다. 계절 중에 제일 좋다. 혹자는 추운데 왜 좋아하냐고 되묻는다. 이유야 별거 없다. 어릴 적부터 스케이트 타는 것을 좋아했다. 눈이 오면 공원에서 친구들과 썰매를 가장한 박스를 타는 것도 좋았다. 눈이 내리면 볼 빨개지도록 눈싸움을 했다. 눈덩이를 굴려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그냥 그런 것들이 좋았다. 낭만이 있었다. 입김이 나오는 날, 붕어빵을 호호 불어먹는 것도 좋았다. 슈퍼 안 호빵 기계가 돌아가는 것도 좋았다. 춥지만 추억은 따뜻했다.☞대학생 땐 다른 의미로 겨울이 좋았다. 어묵탕을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간언(諫言)을 하기란 참 쉽지 않다. 내가 아랫사람이면 더욱 그렇다. 옛날에는 목숨까지 걸어야 했다. 김처선은 조선시대 유명한 환관이다. 그는 세종부터 무려 일곱 왕을 섬겼다. 최고위 내시인 판내시부사 겸 상선까지 역임했다. TMI를 덧붙이자면 ‘충청도(현 세종시)’ 사람이다. ‘왕의 남자’였던 그는 운명까지 왕에 의해 결정됐다. 김처선의 마지막 임금은 연산군이다. 김처선은 연산군이 처용희를 추며 방탕하게 놀자 직언을 쏟아낸다. 그래서 연산군에게 죽임을 당했다. 말로 죽은 것이다.☞사실 이 사회도 이와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한국인은 대체로 급하다. ‘빨리, 빨리’가 생활화돼있다. 기차를 타고 출장을 갔을 때였다. 기차가 도착하려면 5분이나 더 남아있었다. 승객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출입문을 향해 전진했다. 그리고 그들은 얼마 되지 않아 긴 줄이 됐다. 누가 줄을 서면 따라 줄을 서게 된다. 나도 질세라 줄을 섰다. 그렇게 한참 ‘서서’ 달렸다. 이윽고 도착해 기차에서 내렸다. 인파들 속에서 행군을 하다 아차 싶었다. 이곳은 종착역이었다. 굳이 급하게 내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멈출 곳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실소가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긴장이 모여 살얼음판이 된다. 몸도 마음도 떨린다. 유독 매서운 바람이 부는 그날이 왔다. 오늘은 2024 수능날이다. 수능을 안본 사람은 있어도 보고도 잊은 사람은 없다. 수능을 친 지 16년이나 지났음에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집을 나서 시험장에 갔던 모든 시간들이 또렷하다. 책상 앞 12년을 그 하루에 걸어야 했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날이었다. 과거를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는 날이었다. 시험 정답이 인생의 정답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랬기에 무서웠고 무거웠다. 태어나서 청심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빈대는 생소한 존재였다. 속담이나 비유에서 간간이 등장할 뿐이었다. 심지어 요즘은 그 표현들조차 잘 쓰지 않는다. 고로 빈대는 그저 가난한 과거의 산물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60년대에 태어난 엄마조차 빈대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 참빗으로 ‘이’는 쫓아봤어도 빈대는 경험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니 빈대는 희귀 포켓몬보다 더 희귀한 ‘고대의 해충’이었다. 그리고 그게 참 다행이었다. 영원히 몰라도 될 뻔했다.☞2023년 늦가을, 대한민국은 빈대 탓에 난리다. 21세기에 일어나는 일이 맞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