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대전복지효재단 대표이사
[수요광장]

30개월 친딸을 밀걸레 봉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친부모는 재판 과정에서 ‘상습적으로 아이를 폭행하기는 했지만 살인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여리디 여린 어린 아이가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책임한 말인가?

요즘 연이어 친부모에 의한 자녀학대와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아동학대의 80%이상이 다른 누구도 아닌 친부모에 의해 일어난다고 한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끔찍한 친자녀 살인사건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뭔가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자주 하시던 말씀 중에 '농사 중에서 자식 농사가 상농사다'라는 말이 있었다.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자식농사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는 얘기인데 '자식농사' 잘 짓고 싶지 않은 부모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자식 키우는 일은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고 교과서가 따로 있어서 공부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한 명이며 이스라엘 국기에 '다윗의 별'이 그려져 있을 정도로 왕 중 왕이라는 평가를 받은 다윗도 자식문제만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는 무예뿐만 아니라 시와 음악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고, 인격적인 면에서도 모든 사람의 칭송을 받았지만 자식문제에서 만큼은 그리 현명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여 노년에 결국 골육상쟁의 비극을 겪게 된다.

다윗왕이 전국을 통일하고 태평성대를 누리던 때에 다윗왕의 장남 암논이 이복누이를 겁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윗왕이 장남 암논의 잘못을 제때 엄벌하지 않자 겁탈당한 누이의 친오빠인 압살롬이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 압살롬은 암논을 죽인 후 다른 나라로 도망쳐버린다.

아버지 다윗왕이 압살롬을 자기 나라로 다시 돌아오도록 부르지만, 자신의 여동생을 겁탈한 형에게 벌을 주지 않고 형을 죽인 자신을 용서한다고 하면서도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아버지 다윗에게 분개한다.

압살롬은 반란을 일으켜 아버지인 다윗왕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몰았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했던 압살롬이 부자간의 전쟁에서 패하고 다윗왕은 반란을 제압해 왕위를 되찾게 됐지만, 아들 둘을 잃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겪게 된다.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아들, 딸을 갖게 되지만 다윗왕이 자녀문제를 처리하는데 미숙했던 것처럼 부모로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남녀 간 원초적인 사랑에 의해 가정이 만들어지지만 그 가정의 구성원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정공동체를 어떻게 잘 유지해야할 지를 배워야 한다. 모든 관계의 기초가 되는 가족관계가 건실해야 그 기초 위에 쌓아올린 다른 공동체들도 건실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질 수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야하지만 또한 적절한 방식으로 규범도 가르칠 줄 알아야 한다. 영어, 수학 등 입시위주의 공부로 찌들어버린 중고등학교, 그리고 취업준비학원처럼 변해버린 대학들은 인문학적 성찰이 궁핍한 교육으로 인해 민주사회의 시민을 양성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좋은 교육을 받은 민주 시민은 가정을 꾸렸을 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소양을 갖은 시민이다. 내 자녀가 나와 생각이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아이를 가르치려고 하는데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성찰을 하지 못한 채 자녀를 낳고 키우다보면 자녀를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대하게되고 당연히 불상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관계의 구조를 낳게 된다. 즉 획일적인 교육 하에서 획일적인 삶의 방식밖에 알지 못하는 젊은 부모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어린 자녀를 기다려줄 줄 모르고 폭력을 행사하기 십상이다. 세속적 욕망을 추구하면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배우지 못한 채 몸집만 커버린 것 같다. 요즘 그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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