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족 간 살인을 저지르는 패륜 범죄가 충절의 고장 충청도에서 잇따라 발생해 민심이 흉흉하다. 그 대상도 가족 내에서 이모, 동서에 이르기까지 범위를 가리지 않고 있다. 존속살해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딱히 대책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족 내의 사정을 알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안다고 해서 쉽게 간섭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기 때문이다.

10대가 어머니와 이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그제 대전에서 발생했다. 대전 유성경찰서는 이런 혐의로 A군(19)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사건 당시 집안에는 A군의 아버지도 함께 있었으나 문을 걸어 잠그고 방안에 들어가 112에 신고해 화를 면했다. 경찰조사에서 A군은 "밥을 먹으라는 어머니의 말이 귀찮아 화를 내다 흉기를 휘둘렀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우발적인 범행이었는지 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가족들이 입은 상처가 너무 크다. A군이 마약성분이 든 약물을 복용했다는 가족의 진술이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가 어떤 경로로 이 약물을 구입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앞서 충북 제천에서는 20대가 아버지와 여동생을 살해했다가 무기징역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이 남성은 인터넷 도박에 빠져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범죄는 2012년 1036건, 2013년 1141건, 2014년 1206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중 존속살해는 2012년 50건, 2013년 49건, 2014년 60건, 2016년 55건 발생했다. 올 들어서도 이미 29건의 존속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존속범죄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행과 그렇지 않은 경우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행은 관심과 치료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물질만능주의, 극단적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존속범죄는 대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붕괴되고 가족 윤리가 희박해지면서 이런 유형의 존속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도덕성 회복을 통해 존속범죄를 막아야한다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패륜범죄야말로 우리사회의 어두운 이면이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윤리의식을 높이면 존속범죄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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