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소나무. 우리나라에서 참나무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산뿐만 아니라 도로, 공원, 아파트 등의 조경수로 인기를 얻고 있다. 장생불사의 하나로 산수화 등 화폭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한자어로 송(松)이다. '나무 목(木)'과 '공작(公爵) 공(公)'이 합쳐진 글자다. '公'은 귀족계급(공후백자남·公侯伯子男)의 칭호 가운데 첫째다. 그러니까 소나무가 귀족계급 가운데 최고 등급이다. 나무가 사람처럼 귀족계급의 등급을 받다니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가.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秦)나라 진시황이 그 사연의 주인공이다. 그는 하늘을 대신해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天子), 즉 황제가 됐다. 어느 날 그가 봉선제(封禪祭:천자가 흙을 쌓아 단을 만들어 하늘과 산천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를 끝내고 환궁하는 중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어가(御駕)는 폭우를 감당하기에 너무 부족해 그 행렬은 멈춰야 했다. 그러나 지나는 곳이 허허벌판이라 쉴 만한 곳이 없었다. 이러 기를 지속하다 신하가 어가 앞으로 뛰어왔다. 저 멀리 큰 나무가 보인다는 것이다. 서둘러 그 나무 밑으로 갔다. 거짓말 같이 억수 같은 소나기를 피할 수 있었다. 소나무 가지가 너무 무성해 거대한 우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비가 그치고 출발하려던 차에 진시황은 신하들에게 이 나무의 이름을 물었다. 하지만 아는 이가 없었다. 아니 이름이 없는 나무였다. 비를 피해 쉴 수 있어서 고마운데 이름도 모른 채 지나침을 안타깝게 여긴 진시황은 이 나무에 작위, 즉 벼슬을 내렸다. 그것도 작위의 최고 등급인 공작(公爵)이었다. 우산 역할을 했던 나무는 '목공작(木公爵)'이란 벼슬을 얻었던 게다.

그 후 사람은 그 나무를 '목공작'으로 부르다 어느 때부터 작(爵)을 빼고 목공(木公:mugong)이라 했다. 이처럼 목공으로 불리다 어느 누가 실수로 '목과 공'을 붙여 한 글자로 쓰는 바람에 송(松:song)이 됐다. 옛 문헌을 보면 소나무를 목공이라 표기한 곳도 있다. 무명의 나무가 우연찮은 우산역할로 이름을 얻었고 나무의 제왕마저 차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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