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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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38)

"큰어머님, 내한매의 노래가 어떠하오?"

왕은 혀 꼬부라진 소리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승평부부인 박씨에게 물었다.

"미망인이 듣기에는 망측하고 낯뜨거운 잡가이옵니다."

박씨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큰한 취기 탓인지 탕정이 흐르는 연석의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는 듯하였다.

"그래도 주색(酒色)은 상합(相合)이라 술 마시고 노는 자리에서 그런 노래가 흥을 돋구지요. 하하하."

머리를 구름같이 틀어올리고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기생들이 번갈아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적에 왕은 친히 북을 치면서 미친 듯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일어서서 같이 춤을 추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광가난문의 추태였다.

그러다가 왕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대청바닥에 주저앉으면서 모두 황공하여 안절부절 못하는 바람에 파흥되었다.

"전하, 옥체 다치지 않으셨나이까? 이 일을 어찌하옵니까."

내시 김자원이 동료 내시와 함께 부축해 일으키는 왕의 곁으로 황급히 달려온 박씨가 어찌할 바를 몰라하였다.

"다리에 힘이 없어 주저앉았을 뿐 다치진 않았으니 염려 마시오."

만취한 왕은 뼈가 없는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김자원과 박씨에게 의지한 채 끄윽끄윽 트림을 하였다.

"전하, 전의(典醫)를 부르오리까?"

"부를 것 없느니라."

"전하, 침방으로 모시겠나이다."

박씨가 앞장섰다.

"벌써 잘 때가 되었소?"

"밤이 꽤 깊었사옵니다. 자정이 가까울 것이옵니다."

"내가 노는 데 정신이 팔려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었나 보오."

사랑채 뒤에서 안채로, 그리고 안채에서 조금 떨어진 안사랑까지는 궁중의 전각과 전각을 잇는 회랑(回廊) 같은 통로가 있어 왕은 우장(雨裝) 없이 김자원과 승평부부인 박씨의 부축을 받으며 등불을 들고 앞서 인도하는 시녀들을 따라 안사랑을 향해 갔다.

"자원아, 겸사복장(兼司僕將)에게 명해서 엄중히 숙위(宿衛)하라 하고, 과인이 자는 방 근처에는 아무도 접근 못하게 해라."

왕은 김자원에게 명령하고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안사랑으로 들어갔다.

궁중의 지밀에 비길 바는 아니었으나 이중으로 둘러친 병풍과 휘황한 촛불과 호화찬란한 금침이 깔려 있었고 방안 공기는 알맞게 훈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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