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에 방사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조사 결과는 지하수를 음용수로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해 지하수의 방사성 물질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전·충남 16곳을 포함해 전국 180개 지역에서 우라늄과 라돈 등 방사성 물질이 함유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서산 태안 연기 등 여러 조사 지역의 라돈 함유량이 미국의 잠정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라돈의 경우 미국의 잠정 기준치는 4000pci/ℓ이나 최고 4배를 초과하는 지역까지 조사된 것이다. 우라늄이나 라돈 등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성 물질로서 유전자를 파괴시켜 각종 암을 유발하거나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지하수를 지속적으로 음용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연합 같은 선진국들은 방사성 물질 기준을 법적으로 규제하거나 권고치를 설정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방사성 물질에 대한 정해진 기준치가 없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음용수에 방사성 물질이 건강을 위협하는 정도로 녹아 있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독일은 음용수를 취득할 때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지형은 취수 선정 단계부터 배제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지하수에 방사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4년과 95년에는 기초과학지원연구소가 지하수의 방사성 물질 함유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에서도 미국환경청 권고 기준을 초과하는 우라늄과 라돈이 검출돼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부 외국사례를 근거로 수질 기준에 방사성 물질 기준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 견지하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충남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이 55%에 불과하는 등 상수도 보급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들은 지하수를 식수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만큼 주민들이 방사성 물질의 오염으로부터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수질 검사 항목에 방사성 물질 기준을 설정,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옳다. 더 이상 미루는 것은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직무유기다. 차제에 방사성 물질 함유지역 주민들이 지하수를 마시고 질병에 노출되지나 않았는지 역학 조사도 반드시 실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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