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본사 정치경제부장

그때는 ‘리우’를 가는데 무려 32시간이 걸렸다. 한-칠레 FTA 협정 체결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갔던 10여년전 이야기다.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를 보니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한국과 지구 정반대 편에 위치한 브라질을 가려면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걸렸다. 인천공항에서 미국 LA까지 11시간이 걸렸고 7시간의 환승대기후 페루 수도 '리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리마까지는 6시간이 걸렸다. 또 리마공항에서 5시간을 대기한 후 칠레 산티아고로 날아갔고 산티아고에서 리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총 32시간이었다. 지금은 인천공항-LA-상파울루 직항편이 생겼지만 그래도 26시간이 걸린다.

브라질, 페루 등 남미여행은 그래서 힘들다. 소위 '돈·시간·건강' 3박자가 맞아야 가능하다고 한다. 우선 여행에는 비행기 이동이 많아 큰 경비가 들어간다. 또 오가는 시간에만 이틀여가 걸리다보니 여행일정은 최소 열흘에서 2주는 필요하다. 여기에다 12시간의 시차가 나다보니 한국과 밤낮이 거꾸로다. 브라질에 도착해 수면제를 먹으며 잠을 청했던 기억이 새롭다. 수면제를 먹으면서도 시차적응하는데 꼬박 3일이 걸렸다.

누구나 한번쯤 여행했던 곳에 대한 기억은 즐겁다.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어렵게 간 브라질이니 더했다.

리우를 상징하는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 빵 모양을 닮아 일명 '빵산'이라 불리는 ‘팡지아수카르’, 세계 최고의 해변으로 통하는 ‘코파카바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보사노바곡 ‘이파네마의 소녀’ 등 이국의 정취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21일까지 계속되는 리우올림픽에서 연일 ‘낭보’가 들려온다. 청주시청 소속 남자양궁 김우진은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고 펜싱 남성 에페, 유도, 사격, 양궁 등에서 속속 메달이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와 폭염에 지쳐있는 국민들에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번 리우올림픽은 몇번의 무산과 포기 우려속에 어렵게 열렸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브라질이다보니 올림픽개최보다 빈민구제가 우선이라는 시위가 연일 계속됐고 마약과 폭력, 지카바이러스 등 각종 문제들이 넘쳐났다. 현직 대통령은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의 뇌물수수 문제 등으로 탄핵돼 권한이 정지된 상태다. '파벨라'로 불리는 빈민촌과 마약과 범죄율도 높은 도시 또한 리우다.

이러저런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리우올림픽은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티 오브 갓’을 제작한 브라질 출신의 영화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연출했다는 개막식은 비용이 2012런던올림픽, 2008베이징올림픽의 1/10, 1/20밖에 들지않았는데도 국제적인 찬사를 받았다.

사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치른 도시들은 대부분 대회 이후 빚더미에 올라앉기 일쑤다. 1988년 올림픽을 치른 한국은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IMF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르렀고 또 2002월드컵 후에는 전국에 지어진 월드컵경기장 관리에 큰 돈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경기장들은 사실상 활용도 되지 않고 있다.

리우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연 수백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에다 3대 미항중 하나이다보니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다. 남미 대륙 첫 올림픽이자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이 치른 첫 올림픽으로 기록될 리우올림픽. 다시한번 ‘리우’를 찾을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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