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석 충북본사 사회교육부장
[데스크칼럼]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전기요금 납부 고지서를 기다리고 있는 각 가정들은 그야말로 전전긍긍이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걱정 또 걱정이다. 일부 가정들은 이미 평소보다 몇 배나 되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고 아우성이다. ‘에어컨’때문이다. 유난히 더운 올 여름, 에어컨 없이는 생활할 수 없을 정도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산업용·일반용과 달리 사용량에 따라 가혹할 정도로 비싼 구조다.

한국전력은 가정용 전기를 100킬로와트시(㎾h) 단위로 나눠 6단계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단계별 요금을 보면 1단계는 ㎾h당 60.7원인 반면, 6단계는 709.5원으로, 최고 11.6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러다 보니 평소 전기요금을 4만 4000원가량 내는 가정이 하루 세 시간씩 에어컨을 켜면 요금이 2배인 9만 8000원으로 오르고 6시간씩 틀면 4배가 되는 18만원이 넘는다. 그야말로 ‘전기요금 폭탄’이라고 할 만하다. 반면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일반용과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료에는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길거리 상점마다 에어컨을 마음껏 틀어놓고 문을 열어 호객행위를 일삼는 이유다. 가정용과 일반용·산업용 전기요금이 이렇게 달라진 배경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족한 전기를 가능한 산업용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가정용에만 누진세가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무더위를 이기려고 냉방기를 가동하다 보면 한 달 전기요금이 수십만원을 훌쩍 넘기 일쑤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누진제’ 탓이다. 이 때문에 최근 유례없는 폭염에도 에어컨 가동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가정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도 사실상 ‘그림의 떡’에 불과한 셈이다.

이런 사정은 교육용 전기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 지난주 개학한 초·중·고교들이 전기요금 폭탄 걱정에 몸살을 앓고 있다. 꺾이지 않은 폭염으로 인해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봐 아예 단축 수업을 하거나 임시 휴교에 들어간 학교들도 있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에어컨을 번갈아 돌리는 탓에 속수무책으로 ‘찜통교실’을 견뎌야 하는 모양이다. 참으로 딱한 이야기다. 교육용 전기 요금은 산업용은 물론이고 가정용보다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불합리한 교육용 전기 요금 체계는 1년 중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날 사용량을 기준으로 삼는 현행 기본요금 산정 방식 때문이다. 이 계산법으로는 연간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고른 산업용보다 교육용이 훨씬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학교의 기본요금이 산업용 전기보다 비싸고 심지어 누진제가 적용되는 가정용보다도 높은 이유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 7~9월 일시적으로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기로 했다. 전기요금 폭탄 때문에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가정에서 불만이 들끓자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찔끔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내려주고 시간을 끌려는 속셈이 아니냐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국 일시적 ‘꼼수 할인’보다는 근본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전기사용량 등 기본 통계에서부터 신뢰가 가도록 솔직하게 전기요금 누진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불만을 새겨듣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만이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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